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크기의 비닐하우스 트랙

배동분의 인생노을... 2편

2026-01-27     울진신문

 

배동분 프리랜서 작가 

얼마 전에 트위터(현 엑스)의 글 하나가 큰 화제가 되었고 리트윗이 어마어마했다.

내용은 서산시의 러너들을 위한 비닐하우스 트랙 사진 한 장에 있었다. 댓글에는 “부럽다” “아이디어 좋다” “최고다” “저 도시를 본받으라” “러너의 성지인 이유가 있다”는 글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이렇게 SNS에서 와글와글 하다보니, 당연히 언론사들도 경쟁하듯 비닐하우스 트랙을 운영 중인 지자체를 소개하기에 바빴다.

나 또한 이 트윗을 보고 첫마디가 “진짜? 트랙을 비닐하우스로 씌웠다고?”였다.

난 직접 취재를 하고 싶은 마음과 뛰고 싶은 욕망이 맞물려 바로 다음 날 숙소를 예약하고, 1박 2일 일정으로 딸과 함께 서산으로 달렸다.

거의 4시간이 걸려 서산종합운동장에 도착했고 순간 깜짝 놀랐다. 종합운동장 모든 구간을 비닐하우스로 덮었다고 보면 된다.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크기의 비닐하우스 트랙을 따라 바로 달려 보았다. 금방 땀이 나고 한 시간 넘게 뛰었는데 추위에 떨지 않아서 그런지 피로감이 훨씬 적었다.

가족단위, 러닝 동호회, 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반팔, 반바지 등 다양한 차림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산이 러너들의 천국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한참을 뛰고 있을 때 동호회 회원들로 보이는 20여명 정도가 들어왔다.

젊은 세대만 뛰는 게 아니라 슬로우 조깅이나 걷는 노년층까지 다양했다. 한파주의보가 내렸을 때 갔는데, 비닐하우스 트랙 안은 계절을 실감할 수 없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파에도 시민들이 안전하고 따뜻하게 운동을 할 수 있고, 겨울철 부상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등 장점이 넘쳐 났다.

육상선수들의 동계훈련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2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멀리서도 뛸겸, 여행겸 서산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서산 뿐만 아니라 파주, 시흥, 안산, 당진에서도 비닐하우스 러닝 트랙을 설치, 운영하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신개념 비닐하우스 트랙을 설치할까? 이유는 “러닝 인구 천만 시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뉴스에서 보니, 지난 해 기준 마라톤 누적 참가자 수가 100만 8,122명이라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간다.

이쯤 되다 보니 “러닝 인구를 잡아라‘ 라는 캐치 플래이즈 아래, 스포츠 브랜드마다 러닝화 등 러닝용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고,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는 러너 스테이션까지 있다. 물품보관소, 탈의실, 러닝화 소독도 가능하다고 하니 지금 우리나라의 러닝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감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러닝이 주는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런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접근성이다.

러닝은 운동화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칼로리 소모가 많고, 정신건강에도 좋고, 뇌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치매예방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2030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러닝을 하는 사람이면 대부분 “칠마회”를 아는데, 이 동호회는 60세 이상 되는 분들이 가입하여 뛰는 동호회이다. 대부분이 80~90대에도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각종 마라톤대회를 완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럽기 짝이 없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최근에는 ‘런트립’이 유행이다. 달리기+여행이라는 신개념으로 러닝과 여행을 함께 즐기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여행뿐만 아니라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여행을 한다는 개념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즉, 여행지를 검색할 때 러닝장소를 함께 검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최근 전주와 통영 여행을 다녀왔는데, 러닝 장소를 필히 함께 검색하여 여행지를 정하고 러닝을 즐기고 왔다. 제주도 역시 러닝인구의 확산으로 인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러닝이 대세 중에 대세라는 것을 놓치지 않고, 지자체마다 비닐하우스 트랙을 앞다투어 설치하는 것 같다. 이 겨울, 당신은 어떤 운동으로 정신적, 육체적 건강관리를 하고 계신가요?

 

 

/배동분 프리랜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