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에 올라 ... 19회

이종규 평해연세의원 원장
이종규 평해연세의원 원장

평해 장날이면 가끔 붕어빵을 구워서 나누어 주시는 목사님이 있다. 낯익은 또 한 분도 늘 동행 하신다. 작은 손수레에 붕어빵 기구를 싣고 다니면서 지나가는 모든 분에게 아낌없이 무료로 붕어빵을 건네주신다. 참 따듯한 선물이다. 노리끼리하고 맛깔스러운 붕어빵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목사님의 밝은 표정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붕어빵은 국화빵보다는 좀 더 크다. 붕어빵은 단순하게 붕어빵으로만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산타클로스의 행복 보따리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 목사님은 항상 천진스러운 웃음으로 일관하신다. 서울역 앞이나 지하철에서 처럼 교회에 나오라고 하거나, 예수를 믿으라고 전도하는 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워지고 붕어빵을 나누어 먹던 친구가 그리워진다. 우리 식구들도 붕어빵을 즐겨 먹곤 했다. 돌아가신 선친께서도 붕어빵을 참 좋아하셨다. 그런 가족들과 지난 시간이 그립고 따듯하게 보듬어 주지 못했던 시간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란 걸 알면서도 막상 배려하지 못했던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연말이다. 연말은 아쉬움과 참신한 희망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지나온 일 년을 반추하면서 즐거움보다는 반성할 일이 더 많아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역시 가족들이다.

 

언제나 함께 있어 주지 못하고 늘 앞만 보고 가는 게 항상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실은 언제나 상대적이고 그에 따른 양보를 감수해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이타적일 수는 없다. 사과하고 미안한 감정으로 그때그때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항상 응어리가 남기 마련이다.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남겨두면 늘 미련이 남는다.

 

돌이켜보면 숱하게 많은 일들이 그런 상태로 남아 있으니 어찌할꼬?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말씀이 새록새록 생각나고 더 새삼스러워진다. 멀리 간 친구들과 바쁘다는 핑계로 조촐한 막걸리 한잔을 돌리지 못한 일이 자못 가슴이 시려진다. 그러기에 으레 반성과 후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아무런 대가 없이 붕어빵을 나누어 주시는 목사님을 보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진료실을 찾았던 많은 환자에게 정말 최선을 다해서 진료했던가를 되짚어 보니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다. 휴가나 학회는 뻔질나게 참석하면서도 막상 괴롭고 아픈 환자는 도외시한 적이 많았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환자들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잊어버렸지만 조그만 상처라도 받았으면 그건 분명 평생 아픔으로 남을 수 있다. 나와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과는 또 어떠했는지? 혹시라도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작은 아픔이라도 준 적은 없었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사회적 생활이 바로 사람이라는 존재다. 연말은 과거와 미래의 접합점이다. 지난 일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반성과 성찰이 우선하고 새로운 시간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계획하는 시점이다. 작지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붕어빵 같은 진료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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