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원과 원장

월송정에 올라 ... 8회

 

코로나19로 인한 조치가 한결 완화되었다.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 같다. 직접 얼굴을 마주 보면서 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선후배나 지인들과의 교류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등 각종 모임으로 일정이 바빠졌다. 여전히 갑갑하고 거추장스럽지만,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다.

지난 토요일 대학 동기동창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서로 간의 인사와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던 중에 갑작스레 어두운 화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항상 재미있고 밝았던 동기생이 작고했다는 소식이다. 작고한 동기들을 하나둘 꼽으면서 어두운 안색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당뇨를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저혈당으로 세상을 하직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의료계에 몸담아 온 그가 설마하니, 그렇게 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를 못했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훌쩍 떠나버린 동기생의 생전 모습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진료 중에 국민 MC 송해 선생님의 부음을 들었다. 전국노래자랑은 울진에서도 여러 번 개최되었고, 그때마다 송해 선생님의 재치있는 사회로 울진 군민들이 흐뭇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분의 활동은 일일이 열거 하지 않아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누구나 다 가야 하는 길이지만, 왠지 모르게 안타깝고 아깝다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애석하지만, 온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송해 선생님의 명복을 빌어본다.

살아가면서 아마 주어진 일과 맡겨진 본 분을 다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성실한 삶의 기본을 배우곤 한다. 유년 시절의 생활이 반드시 말년에까지 한결같을 수는 없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변화되기도 하지만, 초심을 끝까지 지키려는 몇몇 사람들에게서 커다란 교훈을 얻는다.

요즈음 독신자가 늘어나고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모순된 사회로 지향하고 있다. 초 고령 사회로 접어든 지역에서는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가 고독사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런데 독거노인들이 증가하고 1인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인류학자들은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모르겠다. 아직은 할 일이 남았는데 하직을 고하는 사람들과 독거노인들의 허망한 죽음을 생각하니 착잡해진다. 진료실을 찾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혈당을 조금 높게 유지하면서, 할 일을 다 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것도 의사의 일이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영면에 들 수 있는, 바람직한 마무리를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