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천 물갈이` 어떻게 되나 [연합] 한나라당이 25일 18대 총선 공천심사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공천전쟁의 개막을 알림에 따라 '물갈이 폭'이 어떻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정된 국정운영의 필요충분 조건인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 높이에 맞춘 '적절한 물갈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 안팎을 불문하고 당위론으로 제기된다.
당 핵심관계자가 언론인터뷰에서 "현역의원 중 최소 35~40% 이상은 바뀔 수 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이나,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보수시민단체들이 최근 '부정부패-친북좌파-지역주의 무능정치인'들은 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며 사실상 대폭적 물갈이를 요구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개혁 공천'이나 '진정한 물갈이'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부정적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3일 회동한 뒤 박 전 대표가 공심위 구성안을 전격 양보한 것을 놓고, 양 자간 공천 보장에 대한 상당한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점이 그 같은 결과를 예상케 하는 한 요인이다.
이미 친박(친 박근혜) 의원 40여명 중 30여명은 당선이 보장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당내에서 나올 정도다. 친이(친 이명박)측의 인위적 물갈이를 우려하던 친박 의원들이 '이-박' 회동 이후 박 전 대표로부터 "믿고 기다리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설도 있다.
이 경우 경선 기간 이 당선인을 지지했던 현역 의원 80여명 중에서도 명확한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경우를 제외하고, 상당수 현역 의원이 친박 의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공천되는게 아니냐는 섣부른 예상도 나온다.
한 친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구를 지지했다고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안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측에 줄을 섰기 때문에 공천을 받는다던가, 무임승차하는 것은 배격해야 한다"며 사실상 친박 측을 겨냥했다.
또 지난 총선과는 당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물갈이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7대 공심위가 활동할 당시에는 대선 패배와 '차떼기' 파문 등 잇따른 악재로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면서 당의 생존을 위해 과거와의 단절을 명분으로 현역의원 3명 중 한 명꼴(36.4%)로 물갈이를 단행했지만, 지금은 대선 압승 직후인데다 50%에 육박하는 고공 당 지지율 등으로 누구를 세워놓아도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치권 전력이 없고 당의 체질을 바꿔줄 수 있는 '신선한' 외부인사보다는 당 경선에서 친이 성향을 보였던 인사들이 대부분 현역 의원들의 '대타'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설사 현역 의원들이 공천에 탈락한다 하더라도 진정한 물갈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한 친박 관계자는 "과거 열린우리당이 386 운동권 인사들로 대거 물갈이했지만 결국 성공했느냐"고 반문하고 "특히 친박 현역 의원들의 '대타'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상당 수는 참신한 새 얼굴이라기 보다는 경선 과정에서 이 당선인을 도왔던 사람 아니냐"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당내에서 비판적 견제의 목소리를 내야 할 소장 개혁파 대부분이 이 당선인측에 가 있거나 사실상 활동이 없는 점 역시 대폭 물갈이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작년 4.25 재보선 참패 이후 쇄신안으로 만든 '부정부패.비리전력자에 대한 공천 불가' 당규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음에도 내부에서는 아무런 견제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승리의 기쁨에 취해 국민의 눈높이와는 다른 행보를 할 조짐이 보일 때, 이를 지적할 내부 견제장치가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당선인이 과거 '여의도식(式) 정치'를 바꾸겠다고 공언했고, 이는 총선 공천 과정기간 인적 쇄신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돼왔지만 사실상 현실 정치의 벽에 부닥쳐 실현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