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서프라이즈 김재중 기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온갖 딴죽걸기에 나서고 있다. ‘2007 남북공동선언’에 포함된 경협관련 내용을 “천문학적인 퍼주기”로 규정하고 국회 차원의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포문은 정형근 의원이 열었다. 정 의원은 5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남북 간 경협확대에 소요되는 비용이 총 30조 5300억 원에 이른다”며 “개성공단 2·3단계 추진사업에 13조 1000억 원, 해주특구에 15~20조원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곧바로 ‘퍼주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김용갑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에 참석 “남북경협 비용이 30조원에서 50조원, 일부 신문은 6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천문학적 퍼주기’ 아니냐”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개발규모도 아직 설정되지 않았는데, 지금 (재정 소요를)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발하며 “독일 통일 과정에서 서독은 동독에 1년에 100조씩 15년을 지원했다”고 언급했다. 지금 재정규모를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재정수요가 발생한다 해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
한나라당이 경협비용을 과다하게 예측하며, 이를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정황은 한 민간연구소의 경협관련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협문제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2007 남북정상선언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협 소요자금을 ‘10조2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해주특구 500만평 개발을 기준으로 46억 달러, 개성공단 2단계 사업에 25억 달러,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 23억 달러 등이 소요될 것”이라는 등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민노 “한나라는 아직도 38선 부근서 알레르기로 고생 중”
어쨌든 한나라당의 정상회담 흠집내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5일 통외통위에 참석한 김용갑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C-’ 평점을 매기며 “(노 대통령은) 북이 실속을 챙기고 이로운 것을 다 해줬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 의원은 “사실 국가보안법 폐지, 서해 NLL 무력화 등 북측의 요구는 다 들어줘놓고 비핵화문제나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은 왜 합의서에 담아내지 못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의원총회에 나선 강재섭 대표도 “핵심적 사안은 선언적인 내용에 그치거나 지엽적으로 다뤄져서 심히 유감”이라며 “특히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등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없었던 6.15공동선언을 그대로 고수하고 승계하겠다는 것, 또 국가보안법 폐지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법률제도정비 등”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또한 “(경협확대가) 국민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이라면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상임위와 국정감사,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이런 문제를 파헤쳐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정기국회를 ‘이명박 국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정상회담 흠집내기’로 맞불을 놓아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보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5일 한나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민족의 미래를 예비하는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경제협력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씀씀이로 새로운 동북아시대를 책임질 수 없다”면서 “국민들은 두 정상의 합의를 보며 벌써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거쳐 파리에 가는 꿈을 꾸는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38선 즈음에서 알레르기로 고생 중”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