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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시사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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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현장을 가다](2) 신음하는 낙동강 하류

작성자
삽질의말로
등록일
2010-03-05 12:17:15
조회수
1976

[4대강 현장을 가다](2) 신음하는 낙동강 하류

ㆍ철심에 잘린 강허리 탁류… 악취 코찔러

“지난번 수경 스님이 하신 말씀이 귓가를 떠나지 않네요. ‘강은 어머니다. 어머니의 젖줄이다. 강을 따라 생명이 모여든다. 강까지 돈으로만 보는 발상은 민망하다. 살기 위해 어머니를 팔고 자존감을 파는 것 같아서…’라고 하신….”(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

지난달 말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합천보 공사현장. 2중으로 쳐진 가물막이 안에서 기반시설공사가 한창이었다. 강가는 폭 20m가 넘는 공사용 흙길이 닦여 있었다. 포클레인, 불도저,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가물막이 아래쪽은 준설한 모래가 둑을 이뤘다. 안으로 고인 물은 녹색을 띠며 녹조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오탁방지막은 유명무실. 방지막 아래로는 뿌옇게 변해버린 강물이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숨통 막힌 강줄기 4일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합천보 공사현장에 가물막이를 설치하기 위해 대형 철제구조물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합천 | 정지윤 기자


율지리는 18~19세기 나루터가 있던 곳. 합천의 자랑인 오광대놀이가 바로 율지오광대에서 비롯됐다. 실제 가물막이 바로 옆에서 문화재 발굴단이 나루터 유적 발굴 작업을 펼치고 있었다. 한 발굴단원은 “보통 발굴작업이 끝나면 공사가 진행되는데 공사와 동시에 발굴작업을 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류로 내려와 황강 합수지점인 상적포를 지나 창녕군으로 넘어가는 적포교에 이르자 강물은 옅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30㎞가량 하류의 함안보 공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군데군데 조류가 증식하는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탁방지막 안쪽은 쓰레기가 쌓여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강물이 점점 탁해지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다르네요.”(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그는 2월 중순 이후 탁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교수(토목공학)가 미간을 찌푸렸다.

 

넘칠 듯한 쓰레기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함안보 공사장 인근에 설치된 오탁방지막을 살펴보고 있다. | 권기정 기자

“방지막은 한약을 짜는 헝겊과 같아요. 방지막이 작은 입자에 의해 막히면 오염물질을 걸러주지 못하고 흙탕물이나 쓰레기가 그대로 내려가는 거죠. 초당 20~30㎝ 흐름이면 효과가 80% 삭감되는데 낙동강의 갈수기 때 평균 유속은 초당 50㎝입니다. 방지막 효과는 없다고 봐야 해요.”

함안보 일대는 4대강 사업으로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얼마전 박재현 교수가 함안보를 세우면 함안 일대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충격적인 시뮬레이션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정부는 함안보의 관리수위를 7.5m에서 5m로 낮췄다. 정부는 함안보와 합천보를 재설계 중이다. 이 구간에 추가로 2.5m를 더 준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가로 더 준설을 하는 것은 심각한 설계변경이에요. 말도 안됩니다.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할 중대사안이죠.”(박재현 교수)

함안은 우리나라에서 제방이 가장 많은 곳. 1년 내내 안개가 낀다. 보 공사가 끝나면 침수피해와 함께 안개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수심이 지금보다 4~6배 깊어지고 강물 자체가 많아지면 당연히 기후변화가 생기겠죠. 강가의 농작물은 알게 모르게 해를 입게 됩니다. 윗물은 미지근하고 아랫물은 냉랭해져 물 속의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죠. 아침나절마다 물안개가 함안 일대를 뒤덮고 물안개는 농작물 성장을 방해할 겁니다. 4대강 사업은 함안의 농민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겁니다.”(김상화 대표)

합천보~함안보 사이 낙동강변 역시 희귀생물이 서식하고 경관이 뛰어난 지역이다. 황강 합류지점인 합천군 청덕면은 수달과 새매·황조롱이의 서식지다. 창녕군 도천면은 큰고니의 휴식처다. 함안군 칠북면은 자연경관 1등급 구간이다. 특히 적포교~박진교~창아지마을~영아지마을~개비리기~남강합류지점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보길로 꼽힌다. 하지만 보의 건설로 훼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나마 임해진나루(창녕)~학포(창녕)~본포나루(창원)는 아직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강인데요. 그나마 다행이지만 4대강 사업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죠.”(김 대표)

박 교수는 “정부의 목적과 방법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홍수를 막고 물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홍수는 본류 때문이 아니라 지천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죠. 물부족이라고 하면서 물이 필요없는 곳에도 보를 세우고 있어요. 단적인 예가 가뭄에도 물이 많은 함안보 예정지입니다. (정부는) 스스로 밝힌 목적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는 거죠.”

작성일:2010-03-05 12: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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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 2011-07-22 20:27:46
You have shed a ray of susnhnie into the forum.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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