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시인의 운문부 심사평


                시인 이재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성이나 과학으로 사유할 수 없는 분야들도 많다.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그렇다.

가령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에게 죽음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가? 또 사랑이란 무엇이고 운명이란 무엇이고 역사란 무엇인가? 등등의 문제들은 결코 과학이나 이성으로 사유할 수 없는 분야들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이성과 과학의 사유 너머에 있으므로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로는 해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른 형식의 언어 즉 신화 은유 이미지 상징 등의 언어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자신만의 눈으로 세계, 그것도 본질을 직시해야 그 해명이 가능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여러 시간 논의 끝에 다음과 같이 합의를 보았다. 투고된 시편들 중 대상으로 <죽변항>을 뽑는데 큰 이견은 없었다. 이 작품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이었다. 시상 전개가 자연스러워 구성에서의 안정감이 돋보였고, 대상에 대한 형상적 언어 표현도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부의 일상 세목을 세세히 다 다루지 않고 대상을 특화시켜 생동하게 전경화시킨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만 1연의 3행에서 진술된 시적 표현 즉 “목선은 노동의 무게로 중심을 잡는다”라는 구절은 현실에 대한 구체성 대신 안이한 추상성을 드러내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밖에 <기생>, <민달팽이 자서전> <벚꽃. 3> 같은 시편들도 주목을 끌었으나 완결성에서 다소 미진한 감이 없지 않아 당선권에는 이르지 못했다. 시 <기생>은 발상이 탁발하나 뒷심이 부족하여 시를 열 때만큼의 충격에는 미치지 못했고, <민달팽이 자서전>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나 ‘달팽이’를 소재로 한 기왕의 시편들과 큰 차별성을 주지 못했다. 또, <벚꽃. 3>은 완성도가 높은 시편이지만 특별한 개성을 연출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적 긴장은 내용이나 의미의 추구에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미적 완결성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란 ‘무엇’보다는 ‘어떻게’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장르다. 이 점 시문학 지망생은 크게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투고된 시편들 중 어떻게 보다는 무엇에 더 비중을 둔 것들이 많았기에 하는 말이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말을 낙선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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