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럽던 꽃샘추위도 막바지 고비를 넘은 듯하다. 어느새 나뭇가지에는 물이 오르고 생기가 돈다. 수없이 반복되는 일인데도 왜 엄동설한이 지나면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지고, 소중한 하루를 기대하게 된다.매화가 봄을 알리고 산수유가 피어날 때면, 우리 신체도 기지개를 켜고 긴 하품을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게 마련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활동이 부족했던 근 골격은 물론이고, 모든 장기는 연쇄반응처럼 서서히 그동안 소비했던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해지게 마련이다.아이들은 성장판의 세포분열이 활동적이고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게 된
평해 장날이면 가끔 붕어빵을 구워서 나누어 주시는 목사님이 있다. 낯익은 또 한 분도 늘 동행 하신다. 작은 손수레에 붕어빵 기구를 싣고 다니면서 지나가는 모든 분에게 아낌없이 무료로 붕어빵을 건네주신다. 참 따듯한 선물이다. 노리끼리하고 맛깔스러운 붕어빵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목사님의 밝은 표정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붕어빵은 국화빵보다는 좀 더 크다. 붕어빵은 단순하게 붕어빵으로만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산타클로스의 행복 보따리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 목사님은 항상 천진스러운 웃음으로 일관하신다.
네팔의 듈리켈 시는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도시입니다. 울진군과 듈리켈 시는 상호 이익과 친선을 위해 지난 2019년에 MOU를 체결한 상태입니다.코로나 여파로 지난 3년간 네팔 의료봉사를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네팔 의료봉사를 재정비하기 위한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눈에 띕니다. 전기 사정도 많이 좋아지고 새로 증`개축되고 있는 건물들의 모습 등 2015년의 지진의 흔적도 많이 지워지고 있습니다.항공기의 트랩을 내려오는데 낯익은 얼굴이 함박웃음으로 반겨 줍니다. 교
지난 9월 16~17일 이틀 동안 주타지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우리 기업인들의 활동과 진출을 위한 “한국-타지키스탄 축제”를 개최하였다. 유라시아 협회는 주관단체로 적극 참여하였고, 의료진도 오랜만에 봉사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듀산베는 타지키스탄의 수도이다. 지금은 너무도 많이 발전된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프간 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은 무시무시한 두려움과 공포였다. 폭격을 피해 난민들은 타지키스탄에 바로 인접한 “판지”란 곳으로 몰려들었다. 코카서스 산맥을 넘어오는 혹독한 겨울바람은 또 다른 위협이었다. 전
무게가 있는 물체를 줄에 묶어서 빙빙 돌리면 그 물체가 밖으로 돌출하려는 원심력이 생기고, 그 반대로 달아나지 못하게 끌어당기는 구심력이 생깁니다.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이 이루어지면(짝힘) 회전운동을 합니다. 밀고 땅기는 힘의 크기가 같으면 균형을 유지하게 됩니다. 비단 이런 현상은 물리적인 관찰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질병의 방어력이나 면역력은 전파력이나 전염력과 최소한 균형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재정이나 경제 활동은 분명
수 년 전만 해도 시골 진료실을 찾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극히 미미했다. 이국에서 적응하지 못해 마음고생을 하는 그들이 또 질병으로 고생하는 게 안쓰럽기만 했다. 의사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진료소를 운영하기도 한다.우리나라에 기여하고 있는 보답의 의미는 물론, 상호 우정과 우의를 표시하는 인간애의 발로다. 그래서 애잔한 동정심이 우러나와 베풀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외국인들은 국내에 정착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친 후에 의료보험을 적용받기도 한다. 국제화 시대에 접어든 요즈음에는 진료실을 찾는 외국인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오는
오전 진료는 항상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때로 아주 난처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점심 식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성격 급한 할머니들이 진료를 재촉한다. 음식물을 우물거리며 진료실로 나오면 버스 시간이 급하다며 처방전 달라고 기세등등하게 요구하는 할머니들이 있다. 그분들의 사정을 이해하면서 진료를 마무리하곤 한다. 도시에서 우물거리며 진료를 한다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일 게다.식후에는 바로 진료실을 빠져나간다. 야릇한 쾌감이 느껴진다. 승용차로 5분 정도 거리에 평해 습지 공원이 있다. 평소 즐겨 찾는 산책로다. 가슴이
코로나로 한 동안 잠잠했던 ‘나눔여행’ 이 다시 활성화 되어야 할 시점이다. 나는 의료봉사라는 말보다는 ‘나눔여행’ 이란 어휘를 즐겨 사용한다. 봉사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거니와, 왠지 모르게 그동안 쌓아왔던 일에 대한 가치관이 허물어지는 느낌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는 일방적인 흐름만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공감과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만 건전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 할 수가 있다. 물론 단어 한 개의 선택으로 그런 가치관이 허물어지거나, 인간관계가
깊은 골짜기에는 아직도 잔설이 희끗희끗하게 보인다. 새벽 공기는 여전히 쌀쌀해서 몸이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비탈길을 종종걸음으로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다. 잠시 숨을 돌리며 들어선 곳이 거대한 식당이다. 식판에 밥을 덜어주는 거칠 듯 고운손이 한결 시선을 끈다. 된장국과 볶은 김치, 무채와 취나물에 고추장을 얹어주며 가벼운 목례와 야릇한 웃음이 스친다. 아침 식사 후 다시 오르는 계단이 끝이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지만 스님은 여전히 사뿐사뿐 걷는 걸음이 참으로 가볍게 보인다. 발끝으로 걷는 모습이 우아하다. 결
지난해 이맘때 봄의 문턱에서 큰 산불이 번졌다. 울진 주민들의 마음은 참으로 안타깝고 애처롭기만 했다. 연이어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어둡고 무겁기만 했다. 봄을 맞으려는 생각은 언감생심 물 건너가 버렸다. 그 후 모든 매스컴은 전쟁과 선거라는 커다란 국내외 문제로 계절의 감각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뉴스에 쫓기고 삶에 지치다가 한 해를 보냈다. 게다가 또 코로나 문제로 얼마나 많은 국력이 소모되었는지 모른다. 모든 의료기관도 정신없이 한해를 극복하였을 게 뻔하다. 차츰 국내 정치를 비롯한 제반 일들이 제자리를
대상포진 예방주사 외래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 중의 하나가 대상포진이다. 수두가 치료된 후에 신경세포에 남아 있다가 신경세포를 타고 피부로 나와 포진이 발생하면서 심한 동통을 유발시키는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면역 저하제를 장기간 사용하거나, 에이즈 등의 감염 또는 악성 종양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중에 나타나기도 한다. 동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포진 후의 신경통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고통을 유발해서 특히 노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질환이다. 현
코로나19로 인한 조치가 한결 완화되었다.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 같다. 직접 얼굴을 마주 보면서 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선후배나 지인들과의 교류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등 각종 모임으로 일정이 바빠졌다. 여전히 갑갑하고 거추장스럽지만,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다. 지난 토요일 대학 동기동창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서로 간의 인사와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던 중에 갑작스레 어두운 화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항상 재미있고 밝았던 동기생이 작고했다는 소식이다. 작고한 동기들을 하나
월송정에 올라 ⑦ 누가 뭐래도 요즘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코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식들이다. 날씨가 싸늘해지면 바이러스는 핵분열이 왕성해진다. 기후가 따듯해지는 환절기보다는 싸늘해지는 환절기가 건강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접종하는 시기도 대개는 9월 말부터 시행하는 이유다. 면역학자들은 면역이 만들어지는 기간을 대개 4~6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바이러스의 종류나 개인에 따라 면역의 지속 기간도 매우 다양하다. 어떤 종류의 예방접종은 영구 면역이 되는가 하면, 또 어떤 것들은 겨우 유행 시기가 지
월송정에 올라 ⑥ 요즘 ‘오징어 게임’이란 드라마가 많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출한 아이디어가 강하게 묘사된 드라마라고 한다. K-pop이 그렇듯이 한류의 특징이 강하게 투영될수록 세계무대에서 시선을 끌게 마련이다.어느 나라든 대부분의 놀이는 공통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쉽게 흥미를 느끼고 참여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항상 접하고 일상적인 생활의 한 단면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발한 착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문화 역시 호기심의 대상이다.비단 세계무대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특징을 살
월송정에 올라 ⑤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데에 예방의학이 가장 중요성, 최우선으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980년대에만 해도 의과대학은 학생들에게 치료의학에 더 비중을 두고 교육하였다. 당시에 예방의학은 두루 섭렵하는 정도 및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였을 뿐이다. 물론 WHO의 입김은 매우 강하게 작용했지만, 의학을 전공하는 의과대학 학생들과 임상 교육을 위주로 하는 대학병원 간에는 대부분이 치료의학에 더 비중을 두었다. 실습 역시도 치료의학 중심이었다. 예방의학의 중요성은 심각하게 논의되거나 관심의 대상에서
월송정에 올라 ④ 가을 하늘만큼 예쁜 게 또 있을까? 9월 중순부터 하늘에 그려진 구름의 모습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보기 좋은 모습들이다. 비가 뿌려진 탓인지 시계가 아주 맑고 깨끗해서 미세먼지나 공해도 느껴지지 않는다. 해안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가슴을 후련하게 만든다. 울진지역은 숲이 많고 해안선이 길어서 가을이면 가장 멋지고 낭만적인 지역이다. 해안선 곳곳이 하나같이 명소다. 특히 봄이 짧게 느껴져서인지, 가을은 바로 울진의 계절이나 다름없다.한국전쟁은 우리 국민의 건강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후에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월송정에 올라 ③ 인체에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미생물 중 가장 작은 단위가 바이러스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는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생물과의 전쟁과 수난의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공군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가친께서는 서울의 변두리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계셨다. 그 당시는 초등학교 보건 교육의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체질 검사였다. 마침 군 복무 중에 받은 첫 휴가를 가친께서는 미리 알고 계셨다는 듯이 바로 몇몇 초등학교 학생들의 체질 검사를 약속했
2015년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의무실장 자격으로 폴란드의 바르샤바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만 응급의료 가방을 호텔 로비에 두고 자리를 뜨고 말았다. 분명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그 구급 의약품 가방을 건네주던 그 호텔 지배인의 친절에 다시 한 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폴란드는 이런 기억이 있는 곳이다. 더구나 밝은 달빛 속의 바르샤바의 야경은 정말 아늑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거리의 벤치마다 작은 스피커에서 흐르는 쇼팽의 음악은 정말 감미롭고 낭만이 넘치는 그런 곳이다. 구 시가지는 고전미를
지난 2월 마지막 토요일은 을씨년스럽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런 날 바람난 사람들끼리 만나고 싶어 힘껏 가속 페달을 밟는다. 포항을 지나고 나서야 추운 날씨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짐짓 걱정스럽다. 빗방울이 흩뿌리고 바람이 점점 더 강해진다. 부산피난 시절의 문인들이 자주 모이곤 했다는 “밀다원 차집”은 어디쯤일까. 전쟁만큼이나 두려운 게 또 질병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밀다원” 차집이 분위기를 살리고 있었다면, 코로나의 질병 속에서 “청사포” 찻집이 그럴듯하지 않을까...아침 겸 점심을 먹을 속셈이었는데 공복감이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