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에 올라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요즘 오징어 게임이란 드라마가 많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출한 아이디어가 강하게 묘사된 드라마라고 한다. K-pop이 그렇듯이 한류의 특징이 강하게 투영될수록 세계무대에서 시선을 끌게 마련이다.

어느 나라든 대부분의 놀이는 공통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쉽게 흥미를 느끼고 참여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항상 접하고 일상적인 생활의 한 단면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발한 착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문화 역시 호기심의 대상이다.

비단 세계무대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특징을 살려서 나름대로 지방 문화를 가꾸고 육성하는 경우가 많다. 전주의 한옥마을이 그렇고, 경주의 신라문화들이 그렇다. 다른 지역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도 없는 그 지방의 고유문화다.

울진 금강송은 자연의 혜택을 한껏 살려서 좋은 향토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적인 특성은 어느 정도 지방색이 강하게 배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방색이 강할수록 특징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하늘과 바다의 색깔도 잘 어우러지고 있다. 수평선 끝에는 같은 푸른색으로 맞닿아 있지만, 실제는 엄연히 다른 색깔이다. 하늘 색(스카이 블루)과 검남색(네이비 블루)으로 구별된다.

점차 바람이 싸늘해지는 요즈음은 오징어 집어등의 환한 불빛이 바닷가의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아무 때나 오징어 집어등이 불을 밝히는 건 아니다. 바닷물의 수온이 차가워지면, 주광성인 오징어들은 빛을 따라 조류를 타고 밀려든다고 한다. 집어등을 밝히는 이유다.

뱃사람들의 활동은 실로 무형의 문화나 다름없다. 그동안 단순한 삶의 현장으로만 생각해 왔다. 늦가을 자정이 지난 시간에 차량으로 구주령을 넘다가 잠시 산 정상에서 멀리 동해안을 바라보고 절로 감탄을 하고 말았다.

늦은 시각에 저 멀리 수평선 위에선 진정한 삶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집어등은 아주 멋진 오로라처럼 수평선 위의 하늘을 훤하게 밝히고 있었다. 정말로 황홀한 광경이다. 물론 동해안의 모든 지역에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일이다.

늦가을에 구주 령에 올라 골짜기 넘어 먼 바다 위를 감상해 보자. 울릉도처럼 바다위에서 바라보는 집어등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게 틀림없다. 뱃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에 감사드리게 된다.

구 주령에서 먼 바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건 울진만의 고유한 자산이다. 누군가 내가 하는 일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낀다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격려가 된다. 너무 춥지 않은 날, 군것질 할 구운 오징어를 준비해서 구주령 산마루에 올라 수평선의 볼거리를 감상해 보는 일은 어떨까.

더 활동적인 사람들은 오징어 배를 직접 타보는 아주 적극적인 사람들도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몸소 삶을 배우고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소비하는 문화에서 현장을 이해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역시 좋은 교육이나 다름없다.

한 때는 오징어가 너무 많이 잡혀서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오징어가 씨가 말랐다며, 울상을 짓는 뱃사람이 생겼다. 중국어선이 싹쓸이한다는 말도 있다.

낯이 짧아지는 요즘의 퇴근길에는 으레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집어등이 밝을수록 공연히 마음이 훈훈해진다. 퇴근길에는 당연히 빼놓지 않는 화제가 오징어 배의 집어등이다. 울진에서 삶을 이어오는지 이십 년쯤 되고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저렇게 밤잠을 못 이루며 집어등 아래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풍요롭기를 바라게 된다. 싸늘한 가을바람인데도 집어등 밑에서 일하다보면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화상까지 생긴다.

오징어잡이는 단순한 고기잡이가 아니다. 향토문화를 이해하고 지키는 일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풍요로운 삶과 건강이 유지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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