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울진원자력에 근무한지 20년이 지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입니다.
요즘 방폐장(원전수거물관리센타)유치와 관련하여 주변 여론이 분분한 것을 보고
문득 과거를 돌이켜 보며 두서없이 글을 올립니다.
처음 이곳 울진으로 발령받아 올 때는 원해서 온 곳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고리연수원(현재는 원자력교육원)에서 교육 받을 때 발령희망지를
조사하였는데 저는 1,2,3지망 어느 곳에서도 울진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울진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타 원전이 위치한 곳보다
오지였기 때문이죠. 고리에서 교육을 마치고 울진으로 올 때 눈물이 나오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만 하죠.
당시의 기억을 떠 올려보면 울진은 정말 시골이었습니다.
터미널은 남부와 북부로 나뉘어져 있고 상가는 저녁 8시만 되면 열려있는 곳이
별로 없었고 식당에 들어가면 인사는 커녕 물잔을 갖다주는 곳도 드물었습니다.
성류굴 앞에는 기형동물을 보여주는 곳이 있었죠. 이때가 울진1호기가 준공되기
3년 전인데도 원자력 때문에 기형동물이 나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지만
한동안 반원전시위 때마다 기형동물 논란이 지속되었죠.
북면에서 덕구온천 가는 길은 주인분교 지나서 부터 좁은 비포장도로로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비켜줘야만 했었죠. 부구정류장은 현 정류장 맞은
우측 편에 양철지붕의 하꼬방(?)식 건물로 있었죠. 서울 한번 갈려면 안 막혀도
7시간 정도 걸렸었고 토요일에는 10시간 정도를 기본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때 주변에 땅만 사놓았어도 직장인으로서 퇴직 후 걱정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죠.
이런 세월이 벌써 20년이니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이젠 지역주민이라 하여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타지에서 와 결혼하여 자식 낳고 생활한 기간이 이렇게도 오래 되었으니 일단은
원자력의 안전성이 간접으로 증명된 것이 아닐까요?
저는 이곳 울진에서 생활하면서 울진의 자연을 많이 대하여 왔고 많은 분들을
사귀어 왔습니다. 또한 울진원자력에서 직장생활을 계속하고자 하는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직장생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과서적인
거창한 명분을 배제하고) 아마도 경제적인 부분일 것입니다.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저도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지요.
원자력이 이곳 울진에 들어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하여는 앞에서 거론한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접하기 힘든 자연환경이 자리 잡은 울진을 저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기에 원자력과 방폐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전 운영능력은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선진국을 비롯한
외국에선 우리를 많이 부러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원자력 보기를
재수 없는 물건 보듯 합니다. 요즘같이 고 유가시대에 국가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반 정도를 담당하는 원자력이 없었다면 망해도 벌써 망했거나 엄청난 어려움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졌을 겁니다. 요즘 가정에서 부담하는 휴대폰 요금과 전기요금을
비교해 보셨는지요? 휴대폰이 없으면 불편하더라도 유선전화, E-mail 등 여러 가지로
대체가능하며 생활도 됩니다. 하지만 전기가 없으면 무엇으로 대체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까요? 유럽의 선진국인 프랑스는 국가전력량의 3/4을 원자력으로
생산하여 주변국에도 전력을 수출하고, 어떤 원자력발전소는 파리의 상수원상에
위치하고 있지만 불안감으로 원자력을 폐쇄하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에 속할 정도입니다.
원전운영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처리하는 방폐장은 어떻습니까?
아마도 지역유지 등 수 많은 분들이 외국의 관련시설을 확인하셨을 것입니다.
과연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불안한 시설이라면 수십개국에서 운영이
가능할까요? 원자력회사에서 먹고 사니 필요성 및 안전성 등에 대하여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방폐장 문제는 저를 포함하여 울진군민에게 너무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중요성을
가지는 사안에서 개개인은 어떤 권한을 갖고 있습니까?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우리들은 그냥 둘러리일까요? 우리를 대표한다는 선출직들을 볼 때
그들에게는 우리를 대신하여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한 것이지 우리를 배제시키고
독단적으로 중요사안에 대하여 좌지우지하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사안에
대하여 공정한 토론과정을 만들어주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선출직들의 기본 역할입니다. 선출직 본인들이
모든 의사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아직도 하고
계십니까? 선출직은 그런 권한이 없습니다. 어정쩡한 자세가 우리들을 분열시키고
대립하게 만듭니다. 솔직히 저는 방폐장이 울진에 유치되기를 바라지만
다른 곳으로 유치되어도 직장생활 하는 제 삶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민세를 내고 있는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지역의 현안에 대하여
이런 식으로까지 계속 찬반의 갈등을 조장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함에
대하여는 화가 납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실만 확인시키지 말고 진정으로
지역을 위한다면 장단점에 대하여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세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지역현안이 개인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그 책임은
반드시 져야할 것입니다. 적다보니 선출직 분들에게 스트레스를 돌렸는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고 받아 주십시오. 방폐장 유치든 거부든 그 결정은 울진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떤 과정이 요구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울진에서의 올바른 선택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작성일:2005-08-01 1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