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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시 수필

제목

천사의 손

작성자
남도국
등록일
2018-02-10 20:10:44
조회수
304
천사의 손
남 도 국

울진장애인 복지관에 들어서면 작은 커피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을 작음 규모의 작은 탁상위에 봉지 커피, 매밀 차와 녹차가 진열돼 있고 종이컵과 숟가락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자세히 눈여겨보니 뒤편에 조그마한 동전 통 한 개가 먼지에 덮여있다. 한 어여쁜 여인이 심하게 절룩거리는 모습으로 탁자 앞으로 다가가드니 녹차봉지를 개봉하고 종이컵에 담아 뜨거운 물에 타서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탁자위에 놓고 식히는 동안 주머니에서 동전 한 푼을 집어내어 동전 통에 떨어뜨린다.

통이 비어있어 동전 떨어지는 소리 한참 멀리 떨어져있는 나에게 까지 땡 그렁하고 들린다. 바로 직전 나도 커피한잔을 타먹으며 무인 커피숍으로 착각하고 천사의 손으로 집어넣는 동전 한 푼도 넣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갑자기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 생겨난다.

천사의 손길을 보면서 죄책감에 잠시 머뭇거린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 한 잔 대접하여 기쁨을 선사할 마음으로 준비한 손길은 진정 천사의 마음이다. 녹차도 커피도 매밀 차도 돈 들여 사온 게 확실하다. 나도 세상에 태어나 작은 것이라도 베푸는 법을 터득하고 실행해 보기를 결심해 본다.

잠시 후 식사를 늦게 끝내고 나오는 한 분이 있어 그분께 차 한 잔 하자고 권해본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녹차 한잔을 데운 물에 타서 휘휘 젓는다. 이때를 놓칠세라 나도 동전 한 개를 통 안으로 떨어뜨린다. 역시 땡그랑 소리를 울리며 부끄러워하든 내 마음을 위로받게 돌려준다. 정신이 맑아지고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런 마음으로 장기를 두니 몇 판을 연거푸 승리한다. 그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부인께 말 했더니 잘했다 칭찬한다.

칭찬받아 즐겁고, 장기 두어 이겨서 즐겁고, 이런 모든 것들로 인하여 나의 하루는 즐거움으로 마감하게 된다. 돈 많이 들여 만난 것도, 시간 많이 걸려서도 아니고, 땀 흘리고 애써서 얻은 것도 아닌 공짜로 얻어진 은혜와 축복이다. 나는 그날 우연찮게 기대치도 않던 천사의 손길을 발견하고 내 인생의 가장 기쁜 날로 역사에 기록한다.

2018년 02월
작성일:2018-02-10 2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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