최용석 전 울진경찰서장


 

교통은 문화입니다. 문화란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오랜 기간 관습적으로 해온 질서나 미풍양속이라고 합니다.

울진군민들의 운전습관은 오랜기간 어떻게 형성되었을까요.
거리의 전투사가 넘실대는 대도시처럼 잦은 차선변경에 급출발, 급제동은 없습니다.

울진읍으로만 보면 도심 운전은 선진교통문화 도시의 면모가 보입니다. 도로 여건이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중앙로는 작년까지만 해도 가로수가 차선 하나를 먹고 버티고 있어 편도 1차로에서 차량은 옴짝달싹할 수 없이 서행해야 했다지요.

올해 가로수를 쳤지만 차선이 확장되진 않고 노견 주차공간이 늘어나 운전하기 편해졌지만 서행하는 운전습관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주행차로로 진입하는 차량과 좌우회전 차량들이 멈추었다 양보하고 가기를 리드미컬하게 물흐르듯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합니다. 모두 서행하는 운전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선진국에서 본 모습입니다.

문제는 차량이 적고 도로가 잘 되어있는 외곽도로와 36번, 88번, 7번국도입니다. 도심의 답답함을 떨쳐버리려는 듯 시원하게 달립니다. 시원해서 스트레스가 날아갈지 모르나 집중해야하는 스트레스는 더 커집니다.

울진을 떠나면서 울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울진 교통문화에 있어 두가지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첫째, 항상 외친 말이지만 속도를 줄이셔야 합니다. “7번국도 80킬로로 주행하기” 를 항상 염두에 두고 운전하시라는 권유를 드립니다. 2월초 대형 교통사망사고 후 구간단속을 추진하다 반대여론에 부딪히고, 지방선거 이슈화를 염려해 추진을 중단한 뒤 자발적 감속운전 유도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캠페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아직도 추월로에서 쌩하고 달리는 차량들이 많지만, 전보다 주행선에서 80킬로 정도로 여유있게 운전하시는 분들도 꽤 많아졌습니다. 절반의 성공이면 감사합니다. 10킬로 속도를 줄이면 교통사고가 약 25%가 감소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여유있는 울진, 살기좋은 울진은 여유있게 달리는 차량이 많은 도로에서 가장 먼저 각인될 것입니다.

둘째, 음주운전 문제인데 사회안전장치인 대리회사를 郡에서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지원하듯이 보조해줘야 합니다.

울진은 독특한 대리운전 문화가 있습니다. 대리나 택시가 안되면 가족이 데리러 옵니다. 가족이 대신 운전도 하지만 가족차를 갖고 와 태워주기도 합니다. 저도 후포에서 저녁자리를 마치고 아내가 울진에서 후포까지 차로 태우러 온 적이 있습니다.

울진사람이 된 것이죠. 가족형 대리운전문화입니다. 훌륭한 안전장치입니다. 가족까지 음주운전의 폐해를 이해하고 사회안전망에 참여하니 경찰로서는 가장 안심됩니다. 그러나 역시 불안한 것은 모든 가족이 남편이 술마실 때마다 스탠바이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족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포처럼 멀면 오라가라 하기에 미안합니다. 술자리 동석자도 미안해집니다.

울진의 대리운전회사는 북면 2개, 울진 1개가 전부입니다. 그것도 대리차 2대, 1대, 기사 3명, 2명의 소규모입니다. 후포는 아예 대리운전회사가 없습니다. 후포, 평해 파출소 행사에서 건장하고 젊으신 분들이 아예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걸 봤습니다.

대리회사가 없고,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 차를 운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술은 음식이고 사회생활에 윤활유로 작용합니다. 소통을 위한 기름칠입니다. 경찰은 단주선언이 반갑지만 단주선언과 단주준수가 사람마다 결심과 실천의지가 다르기 때문에 불안불안합니다.

대중교통이 도움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버스는 울진 저녁 8시 출발이 막차이니 음주후 이용해 볼 여지가 없고 택시는 100대 정도인데 주로 울진, 죽변, 후포에 있고, 북면, 평해는 5대, 8대밖에 없습니다. 장거리라 요금도 만만치 않습니다.

음주치사는 최근 윤창호법으로 처벌형량도 무기징역까지 높아졌습니다. 음주 단속수치도 강화되고 동승자 처벌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외국은 최고 사형에 30킬로 밖에서 집으로 걸어오게 한 후 구속하는 나라도 있고, 일치감치 동승자를 처벌하는 나라도 있다고 합니다.

올해도 우리 울진에서 232건의 음주단속이 있었고, 45건의 음주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예년과 비교해 봐도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술은 음식입니다. 음식을 먹고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불법입니다. 그러면 사람이 음식인 술을 먹고 움직일 수 있게 해줘야 사람사는 세상입니다. 대리운전의 혜택을 받게 해줘야 정상적인 郡, 사람사는 郡입니다.

기승전결에서 결이 결략된 울진입니다. 군민이 음식을 먹게하고 군민을 단속해 범죄자로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군민이 음식을 먹게 하고 군민이 사고로 생명을 잃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하루빨리 결이 채워지길 바랍니다.

군민 여러분 모두 편안하고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고, 새해에 항상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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