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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연합일보
| 아름드리 ‘금강송’ 자태 뽐내… 신비로움 감돌아 |
하늘 찌를 듯 기골 장대한 장송들이 모여사는 곳.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천연보호림에는 토종 소나무의 한 품종인 금강소나무 수십만 그루가 군락을 이뤄 태고(太古)의 정적을 간직한 채 하늘을 찌를 듯하다. 소나무는 한국인들이 정서와 가장 잘 맞고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수목중 하나로 전국 어디를 가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반 소나무는 울진 소광리와 봉화 일대에 자생하는 금강송(金剛松)과는 비교할 수 없다. 토종 소나무는 ‘바위틈에 겨우 뿌리를 내려, 가지는 휘어지고 늘어진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소광리 금강소나무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수 십 미터씩 하늘을 향해 쭉쭉 곧게 뻗은 아름드리 장송들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모두가 인공조림이 아닌 자연적으로 자생한 게 특징. 현재 해발 1000여m가 넘는 백병산과 삿갓재 일대 약 1800ha에 소광리 천연보호림 군락지 내에는 500년생 다섯 그루, 200~300년생 8만여 그루 등 모두 100여만 그루의 거대한 금강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평균 수령 80년, 평균 키는 24m 안팎이다. 소광리 숲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금강송의 ‘지존’으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숲 초입에 530년을 턱하니 버티고 서서 위용을 지랑하고 있는 소나무. 키 25m에 둘레가 4m로 어른 두 사람이 겨우 껴안을 만큼 당당한 체격을 지녔다. 석양이 스며들 땐 마치 천상의 풍광을 자아내는 듯 ‘황금 철갑’의 모습에서 신령스러움마저 느껴질 정도로 500여년의 세월을 이겨낸 노송의 위엄과 지조를 한껏 자랑한다. 금강소나무의 이름도 다양하다. 금강산 소나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 ‘금강송(金剛松)’, 이를 줄여 ‘강송’이라고도 불린다. 해송(海松)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육송(陸松)’, 줄기가 붉다고 해서 ‘적송(赤松)’, 속이 누렇다하여 ‘황장목(黃腸木)’, 지명에서 유래한 춘양목(春陽木) 등. 유난히 우리 귀에 익은 이름인 ‘춘양목’은 일제시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봉화와 울진, 강원도 삼척 등에서 벌채한 우량 소나무를 물길이나 영암선상의 춘양역을 이용해 열차로 대도시 지역으로 실어내던 것에서 유래됐다. 울진군은 지난 2004년 6월 국내 최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금강송의 위상을 높이고 타 지역 소나무와의 차별화를 위해 ‘울진 금강송’을 특허청에 상표 등록(제0621322호)하고 이를 ‘울진 소나무’로 이름을 통일시켜 그 ‘소유권’을 분명히 못박아 버렸다. 금강소나무는 잎에서 윤기가 유난히 많이 난다. 줄기의 윗부분은 껍질이 얇고 붉은색을 띠며 아랫부분은 회갈색에 거북등처럼 육각형으로 갈라진 것이 특징으로 줄기를 구부려 가며 성장하는 일반 소나무와 달리 줄기가 곧고 수고가 높은 곳에서만 가지가 자라며 성장이 빠르고 재질도 우수하다. 금강소나무는 비틀림이 거의 없는데다 벌레가 안 먹고 잘 썩지 않아 최고급 목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왕실의 건축물이나 궁궐을 짓는데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함부로 벌채하지 못하도록 숲 전체를 보호림으로 지정해 관리해 왔다. 조선 숙종 6년(1680년)에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황장봉계금표(黃腸封界禁標)가 지난 92년 대광천을 끼고 난 도로를 따라 보호림으로 가다보면 만나는 소광마을 인근 하천가 바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임영수 울진금강송 세계유산등록추진위원장은 “중국에서는 황제의 관(棺)을 가래나무로 만들었는데 이를 황장목이라 불렀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가래나무를 대신해 금강소나무를 왕실의 관과 궁궐을 짓는데 사용하였으며 금강소나무가 황장목으로 불리게 된 것도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울진군 소광리를 비롯 설악산, 원주시 구룡사, 인제군 한계리, 영월군 황장골 등 국내에서 황장금표가 발견된 곳은 현재까지는 5곳 뿐이다. 소광리 숲은 희소가치가 높아 해방 후인 59년 1월에는 육종림, 82년 3월에는 천연보호림, 2005년 9월에는 643㏊가 산림유전자보호림으로 추가·확대 지정되는 등 ‘귀족’으로 보호 받고 있다. 금강소나무의 우수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일제는 한일합방 이후 봉화군 소천면과 석포면 등지에서 30m가 넘는 장송들을 마구잡이로 벌채해 일본으로 가져갔으며, 이로 인해 현재는 울진 소광리 일대에서만 겨우 명맥을?유지하고 있다. 또 금강송 인간의 간섭이 줄어 들면서 오히려 활엽수에 의해 서식지를 빼앗기고 있고 솔잎혹파리나 겨울철의 눈도 이들 소나무를 위협하고 있다. 울진소나무는 소광리 지역에선 잘 자라지만 다른 지역으로 옮겨 심으면 나무의 성장도 더딜 뿐만 아니라 재질도 나빠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임학계에서도 아직도 그 원인을 모른다. 이에 국내 최고,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를 보유한 울진군과 국유림관리소 등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금강송 명맥 잇기에 나서 2000년부터 두 차례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금강소나무 숲 보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산림청과 문화재청은 지난 2004년 자체 생산한 묘목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에서 150년 후 전통건축 수리 복원용도로 1111그루를 심었다. 이들 기관은 또 묘목장 한 귀퉁이에 소나무에 관한 자료, 각종 소나무 심포지엄 자료, 목조 건축, 문화재 목재 사용량과 양 기관 간의 업무협약 등에 관한 자료 일체를 담은 타임캡슐을 묻기도 했다. 지난 2001년 금강소나무 숲 보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청원했던 홍성천 경북대 임학과교수는 “전국적으로 금강소나무 서식면적이 30만㏊에 불과하며 그나마 30~40년 정도의 나무가 대부분”이라며 “소광리 숲은 정부와 학계 전문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육성 지침을 마련하는 등 보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강석호 의원 주관으로 한나라당 차원에서 금강소나무 숲 보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진/김경호 기자 2009-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