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싣고 달리는 말

임 하 연

시간을 싣고 달리는 말 붙잡으려면

휘어들며 질주하는 그 옆구리에

홍화처럼 피어나 따라붙는

붉은 노을 흠뻑 찍어다가 주술로

하얀 갈기 잔결마다 한 가닥씩 바르고

뜨거운 핏줄 펄떡이는 그림을 그려서

말이 지나갈 길섶마다 내걸어

특급 현상수배 말이 되게 할까

고개 숙여 목 축이는 잔등 위로

은빛 왕관처럼 흰 김 연기 오르고

아침볕이 찹찹하게 내려와 덮이면

밤새 바다 위 달려온 백마가

엉덩이엔 새치름한 달 올려 앉히고

해안가 빙그르르 달음박질치게 할까

제 몸으론 따라낼 수 없는 광년의 거리

목화솜처럼 뭉게뭉게 부풀어 오르는 우주에서

헤벌려진 입술로 투루루 투레질하며

우주의 중심에 끈으로 매인 양 사력으로 휘돌다가

품에 안기듯 별을 따라 천궁으로 가게 할까

그 등에 오르면 나도 돌아갈 수 있을까

 

임하연(시인/작가)
임하연(시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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