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독자 시 수필

제목

어버이날의 단상

작성자
남도국
등록일
2016-05-10 20:20:40
조회수
872
어버이날의 단상(斷想)

79회 째 어버이 날, 아들은 열흘 전 외국 출장 간다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어버이 날 못 뵙겠습니다, 맛있는 것 사 드세요, 하며 금일봉 송금했다 말하고 떠났다. 오늘 아침 첫 시간에 며느리, 아버님 어머님 건강하고 즐거운 어버이 날 지내세요, 하고 전화로 축하 해 주어 행복감이 뿌듯하다.

한참 후, 고양시에 사는 큰 딸에게서 즐겁게 잘 지내세요, 하는 두 번 째 전화가 왔다. 6월 4일, 토요일, 못 온다 든 팔순 잔치에 몇 시간만이라도 참석했다가 돌아가겠노라고 깜작 놀라운 말을 귀띔해 준다. 목사가 토요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생명적인 시간, 그날에 그들이 그리도 먼 길을 이른 아침에 달려와 아버지의 조촐한 팔순 잔치에 참여하고 돌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결단이다.

또 한참 후, 셋째 사위가 아버지 어머니 즐거운 어버이 날 되세요 하고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그의 직장이 오는 7월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있을 예정 이라며 기도해 달란다. 20년이 넘도록 정보 통신분야의 좁디좁은 인사 정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또래의 선임계장, 과장 밑에서, 충성과 희생으로 살아온 그가 드디어 일생에 한번 맞이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기도 해 달라는 부탁이다. 그래 기도 해야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그간의 그의 모든 업적이 이제는 세상에서 빛을 보는 기회가 온 것임을 절감하며 흔쾌히 기도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한다.

둘 째 딸은 미세 황사 먼지로 외출을 못하며 집안에서 수 주간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발 마사지 기계를 사서 부쳤으니 2-3 일내에 도착할 것이라는 네 번 째 소식을 전 해 줬는데, 오후가 되도록 어찌된 일인지 막네 사위와 딸에게선 아무 소식이 없다. 혹시 연휴 기간에 가족과 해외여행이라도 갔는가 생각하며 궁금했는데, 4시가 되어 그 사위가 아버지 죄송해요 하고 다섯 번 째 전화가 내 귀를 자극한다. 한 달 전에 갑자기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는데 또 며칠 전 아버지가 비슷한 증세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뇌수술을 받은 후 원광대학교 한방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 중이라 경황이 없어 연락을 못하고 이제야 늦게 하노라고 울먹이며 듣는 나를 슬프고 놀라게 한다. 그분은 37년 생 소띠로 나와 동갑내기며, 지난 달 소천한 안사돈 역시 42년 생 말띠로 집사람과 동갑내기, 20여 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 우연한 인연을 화제로 삼고 웃고 즐기든 일을 기억하며 깊은 감명을 추억하게한다.

교회에서 어버이 날 예배드리며 “늘 푸른 청춘의 삶”이란 제목의 설교로 감동 깊은 은혜를 누린다. 인간의 덕목은, 함께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 먹고 입고 자는 것이 행복하기, 변화와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감사하기, 를 실천하는 내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큰 사위 나이 벌써 쉰다섯, 둘째도 쉰을 넘었고, 막내인 아들도 금방 마흔으로 들어선다. 우리 결혼 한지도 오십일 년이나 되었다. 큰 외손자와 손녀 금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으로 취업하여 들어갔고, 그 다음으로 대학 4년생과 막 대학에 입학한 손녀, 고등학생 둘, 중학생 둘,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 손자, 21명 모두 별 탈 없이 맡은 일 충성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에 만족하고 감사한다.

마을 회관으로 돌아와 젊은이들이 마음과 정성을 모아 준비한 효도 음식과 어버이 섬기는 잔치를 베풀어 주는데 감사하게 동참하고 오후 늦은 시간까지 동네 노인회장의 직무를 감당하기 위하여 노인회관 사랑방에서 G/S게임으로 즐거운 하루를 봉사한다.

내일 월요일 오전에는 종합복지회관에 나가 실내 운동으로 건강을 다지며, 오후에는 컴퓨터, 영어, 시낭송을 배우고 또 지인들과 장기 두며 행복하게 즐겁게 살아 갈 일이 고대된다. 배우는 것은 감동이라 했다.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나는 그런 감동으로 배우며 사는 인생을 계속하고 싶다.

구구 팔팔 이삼사라 하드니, 요새는 일 일 구 팔 팔이라 한다. 백세 시대를 맞아 백 십 구세 까지 팔팔하게 살다 가는 것이 오늘날 노인들의 목표가 되어야 한단다. 절실하게 실감나는 말로 수긍하고 싶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나의 소원은 나라의 균형 있는 발전이 다. 늙은이와 젊은이, 남자와 여자, 있는자 없는자, 온 국민이 하나로 에너지를 모아 평화통일을 이루어 가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통일! 우리 온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속히 이루어졌으면 차아암 좋겠다. 오늘 어버이날 나의 염원 (念願)이다.

2016년 5월 8일
작성일:2016-05-10 20:20:4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게시물 댓글

비회원 로그인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해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기에서는 사용 후 로그아웃 해주세요.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배정훈 2016-06-28 03:38:29
글이 참 깨끗하네요. 문득 부모님께 잘 해야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인 양 살아오신 분들이신데... 이젠 좀 쉬어야겠다. 아니 강제로라도 쉬게 해야겠단 생각이 드는 건 제가 그만큼 나이가 들었단 반증이겠지요.

하단영역

하단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