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가 우리 마음을 움직일까!
이정숙의 연호산책... 제 3편
길에 10원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다면, 대부분은 아마 그냥 지나칠 것이다. 그렇다면 생수병 한 개를 수거함에 넣으면 10원을 주는 제도는 어떨까. 길 위의 10원 동전처럼, 생수병 수거 정책 역시 무심히 지나쳐지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된다.
최근 설치된 생수병 수거함을 직접 이용해 보았다. 병을 넣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날씨가 추워 손이 시렸다. 두 번 적립해 쌓인 포인트는 990점, 금액으로는 990원이었다.
크기에 상관없이 생수병 하나에 10원, 큰 보상은 아니었지만, 수고했다는 증표는 되는 듯했다. 시린 손으로 생수병을 넣으면서 ‘이 추위에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나 한 사람의 이런 실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그러나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었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책임감으로 시작한 일이었기에 환경을 위해 작은 실천을 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독였다.
그런데 세 번째로 찾은 수거함에는 ‘수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언제부터 고장이 났는지, 언제 수리가 끝나는지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어렵게 마음을 내어 찾은 참여의 통로가 닫혀 있는 모습을 보며 허탈함이 밀려왔다. 멈춰 선 기계 앞에서, 저와 같이 헛걸음을 하는 군민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관계 부서에서는 짐작이나 해봤을까?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군민의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작은 실천이 쌓일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병의 크기에 따라 20원 이상으로 차등 보상하고 있다고 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이 본질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설계의 정교함과 군민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다. 참여를 유도하려면 보상 체계는 적절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용이 불편하지 않고 안전해서 군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 위기, 미세플라스틱, 일회용품 증가 등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뉴스에서는 거대한 통계와 담론이 쏟아지지만,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먼나라 이야기로 느껴져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수치나 구호가 아니라, 직접 해 본 작은 경험이다.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에서 ‘나부터 해보자’로 바뀔 때 변화된다.
환경 정책은 단지 쓰레기를 줄이고, 자연을 지키는 일을 넘어.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새롭게 다시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 쉽게 버린다. 삶이 편안할수록 타인과 사회에 무관심해지기 쉽다. 큰 희생 없이도 누군가를, 또는 환경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설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쌓여 우리 마을의 생활을 바꾸어 공동체의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그렇기에 행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세심한 관리와 지속적인 점검, 그리고 군민과의 충분한 소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장은 왜 잦은지, 안내는 왜 부족한지, 참여 구조는 왜 불편한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참여가 저조하다고 시민의 무관심만 탓하기 전에 제도의 문턱이 높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환경 정책은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꾸준히 작동하는 제도, 군민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운영이야말로 자원순환을 일상으로 만드는 출발점일 것이다.
/울진신문 교필 이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