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연호에 고니와 쇠오리 떼가 찾아왔다. 요 몇 해 전만 해도 고니는 너댓마리가 찾아왔으나, 올겨울엔 수십마리가 몰려왔고 쇠오리떼는 수백마리나 된다.

해질녁 가끔 연호둘레에 산책을 나가보면 이놈들의 먹이활동이 아주 왕성하다. 고니는 긴목을 구불렁거리며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쇠오리들은 그놈들 대로 마른 연줄기 사이로 동동 떠다니며 자맥질을 한다.

고니와 쇠오리가 서로 공존하며, 자기 영역 안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다. 삭막한 겨울 연호가 이놈들 때문에 생동감과 여유로움이 피어오른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철새들에게도 희안한 습성이 있다.

그 가운데 여름 철새인 뻐꾸기의 생태이다. 이른바 비정상의 탁란이다. 뻐꾸기는 자신이 낳은 알을 부화는 물론 키우지도 못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뻐꾸기가 즐겨찾는 둥지는 휘파람새의 둥지이다.

휘파람새의 어미가 자리를 뜨면 곧바로 그 새의 알을 먹어치우고, 그 자리에 자신의 알 하나를 낳아둔다. 결국 휘파람새는 뻐꾸기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더욱 경악할 일은 그 다음이다.

부화된 뻐꾸기 새끼는 아직 부화하지도 않은 휘파람새의 알을 뒷발질하여 둥지밖으로 밀어낸다는 것, 끝내는 뻐꾸기 새끼가 둥지를 독차지하고 만다. 이렇게 하여 다 자라면 휘파람새의 둥지를 떠난다. 우리가 볼 때는 이런 못된 놈의 새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선에 이어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언론에서는 정치판의 이합집산, 배은망덕, 줄대기,철새 정치인, 부패와 부도덕의 정치인, 지리멸렬, 분파와 분당, 차떼기, 밀어넣기 공천, 전략공천, 밀실야합, 낙하산 공천 등 긍정의 언사보다 부정의 언사가 판치고 있는 듯하다.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가 덜 성숙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들이 주도하는 상향공천, 깨끗하고 아름다운 퇴장, 유능한 자질과 청렴성을 겸비한 지도자,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인 등의 긍정의 언사들이 언제쯤 기쁜 마음으로 듣게 될까?

어쨌든 우리 지역구에서도 이당저당에서 십수명이 출마할 모양이다. 더구나 지역 유력당의 공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4배수로 압축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여론과 민심, 지역의 연고, 젊음과 패기, 도덕성, 능력과 참신성, 중앙정계의 발판, 총유권자수 등을 종합해 볼 때 어느 누가 공천을 받아야 할 것인 지는 자명한 일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과거 울진의 정치사를 볼 때 지역 민심과 여론을 거스르는 공천이 무위로 돌아갈 때도 있었다. 만약 밀어내기식의 낙하산 공천이 된다면 지역민심은 요동칠 것이다.

철새와 같은 비정상의 탁란, 그러나 민중은 역 탁란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렇다. 함부로 지역을 침입해 텃새둥지를 밀어내는 뻐꾸기와 같은 인간새는 없는가? 울진사람들은 지금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 김진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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