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에 올라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인체에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미생물 중 가장 작은 단위가 바이러스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는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생물과의 전쟁과 수난의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공군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가친께서는 서울의 변두리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계셨다. 그 당시는 초등학교 보건 교육의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체질 검사였다.

마침 군 복무 중에 받은 첫 휴가를 가친께서는 미리 알고 계셨다는 듯이 바로 몇몇 초등학교 학생들의 체질 검사를 약속했다면서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 일주일 내내 학생들의 체질 검사에 모든 휴가를 소비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하나의 요령을 터득한 게 있었다. 아이들의 발육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강 요소를 전부 다 점검할 수는 없고, 몇 가지만을 나름대로 정해서 진찰하면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다.

성장과 발육에 가장 중요한 심장의 박동 소리와 기형의 여부, 그리고 영양 상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심장 소리는 청진기를 사용해서 잡음이나 불규칙한 박동 소리만을 점검하고, 기형의 여부는 주로 구강 상태를 관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영양 상태는 결막을 관찰하면서 심하게 창백하거나 황달 여부를 점검했다.

근래 코로나 환자의 발생만큼이나 예방 주사 역시 심심치 않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 예방 주사와 다르게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다 보니, 예방 접종을 꺼리고 심하게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미접종자에게는 불이익을 준다는 소문도 있다. 가뜩이나 두려운 일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다 보니, 비효율적인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럴수록 예진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진료실에는 군의관 시절에 정해두었던 예진 지침을 새롭게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 예방 주사의 가장 큰 부작용은 혈전과 심장에 무리를 준다는 것이다. 심낭염이 그런 종류다. 그래서 반드시 심장 소리를 청진하여 부정맥이나 잡음, 빠른맥, 느린맥 등을 기록으로 남긴다. 호흡 시에는 파열음, 마찰음과 더불어 심한 천명음을 들으면 역시 기록으로 남긴다.

다음으로 안구의 결막을 관찰하고 빈혈과 황달을 찾아보는 일이다. 나름대로 이 정도의 지침만은 꼭 예진표의 이면에 기록하고 있다. 하루에 한두 명 정도 발견되고 있다. 그런 분들에게 예방 접종은 본인의 의사에 따르고 있다.

아무튼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해방될 날은 요원해 보인다. 이미 토착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다. 어쩌면 그러면서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수난의 고비가 더 있어야만 할 것 같다.

추워지기 전에 갈무리가 중요하듯이 노인들에게는 예방 접종 또한 등한히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아직도 1차 접종을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코로나 예방 접종은 추가 접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하고, 또 매년 또는 격년에 걸쳐서 추가 접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인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 예방 접종의 목적이다. 예방 접종을 받으려면 질병관리본부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고 확인하는 절차만이라도 최일선의 의료기관에 맡겨 주었으면 좋겠다. 일선 의료기관은 생각지 않았던 규제와 제약으로 인해 환자 진료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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