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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시사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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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호의 '탈세' VS 유시민의 '국민연금 미납'

작성자
비교검증
등록일
2009-07-09 20:09:41
조회수
1389

백용호의 '탈세' VS 유시민의 '국민연금 미납'

<조선>의 이중잣대…2006년엔 "탈세 장관 안된다"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에 대한 한 일화를 들었다. 그가 교수로 있던 시절 한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기자가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걱정하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잘 될 수 있냐고. 그러자 도올이 기자를 빤히 쳐다보면서 "당신과 나만 잘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학자'와 '기자'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 한국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다음날 이와 관련된 일부 조간신문의 보도 태도를 보고 도올 김용옥 씨가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백 후보자는 학자 출신이다.

"상습 탈세자가 국세청장에?"

 

▲ 8일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들으며 굳은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는 백용호 후보자. ⓒ뉴시스

8일 국회에서 열린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백 후보자의 부동산 매매연관된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탈세 의혹이었다.

현재 본인 명의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등 아파트 2개를 포함해 30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백용호 후보자는 지난 2007년까지 강남 아파트 2채 이외에 오피스텔 2채 등 집 4채와 부인 명의로 된 용인 수지의 땅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98년부터 2001년까지 아파트와 땅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모두 5번에 걸쳐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수천만 원을 탈루했다는 점. 백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상습적인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백 후보자는 모든 업무를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맡겨 자신은 전혀 몰랐으며, 현재는 다운계약서 작성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위법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친MB계 의원인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자신도 97년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다운계약서 작성이 '관행'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자신들도 그런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냐"고 백 후보자를 감싸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중개업법에 따라 공인중개사는 거래 내용을 허위로 기재할 수 없고, 따라서 본인의 동의가 없었다면 다운계약서를 쓸 수 없다"며 백 후보자가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몰랐다는 이유로 국민이 세금 안 내도 되는 거냐. 취임한다면 다운계약서 작성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납부하게 할 것이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백 후보자는 대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했다. 이 의원은 9일 다운계약서를 통해 탈세를 위법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찾아내 "당시에는 위법이 아니었다"는 백 후보자의 주장도 거짓임을 밝혔다.

또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백 후보자가 상습적인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해 약 4억7000여 만 원을 허위 축소 신고함으로써 3000만 원이 넘는 거액의 취등록세, 양도세 등을 탈세했다"고 밝혔다.

수차례 허위신고를 통해 거액을 탈세했다는 사실은 고위공직자로서 중대한 결격 사유다. 더구나 이런 상습 탈세자가 다른 업무도 아닌 세금 거두는 국세청장을 맡는다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백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탈세 의혹은 야당 의원들만 문제 삼은 게 아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나라당 김성식 서병수 의원도 백 후보자의 탈세 문제에 대해 추궁했다.

<조선> "백 위원장 청문회 밋밋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은 9일 전날 있었던 백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기사를 6-8면에 배치하는 등 최대한 비중을 두지 않았다. 또 4대 권력기관장 중 한 명인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기사를 모두 단신 처리했다.

특히 <조선>, <매경>, <한경>은 모두 백 후보자의 "국세청 개혁"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부동산 투기와 탈세 논란은 기사 본문에서 간략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조선>은 백 후보자의 웃는 얼굴 사진을 붙이고 사진 설명으로 "이날 청문회는 밋밋했다는 평"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2억4600만원에 산 땅 2500만 원에 산걸로 신고" 청문회서 투기ㆍ탈세의혹'이란 부제를 백 위원장 웃는 얼굴 사진 아래 배치해 최대한 시선을 끄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매경>과 <한경>은 투기와 탈세 의혹은 부제로도 뽑지 않았다.

 

▲ 백 후보자 청문회 관련 <조선일보> 9일자 기사. ⓒ프레시안


'5000원 적십자비 미납'도 문제 삼던 <조선>이…

이런 국세청장 후보자의 탈세에 너그러운 보도 태도는 지난 2006년 2월 있었던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 보도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당시 <조선>은 적십자비 5000원을 한 차례 미납한 사실도 결격사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때 복지부 장관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시민 전 의원이었다.

이 신문은 유 전 의원의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 미납 △적십자회비(5000원) 외면 △정책개발비(800만 원) 횡령 의혹 등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면서 장관 후보자로서 '도덕성'에 대해 문제 삼았다. 2006년 2월 8일 유 전 의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날인 7일 2건, 당일인 8일 6건, 다음날인 9일 3건 등 유 전 장관 청문회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특히 유 전 의원이 2000년 7월 학술진흥재단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뒤 13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미납한 사실을 크게 문제 삼았다.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복지부 수장이 될 사람이 국민연금 미납한 게 말이 되냐는 논리였다. 유 전 의원의 국민연금 미납은 그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의로 보기는 힘든 일이었다.

<조선>은 2월 6일 사설을 통해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2004년 국민연금과는 직접 관련도 없는 관방장관(정부 대변인), 야당 대표가 연금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사퇴했었다"며 "국민연금 개혁이 핵심적인 국정 현안이 될 시점에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이끌 장관으로서 유 의원은 적임이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틀 뒤 "유시민과 '너나 잘하세요'"라는 이두아 변호사의 칼럼을 통해 국민연금을 미납한 사람이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것에 대해 "병역 기피자가 국방부 장관이 돼 국방의 의무를 외치고, 형법 위반자가 법무부 장관에 올라 법치를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9일 사설에서는 "이번 청문회에서는 편법 증여와 위장전입 의혹부터 소득세 탈루, 경력 허위 기재, 국민연금 미납, 상습적인 교통법규 위반까지 최고위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부 내정자들의 치부(恥部)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런 흠결이 있는 내정자들은 대통령이 장관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밝혔다.

2006년 이렇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던 <조선>이 2009년 조세포탈행위를 저지른 국세청장 후보자 임명에 대해선 어떤 판단을 내릴까?

작성일:2009-07-09 20: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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