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쯤 되고 보니

배동분의 인생노을... 3회 (산골마을 프리랜서 작가)

2026-02-25     울진신문

 

배동분 프리랜서 작가 

이 나이쯤 되니 무엇이 부질 없는 일이고, 삶에서 무엇을 솎아내야 하는지를 하나씩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삶의 가치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도 알고 실천하게 되는 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이마에 핏발을 세우고 앞만 보고 내달렸다면 나이가 60이 넘으면서 달라지는 현상 중 하나는 자꾸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옛날에 힘들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슬펐던 일, 안타까웠던 일 등 대개는 짠한 일들이 자꾸만 주마등처럼 스치는 나이다.

지나온 시간 중에 좋아죽겠는 일만 있었던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대개는 자신의 지난 시절이 애잔하고 안쓰럽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젊어서는 가열차게 앞만 보고 내달리느라 현재’(지금)를 살지 못했다면, 60이 넘어서부터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느라 또 현재’(지금)를 살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이 나이가 되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깨달은 점 중 하나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욕심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삶이 자유롭고 여유있었는지, 아니면 삶이 고단했는지가 판가름난다는 사실이다.욕심의 총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행복과 자유로움,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권력이든 재산이든 명예든 소유하면 할수록 만족도가 올라가야 하는데, 오히려 결핍감이 점점 상승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욕심을 줄이면 그만큼 자유로워지고 행복은 절로 굴러들어옴을 우린 왜 일찍 깨닫지 못하는지 그게 함정이다. 가뭄에 콩나듯 깨닫는다손 치더라도 비움을 실천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다. 그런데 일찍이 욕심없는 삶을 실천한 사람이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동시대를 살았던 그리스가 겁나게 자랑하는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대왕의 일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디오게네스 하면 무소유의 아이콘으로 집도절도 없이 허름한 나무통 속에서 살았다. 가진 것이라곤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과 찌그러진 밥그릇 하나가 전부였다. 나중에는 그 밥그릇도 소유라 여겨 내다버렸다고 한다.

그런 디오게네스의 소문을 듣고 알렉산더대왕이 사람을 보내 만날 것을 요청했지만 디오게네스는 만나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 대단한 알렉산더대왕이 직접 디오게네스를 찾아갔다. 자신의 집인 허름한 통나무 앞에서 햇빛을 쬐고 있던 디오게네스에게 알렉산더대왕이 말했다. “그대의 지혜와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소. 당신의 소원을 말하면 죄다 들어주겠소.”라고 했다.

그러자 우리들의 디오게네스는 대왕이시여! 쬐고 있던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좀 비켜줄 수 있겠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요즘 애들 표현으로 하면, 헛소리 말고 꺼져정도 되었겠다.

권력, 재물, 명예 모든 것을 가진 대왕 앞에 디오게네스는 주눅이 들기는커녕 당당히 말했던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알렉산더대왕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판이했던 것이다.

알렉산더대왕은 돌아가면서 내가 알렉산더대왕이 아니었다면 나는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 디오게네스를 부러워했다는 일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견유학파로 필요 이상의 소유를 하지 않고 되도록 단순하고,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할 것을 주장하며 몸소 실천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와 반대로 요즘 우리들의 삶은 누가 먼저 많은 것을 꿰차고 사나 배틀을 뜨는 것 같다.

디오게네스 외에도 법정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라며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다.

난 욕심의 근수가 늘어나는 기미가 보이면 디오게네스와 법정 스님을 떠올린다. 살아가면서 내 삶을 견주어 본받고자 하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있고, 각자마다 나 모르게 죽을 날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매일 부고를 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비울수록 충만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올해는 실천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