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은 이웃사촌 간 의리를 끊는 ‘독약’일까. 인접 자치단체들이 방폐장 유치 문제로 앙숙으로 변하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선 경북 경주시와 울산시, 경북 포항시와 청송군, 서해안에선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웃사촌 간 갈등=경주시가 지난 16일 전국 시·군 가운데 처음으로 방폐장 유치신청서를 제출하자 인근 울산시는 항의공문까지 보내며 강력 반발했다. 울산시 의원들은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도시 이미지를 회복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경주시 측은 이에 대해 “방폐장 유치 지역에는 고준위 폐기물처분장이 건설돼서는 안된다”며 “월성원전에 보관 중인 고준위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방폐장을 유치할 것”이라고 맞섰다.
경북 포항시·청송군 간에도 불꽃 튀는 입씨름이 한창이다.포항시가 유치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하자, 청송군 시민단체들은 “청정지역인 청송군 농축산물 판매뿐 아니라 관광산업에 큰 피해를 준다”며 반발했다.
서해안에선 금강을 사이에 둔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군산시의 방폐장 유치운동에 대해 서천군은 “이웃주민을 볼모로 자기네만 잘살겠다는 발상”이라며 발끈했다. 서천 사회단체는 최근 ‘군산핵폐기장반대 범서천연대’를 발족, 실력행사에 나섰다. 특히 나소열 서천군수는 “서천군민 의사가 무시되고 있다”며 주민투표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군산지역 사회단체인 국책사업추진단은 18일 성명에서 “서천군수가 선거만을 의식해 군민을 현혹하고 국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의 내용마저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잡음 최소화가 관건=이 같은 마찰은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방폐장 유치 지역에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연평균 85억원의 폐기물 반입수수료,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설치 등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만 인접 지역은 떡고물은커녕 피해만 보기 십상이다.
구조적으로 잡음을 없앨 ‘솔로몬의 판결’은 있을 수 없다. 산업자원부는 이 때문에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마무리짓는다는 원칙적 입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종 선정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공식 신청절차가 이달 말 마감되면 산자부는 다음달 15일까지 부지 안전성과 사업추진 여건을 평가한다. 산자부장관은 이어 주민투표를 요구하게 되며 해당 지자체장은 11월22일 이전 주민투표를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