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주·울진·영덕·군산 "경제효과 크다" 유치 경쟁
지자체에 지원금만 3000억… 수수료 수입 年50억~100억
6월 신청마감, 9월 최종결정
포항=장상진기자 jhin@chosun.com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일명 ‘원전센터’)을 유치하려는 전국 시·군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북의 포항·경주시 등 4개 시·군, 전북의 군산시 등 모두 5곳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만들겠다”며 가장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1986년 건설 계획 발표 이후 19년째 표류하고 있는 방폐장 건설 문제가 이번엔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번에 논의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은 원자력발전소 내 통제구역에서 사용한 의복·공구 등 방사선 오염 농도가 낮은 폐기물들을 모아 두는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방사선 오염 농도가 높은 폐기물을 모아 두는 ‘고준위 방폐장’과는 다르다.
경북에서는 포항시가 선두주자이다. 정장식(鄭章植) 포항시장은 “자체적으로 실시한 안전성 조사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명난 만큼 꼭 유치했으면 한다”며 앞장서고 있다. 정 시장은 23일 이의근(李義根) 경북도지사에게 방폐장 유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8일에는 포항지역발전협의회와 포항공대·포항가속기연구소가 정 시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주시에서는 원전(原電)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온 경주핵대책시민연대가 24일 방폐장 유치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김동식 집행위원장은 “경주는 그동안 기피시설인 원전을 4기나 받아들이고서도 정부로부터 보상은 받지도 못했다”며 “원전 유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각종 인센티브가 걸린 방폐장은 경주에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마장·태권도공원 등 주요 국책사업 유치에 잇따라 실패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지역 발전을 이끌어내자는 것.
울진군의 경우 시민단체인 울진발전포럼이 1년2개월째 방폐장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진은 현재 원자력 발전기 6기에 4기 추가 건설 계획이 잡혀 있는 국내 원자력 발전의 중심지. 포럼 황지성 대표는 “우선 울진 전체 주민 7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주민투표부터 군 의회에 청원한 뒤 결과에 따라 유치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덕은 주민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영덕군 원전센터 유치위원회’는 지난 21일 경북에선 처음으로 방폐장 부지조사 청원과 주민투표 실시 청원을 군의회에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방폐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남정면 전체 주민 3270명 중 30%가 넘는 1030명이 서명하는 등 영덕군민 2314명이 서명했다. 유치위 이선우 위원장은 “미리 주민의 뜻을 물어보자는 취지에서 청원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는 후보지까지 정해 놓았다. 2003년 유치를 추진했다가 지질 불합격 판정을 받은 신시도 대신 비응도 등의 부지를 내세우고 있다. 군산시는 ‘공무원부터 방폐장을 알아야 한다’며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18일까지 4급 이하 공무원 1211명 중 938명을 영광 원전과 대전 원자력연구소에 견학 보내기도 했다. 군산시는 “지난 2003년 방폐장 유치를 위해 시민 서명운동에 27만 시민 가운데 21만명이 참여했었다”며 “주민투표로 결정한다면 승산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고 자신하고 있다.
시·군들이 방폐장 유치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경제적 이점이 크기 때문. 방폐장 특별법은 유치 지자체에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주고, 연간 50억~100억원의 폐기물 반입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에 직원 7300명에 연간수익 5조원에 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本社)의 방폐장 유치 지역 이전도 특별법에 명시돼 있으며 전국적으로 연간 8억달러의 경제효과가 예상되는 양성자가속기도 방폐장 입지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수력원자력㈜ 강덕구 홍보실장은 “공기업 유치의 경제적 이점을 잘 아는 포항시가 전면에 나서고 전북 군산이 가세하면서 방폐장 유치 경쟁이 갈수록 뜨겁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대신, 지역경제 활성화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방폐장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6월 초까지 시·군의 유치 신청을 받은 후 2개월간 부지선정위원회를 열어 각 시·군에 대한 심사를 거쳐 9월 말 부지 1곳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