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발견이며 생활의 활력이기도 했다. 뚜렷한 철학이기도 했다. 나의 가치관이 좀 바뀌었다고나 할까. 땅 한 평 불리는 것보다 글 한편 쓰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쓰고 있는 글들에서 시집과 산문집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무게를 느낀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인생의 여정이 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종착역에 닿는다. 프
벚꽃.3이윤정 4월에는 장님이 눈을 뜨듯 벚꽃들이 꽃눈을 열고세상을 바라봅니다아니우리가 환한 벚꽃들을 눈 뜬 장님처럼 바라봅니다 4월 어느 날 벚꽃은 진눈깨비가 되어펄펄 떨어집니다벚꽃의 낙화를 바라보는 우리들 마음도 어느 새진눈깨비가 되어버립니다. 흙과 함께 살리라.장상 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추석 무렵
최열 아저씨 정유진(울진초 6학년)나는 ‘최열 아저씨의 환경이야기’ 라는 책을 읽었다. 그 중에는 먹을거리, 쓰레기는 물론 물까지 자세히 나와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먹을거리에 대해 쓰려고 한다.책에서는 요즘 어린이들이 옛날 어린이들보다 훨씬 키가 크고 몸무게도 늘었지만 오히려 힘이 약해졌다고 한다. 이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가공
선풍기와 할머니 황지희 (울진중 2학년)제 멋대로 벌어진 갈비뼈 틈사이로 가느다란 바람을 뽑아내는 고물 선풍기가또다시 관절염이 도지는지날갯짓을 할 때마다 또각또각 신음소리를 낸다무덥고 긴 세월 자식들의 바람 되어 살아와허리 굽고 무릎 시려 앓아누운 우리 할머니처럼마당 한가득 붉은 고춧물을 들인 뒤고구마 순을 다듬고애호박 두 덩이열무김치 챙겨우리 가족 가져
환 상 김나현 (울진중1학년)내가 그렇게 큰 것을 바라본 적도 없고,작은 것에 까지 욕심 내 본 적 없는 그저 평범한 17살이다[1] - 흐드러지게 내리던 벚꽃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 걸까... 평소 친하지도 않던 빨갛고 노란머리의 무리들이 내게 소리도 없이 스며들었다‘새학기 친구를 잘 사겨야 1년이 편하다.’ 라는 말이 있다.
꿈꾼다는 건 이 가람 (울진고 1학년)나는 중학생 어린아이 티를 벗고 이젠 제법 어른 티가 나는 고등학생이 됐다. 뭔가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성숙해 진 것만 같은 느낌에 으쓱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무거워졌다.요즘 잔뜩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꿈, 중학생 때 만날 진로교육이다 뭐다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던 ‘꿈&rs
아름다운 오후 안찬오 (후포고 3학년) 햇살이 폭포수 처럼 쏟아진다. 공기는 익다 못해 흐물거리고 지친 기색없는 태양은 오만하게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래서 여름은 강렬하다.내 몸에 머무르던, 타고 있던 버스의 차가운 에어컨 공기는 짜릿한 저항을 일으키며 한 순간에 녹아내렸다. 내가 이토록 땀내 나는 버스까지 타며 가려는 곳은 후포 외곽에 위치한 도서관. 얼
옷 전명선 사람은 평생 인생의 옷을 몇 번 갈아입을까.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뜻하지 않는 사건에 따라 모두 다를 것이다. 보편적인 생각으로는 몇 번의 옷으로 만족하며 생을 마감하길 바라는 이가 대부분이다.그러나 예외는 항상 있는 법.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돌아보면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내 인생의 옷을 자주 바꿔 입었
수산마을 목동(牧童) 이야기 이 상 영세월에 묻혀 살아오면서도 내 고향 수산마을은 늘 자랑스러운 이야기 꺼리가 있다는 것이 퍽 다행스럽다. 가끔 왕피천이 홍수로 범람할 때면, 강물이 마을로 넘치지 못하게 보호하고 있는「마릿재」라는 작은 동산을 휘돌아 나가게 됨으로 마을 이름을 수산(守山) 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뿐만 아니라 마을 위쪽으로는 넓은 대나무
기 생 이요람칠월 기방 처마 끝그늘 한 줌 찾아 봉선화 한 다발은 만발하고 있었다.젊은 기생들이 오색 비단 나풀거리며 눈웃음 흘릴 때늙은 기생 하나,종년을 불러쫓아오는 햇볕 피하지 못해붉게 달아오른 봉선화 꽃잎, 청록 빛 잎을 따다 주먹만 한 돌로 탁! 탁! 분홍빛 피 사방에 튀도록연신 찧으라 시켜댄다.그날 밤늙은 기생의 열 손가락은주황빛 물을 머금고 하얀
죽 변 항 전세중달빛에 젖은 어선들이 돌아와싱싱한 파도를 선창에 부려놓고밤새운 노동의 무게로 중심을 잡는다흡반으로 먼 바다를 끌어당기는 문어의 몸부림은 필사적이다 대게는 긴 다리로 허공을 꼬집는다뭉툭한 곰치의 주둥이가 마지막 호흡에 비장한 결심을 내뱉는다동이 트는 항구가 질펀하다울컥 치미는 비린내밤새 고기 마이 잡았니껴날이 궂어 얼매 못잡았니더구수한 사투리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성이나 과학으로 사유할 수 없는 분야들도 많다.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그렇다. 가령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에게 죽음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가? 또 사랑이란 무엇이고 운명이란 무엇이고 역사란 무엇인가? 등등의 문제들은 결코 과학이나 이성으로 사유할 수 없는 분야들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이성과 과학의 사유 너머에 있으므로
중등부와 고등부, 일반부의 응모된 원고를 읽는 중에 울진사람과 울진의 풍광이 눈에 훤히 그려졌습니다. 수십 년 전에 한 번 가본 울진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고 그 바다와 골짜기들이 그리워졌습니다. 중등부의 김나현 학생이 쓴 글은 정말 중학생이 썼을까? 의심이 들었습니다. 의심할 필요가 없다면, 김나현 학생은 이야기를 꾸며서 쓰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본사 주최 제2회 울진문학상 심사결과, 서울출향인 전세중씨의 시 ‘죽변항’ 이 대상에 올랐다.지난 8월31일 마감된 응모작 수는 일반부에 611편 (산문 206편, 운문 405편), 고등부에 127편 (산문 28편, 운문 99편), 중등부에 136편 (산문 51편, 운문 85편), 초등부에 13편 (산문 5편, 운문 8편)이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