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심형준 기자] 지난 2일 핵 폐기장 유치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부안사태 이후 부지선정 문제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지만,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노무현 정부가 부지선정 절차와 주민투표 과정 등 방폐장 유치시스템이 부재한 20년간의 폐기 정책을 전혀 개선하지 않은 채 또다시 지원금을 앞세워 지자체와 주민들을 현혹하는 등 선후가 바뀐 추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지원 법률도 핵 폐기장 유치 시 3천억 원의 특별 지원금을 포함, 연간 50억∼100억 원의 반입수수료 등을 제공받도록 하고 있어 지자체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럴 경우 우선 고려사항인 안전성 보다 단체장이나 주민들의 의지가 먼저 고려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정부의 내용 없는 자신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 통과와 함께 출범, 지난 11일 첫 회의를 가진 부지선정위원회 한갑수 위원장은 "각계의 명망 있는 민간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갈등을 최소화 할 예정"이라고 방폐장 유치의 자신감을 보였다.
위원회는 또 정부와 사업자의 일방적 사업추진에서 벗어나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부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절차를 관리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부지선정을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부지선정 절차심의 등을 시작으로 국내외 원자력발전소 및 방폐물 관리시설 실태점검, 해외전문가(IAEA 등) 초청 간담회, 지역사회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부지선정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은, 정부가 지난 84년부터 20여 년간 방폐장 건설에 대한 부지선정절차, 주민설득 과정 등 시스템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끌어오다 주민 반발로 한계에 부딪히자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에 통과된 법은 구체적 내용은 시스템 마련이 아니라 3천억 원이라는 지원금이 골자다.
이 경우 오염도가 중저준위보다 훨씬 높은 사용 후 폐연료 처리장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인센티브가 지불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인센티브가 우선시 될 경우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안전성이 무시되고 주민이나 단체장의 의지가 우선시되는 심각한 부작용도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의 반쪽짜리 법률
또 이번에 통과된 법률은 사업대상에 중저준위만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에 관한한 반쪽짜리 법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 스스로 인정했듯이 방폐장 부지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2008년 중저준위, 2016년 사용 후 폐연료가 포화상태에 도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통과된 법은 중저준위만을 다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섣불리 유치지역을 선정하다 부안사태와 같은 주민 저항이 불거질 경우 앞으로는 더 큰 문제인 사용 후 폐연료 처리장 유치는 이야기도 꺼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부지선정에 성공할 경우에도 현재대로라면 내년에 또다시 사용 후 폐 연료 처리장에 대한 법안을 마련하는 등 안전상의 이유로 통합 운영시스템이 요구되는 핵폐기물 관리 정책은 일대 혼란을 초래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핵폐기물 전반에 걸친 시스템 도입을 꺼리고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에만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들은 중저준위(4100pb/g 배크렐 이하)보다 방사성 오염이 심각한 사용 후 폐연료(4100pb/g 이상)문제가 함께 부각되는 측면을 꺼리는 안일한 태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정부는 중저준위 폐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원전이나, 전국 2천여 개가 넘는 병원 등에서 사용하는 덧신이나 장갑 등 상대적으로 방사성 오염이 적은 물질들을 보관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사용 후 폐연료에 준하는 위험도 높은 해체 폐기물 등이 포함되 있어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
따라서 단순 홍보를 통해 폐기물의 안전성을 성명하기 보다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유치 프로그램을 우선 마련하고 이를 구체화 시킬 수 있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도입이 우선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수 의원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안
우선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 지난 1월 31일 대표 발의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안'은 핵 폐기물관리 정책의 주체 재원, 절차 및 신설 독립적 기구인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의 규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또 방사성 폐기물의 중간저장방식 결정 및 중저준위 폐기물의 영구 처분시설부지 선정은 물론 고준위 폐기물의 처분에 관한 연구개발, 원전의 사후 처리기금 운용 등 폐기물 전반에 대한 기본정책 수립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녹색연합 석광훈 정책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도 주요 이해당사자를 배제하기위해 원전사업자들은 폐기물 사업자와 따로 분리돼 있다"면서 "폐기물처리 법도 원전법과는 별개로 중저준위에서 고준위까지 모두를 총괄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중저준위 지원특별법 통과를 서둘러 이 법안과 병합심리에 들어가지 못한 채 4월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유치프로그램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조승수 의원은 21일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위해 우선 "방폐장 문제는 안전성이나 지역주민의 동의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부지선정뿐만 아니라 정책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가 나와 주고 정부가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이 말하는 세부적인 프로그램이란 예를 들어 수송의 경우 사고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이동거리를 좁히고 접안 시설이 가능한지, 안전성을 위해 쓰이는 1천톤급 이상의 배들에 대한 사고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 이 나와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과 산업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서 폐기장이 유치되면 누가 투자를 할 것인지, 지역 농산물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는 지 등의 기본 데이터가 미리 마련돼야 주민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투표 또한 처리장 유치를 투표에 붙일지 여부까지 모두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며 순수한 지역 주민 이외에 건설업자나 해당 지자체 공무원, 관련 산업의 로비는 없는지 등 이해 당사자들 전반을 제외하려는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독일의 폐기물 영구처분장 터 선정을 위한 위원회’(아켄트) 보고서는 이처럼 과학자가 장소를 정하고 시추를 할 때도 주민투표를 하고 정밀조사 들어가면 또 주민투표를 하는 등 주민들이 거의 자발적으로 처분장을 받아들일 때까지 많은 절차를 거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폐기장 건설에 신중 기해
전문가들도 북미와 유럽의 사례를 들어 폐기장 건설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독일은 과거 동, 서독에서 운영하던 폐기물 처리장을 폐쇄하고 두 곳에서 운영 중이던 폐기물 처리장을 폐쇄하고 '원전폐지'라는 근본적 사회적 합의를 마련한 이후에야 다시 폐기물 처리장을 추진키로 했다는 것이다.
또 스웨덴도 지난 1980년에 원전폐지를 결정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88년에야 포스마크지역에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추진한 경우로 알려졌다.
이같이 독일과 스웨덴 원전 폐지라는 큰 틀에서 진행된 나라들 중심으로 처분장이 건설됐고 그 외 스위스 케나다 등의 국가는 폐기물 처리장 마련에 장기적인 사회적 합의를 마련키 위해 50여년의 원전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폐기물 처리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와 비교해 20여년의 비교적 짧은 원전 역사를 가진 한국정부가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석광훈 연구원은 "폐기장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신규원전 건설을 위한 국민의 원자력 수용성 확보 차원이 큰 것 같다"면서,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는 현재 100만평 규모의 원전내 500평의 임시저장고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고 말한다.
환경운동연합 반핵에너지 위원회 이승화 간사도 "오히려 정부가 현재의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자꾸 2008년을 지나치게 강조해 핵폐기물 위기를 키우고 있다"면서 폐기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5.03.22 11:00:38
진실?
현재 정부는 중저준위 폐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원전이나, 전국 2천여 개가 넘는 병원 등에서 사용하는 덧신이나 장갑 등 상대적으로 방사성 오염이 적은 물질들을 보관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사용 후 폐연료에 준하는 위험도 높은 해체 폐기물 등이 포함되 있어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