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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동남쪽 바닷가
윤석중
천릿길 동남쪽에 바닷가 울진(蔚珍) 땅에
봄이면 살구꽃 복사꽃이 피는 마을
주야(晝夜)로 석간수(石間水) 솟는 몽천(蒙泉)마을 내 고향.
꿈에도 떠오르는 매화천(梅花川) 물놀이는
지금도 못 잊어서 품고 사는 늙은 아이
반세기(半世紀) 지난 지금도 어린 시절 꿈결이여.
매화천 물줄기는 건천(乾川)이 되어가고
그 옛날 몽천(蒙泉)샘가 시(詩)를 읊든 시객(詩客)들도
발길이 끊어졌지만 샘물은 변(變)함 없네.
봄이면 물새 울고 여름엔 매미 울고
가을엔 기러기 떼 나르는 한적한 곳
겨울엔 까마귀 떼가 마을 앞에 진(陣)을 치고.
눈감고 생각하면 꽃잎 지듯 저버린 날
아리는 깊은 상혼(傷魂) 가슴은 저며 오고
외롬은 그림자인 냥 내 곁에서 맴을 돈다.
그 무슨 미련(未練)으로 그리움에 매달이나
재 넘어 가는 세월 잡은들 게 있으랴
선잠에 뒤척이는 밤 회한(悔恨)만 살아난다.
풀잎에 젖어드는 잔잔한 추억들이
지긋이 눈감으면 환하게 돋아 피니
한세상 지고 온 등짐 노을 속에 벗어두자.
홍안(紅顔)에 백발(白髮)까지 기우린 팔십 평생
가난에 지친 삶을 연실 꿰어 풀어놓고
그림자 밟고 뒤돌아 바라보는 먼 영마루.
지금도 가고프라 내 고향 울진 땅에
가고픈 마음이야 있어도 못가는 신세
심중(心中)엔 언재나 고향에 가고픔을 품고 산다.
작성일:2017-10-20 14:5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