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에 올라 ⑦

 

연세가정의원학과의원 이종규 원장
연세가정의원학과의원 이종규 원장

누가 뭐래도 요즘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코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식들이다. 날씨가 싸늘해지면 바이러스는 핵분열이 왕성해진다. 기후가 따듯해지는 환절기보다는 싸늘해지는 환절기가 건강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접종하는 시기도 대개는 9월 말부터 시행하는 이유다. 면역학자들은 면역이 만들어지는 기간을 대개 4~6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바이러스의 종류나 개인에 따라 면역의 지속 기간도 매우 다양하다. 어떤 종류의 예방접종은 영구 면역이 되는가 하면, 또 어떤 것들은 겨우 유행 시기가 지나면 소멸하기도 한다. 항체의 흔적이 남아있으면 추가접종을 함으로써 기대하는 만큼의 항체가 생기기도 한다.

 

예방주사를 만드는 과정 역시 대단히 복잡하다. 기초과학은 물론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임상실험 역시 필수적인 일이라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투자 후의 기업이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독감 예방접종을 시행할 때쯤이면 바로 김장철이다. 어느 집이든 배추와 무를 미리 절여두고 양념을 버무려 김치를 담그는 일로 온 가족이 동원된다. 김치는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식품이다. 요즈음은 지구상 어디를 가더라도 김치를 맛볼 수 있으니, 우리 선조들의 김치 문화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

 

집마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도 아주 다양하다. 김치와 해물을 적당히 조합하고 생강이나 청각 등으로 독특한 미각을 돋우기도 한다. 일반 김장과는 별도로 백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갓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지역마다 특색과 섬세한 맛을 살려 정성껏 담근 김치는 한 해 동안 가족들의 식탁에 놓인다.

 

김치를 담그는 일은 가사일 중에서도 대단히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일이라서 마을의 아낙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서로 품앗이하는 일에 익숙하다. 노인 인구들이 증가하는 탓에 그나마도 벅찬 일이 되고 있다. 김장철이면 출향 했던 식구들이 품앗이하기 위해 고향을 찾기도 한다. 이런 아름다운 풍습에도 마가 끼는 경우가 있으니 정말로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장철에 노부모의 일손을 도우려고 방문하는 바람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일이 생겼다. 조금만 더 위생과 예방수칙을 지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예방접종과 아울러 예방수칙도 자세하게 마련되고 홍보도 많이 되었지만 적지 않은 확진자들이 발생했다.

 

청정 울진이란 커다란 자부심이 무너지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얼마 전까지 울진은 가장 청정한 지역이라서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동안 울진 의료원을 비롯한 관내의 많은 의료인과 행정기관들이 밤늦은 시각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고맙기만 했다. 수시로 의료기관과 관내의 보건소는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예방접종은 물론, 새로운 확진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오히려 짜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진정한 감사와 고마움을 전한다. 중요한 것은 항상 결과로만 평가하는 일이다. 물론 결과가 좋다면 금상첨화다. 일사불란하게 최선을 다하는 관내의 모든 행정기관과 의료기관에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 지를 모른다.

 

아주 고마운 일은 그뿐이 아니다. 모든 울진군 주민들의 질서 있는 시민 의식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접종 일자를 확인하고 등록하는 번거로움을 무던하게 참고 견디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든다, 최근 들어 확진 수가 줄고 있다. 아마도 가장 수훈갑이라면 울진군민들의 시민정신이 아닐까 한다.

 

IMF 구제 금융 당시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일조하던 모습이 연상된다. 곧 청정 울진의 모습을 되찾게 될 게 틀림없다. 작은 힘을 뭉치는 일은 개성이 강할수록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김장철에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두고두고 기억해야 한다. 올바른 시민 의식으로 똘똘 뭉쳐진 일등 군민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다는 일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내년에는 정겹고 반가운 김장철품앗이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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