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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십 년쯤 살다온 지인 두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받은 인상을 말하는데 공통적인 요소가 있었다. 집집마다 방문해 보면 물질적으로 풍족해 보이는데 입으로는 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침이면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누군가를 향해 욕설을 던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듣고보니 그런 것 같았다. 요즈음은 세상이 결핍감.분노.공격성 등 부정적인 요소들로 들끓는듯하다. 뉴스를 선별해서 전달하는 사람의 태도, 그 뉴스를 보며 분노하는 대중, 그 대중이 분노를 행동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또 다른 뉴스거리.....,그것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부풀어 오른다. '부정성의 법칙'이라는 관계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사람을 만날때면 상대의 부정적인 측면부터 먼저 눈에 띄며, 그 부정적 인상은 더 깊이 새겨지며,한번 각인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의 부정적인 측면에 더 민감한 첫 번째 이유는 유전자에 각인된 방어 의식 때문일 것이다. 인류는 처음부터 '내편'과 '네편'으로 나뉘어 싸워왔고 모든 타인을 잠정적인 적으로 보아왔다. 인간에게 가장 잘 발달되어 있는 기질은 상대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믿을수 없는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능력이라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일반적인 투사이론으로 설명할수 있을것이다. 무의식 깊은곳에 억압해 둔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즉각적으로 타인에게서 보게 되며, 그리하여 예민하고 가차없이 타인을 비난하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시기심때문일 것이다.상대가 가진것, 그러나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저 포도는 실 거야”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여우의 마음이 되어 우리는 타인을 헐뜯거나 비난하다. 한 친구는 교우문제로 마음끓이는 사춘기 아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열사람이 있다면 그중 여섯은 아무 이유없이 너를 싫어하고, 두사람은 이유가 있어서 싫어하고, 나머지 둘은 아무생각이 없다.그게 인간이다.”역시 '부정성의 법칙'의 일단일 것이다. 사실 지난 30년 이상 우리는 무의식 영역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생의 에너지로 하여 살아왔다. 새벽종이 울릴때 일어나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고 노래하며 경제발전을 향해 달리때 우리를 추진시킨 힘은 결핍감.시기심.분노였다. 이제 추진력이 진퇴양난에 빠진 듯 보인다. 개인의 삶에도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내달리는 생의 전반부가 지나면 '중년의 위기' 라 불리는 정체기가 찾아온다. 그 시기가 오면 생의 목표를 수정하고 삶의 방식을 조절하는 모색기를 거쳐야만 전망을 찾을수 있다.우리 사회 역시 '중년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더 냉철한 이성과 판단이 필요한때가 아닐까 싶다. '예언의 자기 성취'라는 사회심리학 용어가 있다고 한다. 말이 씨가 되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뜻이다. 인간의 삶에는 틀림없이 마음먹은대로,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면이 있으며 그 배경에는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힘이 작용할 것이다. 부정적인 말을 많이하는 사람은 그 당사자의 삶이 먼저 부정성에 지배당하는 것을 본다. 이웃나라들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자국의 '민족적 자기애'를 고취시키려 애쓴다. 우리가 뺕는 부정적인 말들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까 두렵다. 부정성의 소유자는 천당에 가도 천당이 편하다고 불평불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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