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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강 언덕에서
윤석중
통복천(通伏川) 자전거길 종점(終點)인 둑방에서
갚은 숨 몰아쉬고 강심(江心)을 바라보며
펄떡인 앙가슴 헤쳐 강바람을 안는다.
강가에 두툼한 옷 입고 앉은 강태공(姜太公)들
언제나 침묵(沈默)으로 강을 지켜 앉았다가
요행(僥倖)이 대어(大魚) 잡히면 희색만면(喜色滿面) 하겠지.
기차(汽車)는 긴 꼬리에 소음(消音)을 흘리면서
고가(高架)를 타고 넓은 들판 위를 달려가고
물오리 한 무리 강(江)에 한가로이 노닌다.
이제는 추수(秋收) 끝난 인적(人跡)끊긴 빈 들녘
까마귀 진(陳)을 치고 벼 베간 그루터기
짚뭇이 하얀 보 쓰고 바위인 냥 앉았다.
작성일:2017-11-24 1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