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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시사토론

제목

저축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할 돈이 없다...

작성자
서민
등록일
2009-07-06 10:32:12
조회수
1279

과소비 말라 훈계? 부동산 거품 해소·공교육 강화가 근본 해법

우리나라 내년 가계 저축률이 3.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6일 주요 신문이 이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는데 그 배경을 깊이있게 짚어낸 곳은 거의 없다. 한때 세계에서 저축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꼽혔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가장 저축을 안 하는 나라가 됐을까. OECD 17개 회원국 평균은 8.5%, 1위는 16.3%인 스웨덴이었다.

우리나라는 1975년 7.9%에서 1980년대 중반 15% 수준으로 올랐다가 3저 호황과 올림픽 특수가 겹쳤던 1988년 25.2%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축률은 2000년 들어 급감하는 추세다. 제로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일본이 3.2%로 우리나라와 함께 최저 수준이고 오스트레일리아가 3.4%, 노르웨이가 4.3%, 캐나다가 4.6%로 낮은 편이다. 미국은 6.5%로 우리나라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일부 언론에서는 저축률 급감을 각종 연금이나 보험 등 준조세 성격의 지출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사교육비와 주거비 부담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또한 대출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모두 688조2천억 원, 추정 가구 수인 1667가구로 나누면 4128만 원이 된다. 이는 2007년에 비해 286만 원 정도 늘어난 규모다.

 

   
  ▲ 서울경제 7월6일 6면.  
 

통계청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상위 5분위 계층의 소득을 하위 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5.74배나 된다. 하위 30%에 포함된 가구의 52.8%는 적자 상태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부채가 소득의 3배 이상인 가구의 채무 비중이 32.0%에 이른다. 이 가운데 소득으로 생활비와 부채 상환금을 낼 수 없는 취약 가구의 채무 비중도 16.2%나 된다.

특히 이들 채무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관련 대출이라는 사실도 주목된다. 우리나라 은행들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50조 원에 육박한다. 전체 금융권을 모두 더하면 650조 원에 이를 거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10% 떨어질 경우 취약가구의 부채 비중이 4.2%에서 5.2%로 올라간다. 부동산가격이 20% 하락하면 이 비중은 6.3%로 뛰어오른다.

지난해 말 기준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금융부채는 1.4배에 이른다. 미국 1.4배와 비슷하고 일본 1.17배보다 높다.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은 20% 내외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은 금융상환 부담률이 19%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20.1%로 미국보다 높다. 이자상환 부담률만 해도 13.5%나 된다.

올해 1분기만 놓고 봐도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이 3.5% 줄어든 것을 비롯해, 의료 및 신발이 -4.1%, 오락 및 문화지출이 -5.8%, 주류 및 담배가 -13.5%, 자동차 구입이 -46.6%나 줄어든 반면, 보건은 5.0%, 교육은 3.9%나 늘어났다. 사회보장과 이자 비용 역시 각각 10.7%와 17.2%씩 늘어났다. 교육비와 부동산 관련 이자 비용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저축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 7월6일 세계일보 사설.  
 

한국경제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기회에 세금과 각종 사회부담금의 증가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부동산 거품과 과도한 가계 부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외환위기 이후 평등주의의 심화로 쓰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졌고 과소비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려뜨렸다"면서 "한푼이라도 아껴 미래에 대비하는 지혜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엉뚱한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신문은 "주거비와 교육비의 과다지출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경고했고 국민일보는 "저축 없는 노후 고령화 시대의 적자인생들이 걱정"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대부분 신문들이 피상적인 지적에 그쳤을 뿐 정부 주도의 공교육 강화, 적극적인 부동산 거품 해소 등의 대안을 내놓는데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엉뚱하게 세금이나 국민연금 등의 사회보장 지출에 딴지를 거는 신문도 많았다.

작성일:2009-07-06 10: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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