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에 올라 ④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가을 하늘만큼 예쁜 게 또 있을까? 9월 중순부터 하늘에 그려진 구름의 모습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보기 좋은 모습들이다.

비가 뿌려진 탓인지 시계가 아주 맑고 깨끗해서 미세먼지나 공해도 느껴지지 않는다. 해안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가슴을 후련하게 만든다. 울진지역은 숲이 많고 해안선이 길어서 가을이면 가장 멋지고 낭만적인 지역이다. 해안선 곳곳이 하나같이 명소다. 특히 봄이 짧게 느껴져서인지, 가을은 바로 울진의 계절이나 다름없다.

한국전쟁은 우리 국민의 건강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후에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국민이 영양실조와 더불어 기생충 질환으로 많은 고통을 당해야 했다.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체력 향상도 눈부시게 달라졌다. 체격과 더불어 체력의 증강은 종전 직후의 그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노쇠하고 나약한 노인들의 체중은 유별나게 저조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가끔은 정상 성인에게서도 심한 다이어트로 체중을 무조건 줄이고자 하는 경우가 나타나서 투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도 있다.

이런 현상은 산업화 과정을 지나오는 동안에는 정말로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춥고 배고프던 과정을 지나면서 급격하게 풍요로운 과정이 정상적인 발전보다는 무언가 기형적인 현상으로 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단 인체의 변화에서만 느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인 문제나 교육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도 조금씩 이탈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편치가 않다.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거나 특별한 조치가 요구될 때,우리 민족은 참으로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했다. 분명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이지만 역시 잘 헤쳐나가고 있을 게 틀림없다.

추분을 지나면서 풍요로운 추석도 지나 날씨도 선선해지고 분명 책을 가까이 할 수도 있는 계절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요즘은 책을 벗 삼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가까이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새로운 매체인 유튜브의 출현으로 많은 사람의 시청각이 쏠리고 있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난립한 채널 중에는 또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니,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것저것 등을 고루 생각해보면, 역시 고전을 읽고 음미하는 일만큼은 누가 뭐라 해도 가장 커다란 양식이 된다.

한 때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지속적이고 꾸준히 읽어 보던 신문사의 사설이 요즘은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중앙 일간지의 사설은 입시생들에게는 거의 필수나 다름없는 입시 과제물이 되곤 했다.

비록 지방의 작은 신문사에 불과하지만, 울진신문을 훑어보는 즐거움이 소소하게 재미있을 때도 있다. 올해에 창간 30주년이라고 하니, 축하 하는 마음과 더불어 더욱 발전하기를 빌어본다.

알찬 내용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지역사회의 기둥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울진 신문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아울러 이 좋은 계절에 건강한 체격으로 마음 편하게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는 만들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다.

 

/이종규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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