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에 올라 ... 18회

 

이종규 평해연세의원 원장
이종규 평해연세의원 원장

네팔의 듈리켈 시는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도시입니다. 울진군과 듈리켈 시는 상호 이익과 친선을 위해 지난 2019년에 MOU를 체결한 상태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 3년간 네팔 의료봉사를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네팔 의료봉사를 재정비하기 위한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눈에 띕니다. 전기 사정도 많이 좋아지고 새로 증`개축되고 있는 건물들의 모습 등 2015년의 지진의 흔적도 많이 지워지고 있습니다.

항공기의 트랩을 내려오는데 낯익은 얼굴이 함박웃음으로 반겨 줍니다. 교장선생님과 듈리켈로 오는 동안 그간의 소식들을 주고받았습니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학교의 상황이나 사회적인 사건 등 비판을 겸한 정치 푸념도 빠질 수가 없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새로 탄생한 4개월 된 딸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사모님과 다른 식구들과도 오랜만에 반가움을 나누었습니다. 듬직하게 성장한 아들(바부)은 무게가 있고 든든하게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요즘이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축제 기간입니다. 이미 10년이 넘게 이 학교를 방문하다 보니, 축제기간 중의 하루는 우리 팀을 위한 특별한 날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애국가를 연주하고 아리랑을 브라스 밴드로 연주합니다. 이 나라 최초의 학교 브라스 밴드입니다. 지난 10년간 의료봉사 팀은 이 학교에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주고, 훈련시키는 일에 많이 노력했습니다. 타국에서 힘차게 목청을 돋워 애국가를 불러보는 일은 아주 진한 감동을 선사 합니다. 우리가 시작했던 작은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억을 남겨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가 보였습니다. 졸업생 중의 두 사람이 의과대학에 입학했는데 한 사람은 졸업이 다 되어 갑니다. 음악 선생님도 역시 이 학교 졸업생입니다. 이런 일들이 몹시 흐뭇합니다. 네팔은 참으로 소박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조금이라도 보답하려고 합니다. 가식이 없고 진솔한 모습이 마음에 쏙 듭니다.

이번 여행 중에 놀라운 일 중의 하나라면, 다음 세대들에 대한 우리나라의 교육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진국으로 자처하면서 다음 세대들에 대한 교육계획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르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여섯 살이던 ‘바부’는 이미 열 살이 되었습니다. 유아 시절 네팔 의료봉사팀은 진료를 끝낸 후 포카라에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앨리나(교장 선생님 사모)’는 혼자서 아이를 돌보기가 벅찬 상태여서 동행을 했습니다. 아이의 뒷바라지는 온통 교장선생님의 몫이었습니다. 나는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두 사람의 정성이 앞으로 십 년 후에 어떻게 나타날까를 의구심을 갖고 기록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동행하는 일정을 만들었습니다. 십 년 전의 낙서 기록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아주 흥미롭게 전 일정을 예의 주시하곤 했습니다. 고작 열 살 어린아이의 성장은 아주 놀랍도록 어른스러워졌습니다. 그는 드럼을 선호했고 아주 신나고 흥미롭게 리듬을 이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또 제2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합니다. 자신의 의사소통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어휘력도 상당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때에 따라서 네팔어와 힌디어를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습니다. EEB 학교에서는 거의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학 시간에도 선생님들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십 년 후를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가정교육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인격의 완성 후에 학문과 기술 습득이 그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거꾸로 시행하고 있는 게 아닌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올바른 인성과 인격의 완성은 결코 학교에서 배우거나 가르쳐서 되는 건 아닙니다.

지난 십 년간 네팔의 한 학교와 가정을 찾아보면서 느끼고 배운 점이 너무 큽니다. 실로 가정교육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합니다. 아이에게 귀찮은 모습이나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입니다. 그 아이에게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일입니다. 가식이 없고 진솔한 태도와 진정을 보여 주는 일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아이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십 년이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우리에겐 아주 좋은 본보기가 될 게 분명합니다. 포카라의 십 년을 되새김질하는 진정한 반성의 시간이 고맙기만 할 뿐입니다. 네팔 의료봉사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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