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에 올라 ⑤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데에 예방의학이 가장 중요성, 최우선으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980년대에만 해도 의과대학은 학생들에게 치료의학에 더 비중을 두고 교육하였다. 당시에 예방의학은 두루 섭렵하는 정도 및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였을 뿐이다.

물론 WHO의 입김은 매우 강하게 작용했지만, 의학을 전공하는 의과대학 학생들과 임상 교육을 위주로 하는 대학병원 간에는 대부분이 치료의학에 더 비중을 두었다. 실습 역시도 치료의학 중심이었다.

예방의학의 중요성은 심각하게 논의되거나 관심의 대상에서 비교적 소외되곤 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에서도, 숱하게 많은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문제들은 주로 치료의학에서 출제되었다. 몇몇 임상과목은 예방의학적인 면이 강조되기도 했지만, 상식적이고 평범한 사실들이 많아서 그다지 집중해서 공부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예방의학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의료보험이 시행되면서 관심의 초점이 모아졌다. 그러나 예방의학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것은 근래 사스(SARS)나 신종플루, 조류 독감, 메르스(MERS) 등과 같은 감염병이 폭발적으로 발생하면서부터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만연으로 전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코로나는 국민의 모든 생활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학교는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집단행동이 금지되고, 소상공인들에게는 경제 활동조차도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해마다 가을이면,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서도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면서,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의 예방접종 못지않게 어른 자신들의 예방 접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올해는 두 차례의 코로나 예방접종과 더불어 독감 예방주사는 물론이고, 코로나 추가접종까지 시행해야 한다. 어쩌면 치료의학에 전념했던 개원의들도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환자들의 분포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진료를 해야 하는 환자보다는 예방접종을 하는 환자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는 기현상을 보인다. 예방으로 질환이 감소한다면, 의료보험의 치료비 지급에서도 훨씬 경제적이다. 그렇다고 힘들게 공부한 치료의학 중심의 의학이 쇠퇴하여서는 안 된다. 치료의학이 더 발전할 수 있고 기초의학이 더 깊은 연구와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만, 전반적으로 의학이 발전하게 되는 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기초의학이 선진국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 예방접종은 그동안 전 국민을 상대로 접종을 하는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아직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를 다시는 범하지 않고, 마스크 착용만이라도 속히 해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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