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임하연 불영사 깊은 계곡 산안개 피고고요한 호수에 아침이 오면연호정의 연꽂들이 활짝 웃어요와보셨나요 들어보셨나요선창가 희망찬 뱃고동 소리에고단했던 날들은 파도에 쓸려가고아~ 돌고 돌아 다시 돌아와도반갑게 맞아주는 내 고향 울진금강송 소나무 울창한 숲길과하늘 위에 떠있는 유리 바닥이아찔해도 즐거운 스카이워크와보셨나요 들어보셨나요어릴적 꿈 안고 떠났었지만힘들었던 시간은 세월에 묻히고아~ 찾고 찾아 다시 찾아와도따뜻이 안아주는 내 고향 울진
시간을 싣고 달리는 말임 하 연시간을 싣고 달리는 말 붙잡으려면휘어들며 질주하는 그 옆구리에홍화처럼 피어나 따라붙는붉은 노을 흠뻑 찍어다가 주술로하얀 갈기 잔결마다 한 가닥씩 바르고뜨거운 핏줄 펄떡이는 그림을 그려서말이 지나갈 길섶마다 내걸어특급 현상수배 말이 되게 할까고개 숙여 목 축이는 잔등 위로은빛 왕관처럼 흰 김 연기 오르고아침볕이 찹찹하게 내려와 덮이면밤새 바다 위 달려온 백마가엉덩이엔 새치름한 달 올려 앉히고해안가 빙그르르 달음박질치게 할까제 몸으론 따라낼 수 없는 광년의 거리목화솜처럼 뭉게뭉게 부풀어 오르는 우주에서헤벌
새벽녘의 서늘함에홑이불 당겨몸을 친친 감았다가아침 볕뉘에 누리가 데워지면발길질로 이불 걷어차버리지조금의 냉기도 얕은 따스함도참을 수 없다는 듯수없이 끌어당기고 밀쳐내는나는 누구인가?
진도 앞바다를 생각하며... 임 하 연 깊은 바다 밑 캄캄한 어둠에 붙들려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 몸속에 남아있던 숨결은 자개 빛 영롱한 기포로 떠오르고검게 물드는 육신들 일구어낼 듯유장한 몸짓으로 술렁이는마귀할멈 같은 저 물 밑에서까르르 아이들 웃음소리 너희 비밀 아지트인 거긴 걱정도 쫓김도 없이 평안한 거니 어둠 속 황홀한 새 세상에서 모든 걸 잊을 만큼 행복한 거니 오늘도 갯가를 시린 발로 서성이는 넋 나간 발자국 소리들은 안 들리니 거긴
아기별꽃 임 하 연 묵정밭 귀퉁이 응달에힘겨운 듯 고개 든 아기별꽃풀벌레 축축한 울음으로한 철 내내 세상사 들려주고은하수는 밤마다 눈맞춤으로벗이 되어 준다지만어디서 불어오는 바람결 맞아가닥가닥 빗질한 마음처럼오롯이 버티어 선다
서울, 나의 별 임하연 서울의 첫 밤, 별 하나꿈결처럼 내 위에 떠 있었지가난하고 힘없는 이들도저마다 머리 위엔 별 하나 고단한 나날 속에서 어쩌다다디단 안식이 깃들 때면발등에 내려와 그 별도 쉬지 사랑초 흔들며 헤살하는 바람흘겨보며 빛살 둘러 쳐주는오늘도 내 머리 위 별 하나
【단감】 임하연(林河蓮) 툭!내 발끝에 떨어진 단감 하나마른풀로 도르르 굴러가기에불붙을까 얼른 집어 들었다이글거리는 불덩이 같아두 손으로 감싸 드니 등잔불처럼가슴 밝히며 일어나는 어린 날엄마의 야윈 뺨에 볼 부비며뽁뽁 소리로 퍼붓던 입맞춤할 때들큼하게 맡아지던 홍시 내음창백하게 야위시던 그 손길이아파차마 먹을 수 없네 【甘柿】 詩人- Lim Ha-yeon(임하연) / 飜譯 - 黃河突! 在我腳趾上落了的甘柿子一個/ 因往乾草叢嘟嚕嚕滾動/ 怕會起火快拿起了它/把熾熱的火團/ 雙手一捧, 像燈火一樣/ 就照亮胸堂起來的童年/ 用臉頰蹭着媽瘦的臉頰/ 嗞
꽃이 된 슬픔 하 깊고 애잔해 작은 가슴에 다 담을 수 없기에 누르고 덮어도 미어져 나는 그리움 마주하는 사랑은 너무 힘겨워 병 깊은 넋 뼛속의 아픔은 서릿발처럼 시리고 그대의 푸른 휘파람 허공 질러 들려오면 아픈 돌밭에 뿌리박힌 사랑초 는개에 세수한 나비된 듯 꽃송이 터뜨리며 하늘까지 솟구치겠네
양파 Onion 나는 단단한 뼈도 없다 I have no strong bone나는 질긴 가죽 껍질도 없다 I have no durable leather skin나는 칼날 같은 가시도 없다 I have no sharp spine나는 찢어지는 비명도 없다 I have no shriek in fright나는 두려움을 주는 추악함도 없다 I have no horrible hideosity나는 상쾌하게 잘리고 I was sliced neatly나는 겉과 속이 정갈하고 I am white both inside and outside나는 알수록
말로 하는 것은 임하연 웃자고 자꾸 말하지 말고히말라야 빙하처럼 한겨울 햇빛 한아름에 고스란히 녹아내리는얼음강의 가슴으로 웃자 사랑하자는 말 앞세우지 말고한여름 흔들리는 둥지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도 우주를 끌어안듯알을 품어 안는 새들의 마음으로 사랑하자 겨울 가고 꽃 피기 시작했다 - 시집 『새벽을 나는 새』 임하연
사랑하는 아버지!오늘도 비가 계속 내리네요. 그리움에 목이 메어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아무리 그래 봐도 들을 수 없으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께 전화벨을 울려보다가 하릴없이 수화기를 놓았습니다. 꿈길로는 제게 오실 수 있으시지요? 소리쳐 부르면 메아리로 대답해 주실 수는 있으시지요? 아쉽고 애통한 마음에 이렇게 물으며 대답을 보채는 제 모습이 아버지 마음을 혹 아프게 해드리진 않았나요? 아니 이젠 이렇게 묻지 않을래요. 꿈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메아리보다 빠르게 제 귓속에 다정한 아버지의 목소리는 울리고 있으니까요.건강하시던
임하연의 창가에 앉아 ... (43) 매미 임하연 잎과 꽃 되는 씨앗처럼 굼벵이 살에서 돋은 날개 태어나기 위한 오래고 오랜 땅속 열일곱 해 바람이섬광처럼 짧은 일생이라 매미는 억울해 우는 걸까 아름다운 이레의 삶이 이렇게 가는 거냐며 신록 무성한 나뭇가지 온몸으로 부여잡고 매미는 그렇게도 애를 끊으며 우는 걸까 배롱나무 꽃잎처럼 붉은 노을 속으로 질 몸한 점 미련마저 놓을 수 없어 온마음 쥐어짜며허공에 제 이름 외마디 그토록 울고 또 우는 걸까
임하연의 창가에 앉아 ... (42) 일 분만이라도 임 하 연 엄마가 일 분만이라도 살아오시면내 가슴 그 시간 뻥튀기 기계 되어그 넋을 안고 뜨겁게 구르다가우리 마당 햇살 뛰노는 꽃밭 위에 사뿐히 풀어드릴 테야 행복했던 시절 분수처럼 솟구쳐난만하게 흐드러지던 웃음소리 당신의 식은 가슴을 다시 데우고추억에 벅차 차마 돌아설 수 없게 나, 그 손을 꼬옥 잡고 바다처럼 깊어진 내 안의 우물에서술이 되게 익어버린 말들을잘방잘방 별 담아 달 담아 길어 올려 당신 치마폭에 넘치도록 부으면내 고요한 그리움에 고인다디단 서러움에 취해 다시는 떠나
불영계곡 스케치 임 하 연 해 돋는 동해 바다 파도 소리는돌아오라 돌아오라 쉬임없이 재촉하다숨가쁘게 넘고 돌아 천축산부처님 그리매 드리운 불영 골짜기산태극, 물태극 흐르는 물길따라안으로 깊게 깊게 들어가다 수백 년 풍우한설 함께 늙은 소나무 숲청정 비구니의 어여쁜 수행을 굽어보며솔잎 향 미소 흘리다 산안개 자욱하여 나그네의 걸음을 붙잡고하얀 허공으로부터 날
은행잎 임 하 연너 길 떠난 소슬바람 속에서갈가리 흩어지는 마음 여밀 때작은 등불처럼 내려오던노란 은행잎
나무 안에 사는 나무 임 하 연기억을 저장하는 나무에는망각의 수액도 함께 흘러전생을 돌아 나온 영혼이라 해도다 알지 못한다구슬 같은 달빛 한 점 이고 선청춘의 길섶에 핀 들꽃 같은 이여그리움의 솜털이 보송보송 돋아나는나무 한 그루 내 안에 산다---------------------------------■임하연 프로필 (시인, 작가) ▶2012『월간문학』신인
자유 임하연가 없는 무한 허공 젓고 저어 지친 나래구하는 바 무엇이냐 바람 속을 나는 백로이제 그만 둥지나려 따뜻하게 쉬어보렴 둥지 속이 따뜻한가 허공 속이 고달픈가백골이 진토 돼도 허공 속을 날고 날아자유인가 구도인가 산산이 부서졌네 그림 : 박유순 (화가)
노년 후회 임하연 새끼제비 입 벌리며 어미 기척 환호하고 까막새도 먹이 물어 어미 봉양 효심 정성 무상하게 세월 가면 부모·자식 정도 쇨까 젊은 가족 노는 뒷전 백발 아래 새는 한숨 맹목적인 내리사랑 헛되구나 후회할 뿐 그림 : 박유순 화가
봄날의 우레 임 하 연 멀고 먼 길 마음 급해 쾌마 타고 달려오니 내 마음도 모르는 채 너 정녕 떠났기로 화창하던 봄하늘이 순식간에 칠흑동천 이별하는 미몽일까 맑은 날의 우레인가 마음을 할퀴는 바람 무너져 내리는 꽃비 그림 (박유순 화가)
짝사랑 2임하연(경희)이유 없이 내 옷깃 들썩이고무심하게 가는 저녁 바람구비구비 돌아 달리면얼마나 먼 길 어디로 가나어느 들 어느 골 솟구쳐 산마루높고 높은 그리움의 한숨마다꽃들이 떨어지고아직 한 가닥 미련마저버릴 수 없어 접을 수 없어할퀴며 가는 바람쓰라린 기다림의 삶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