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에 올라 ... ❷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2015유라시아 친선특급행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의무실장 자격으로 폴란드의 바르샤바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만 응급의료 가방을 호텔 로비에 두고 자리를 뜨고 말았다. 분명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그 구급 의약품 가방을 건네주던 그 호텔 지배인의 친절에 다시 한 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폴란드는 이런 기억이 있는 곳이다. 더구나 밝은 달빛 속의 바르샤바의 야경은 정말 아늑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거리의 벤치마다 작은 스피커에서 흐르는 쇼팽의 음악은 정말 감미롭고 낭만이 넘치는 그런 곳이다.

구 시가지는 고전미를 그대로 잘 살려 눈요기에도 충분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와 맞물려 잔혹할 만큼이나 안타깝고 애석한 이벤트나 다름없다.

수년 전 올림픽에서 두 팔이 없는 선수가 수영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던 모습이 아주 신선해서 강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장애를 조금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한동안 깊이 각인되어 삶의 전환점이 되는 듯했다. 때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어려워지면, 우리는 도전보다는 오히려 체념해 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삶의 역경이 더 냉엄하고 준엄해서 왜곡된 현실도 수긍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 우리나라의 최연소 선수가 출전한 여자 탁구 단체전 경기가 시종일관 관심을 끌었다. 수년 전의 올림픽에서 크게 감명을 받았던 두 팔 없는 수영 선수의 교훈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상대는 폴란드의 두 명의 여자 탁구 선수다. 그 영상을 접하는 순간 다른 곳으로 조금도 눈을 돌리지 못하고 화면을 응시했다. 폴란드의 파르티카선수는 오른손의 하반부가 절단된 상태였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정열과 투지를 갖고 생활에 임했는가를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선수는 자기 삶의 궤적을 재연하는 것으로 보였다. 비록 게임은 패했지만, 그 선수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경기에 임하는 그런 자세가 얼마나 훌륭한지 모르겠다.

지난 수년간 하찮은 일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게 너무도 부끄럽다. ‘파트리카선수는 비록 패했지만, 그녀에게 힘껏 큰 박수를 보낸다. 폴란드 선수들과 폴란드 국가에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 고희의 나이가 되어서야 올림픽 정신의 진정한 뜻을 알 듯하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비록 도쿄 올림픽은 적자와 코로나로 망해버린 흥행이지만, 뜻밖의 깊은 인상을 남겨준 올림픽으로 기억될 게 틀림없다. 삶이 다하는 날까지 정정당당한 올림픽 정신으로 새롭게 무장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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