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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시사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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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도 ‘좌파 딱지’, 법당에 권력 ‘그림자’

작성자
실체를봐라
등록일
2010-03-22 11:41:35
조회수
2176

불교계도 ‘좌파 딱지’, 법당에 권력 ‘그림자’
명진스님 ‘ 안상수 대표 외압’ 공개 파문
조계종 봉은사 직영 전격 강행으로 의혹 부추겨
정권 부도덕성 질타해온 자신 겨냥한 칼날 인식

조계종 총무원장의 일방적인 봉은사 직영 결정에 반발해온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21일 일요법회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외압설을 제기함으로써 ‘봉은사 직영’을 둘러싼 논란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명진 스님은 안상수 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좌파 주지’ 운운한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만약 이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불교단체에서는 이미 ‘정치권 외압설이 사실이라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의 권승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객승들에게 용돈과 여비를 챙겨주던 봉은사의 관행을 타파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사찰 개혁을 착실하게 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조계종 총무원이 봉은사 직영을 결정한 건, 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질타해온 자신을 겨냥한 정치권력의 숨은 칼날이라고 명진 스님은 인식하는 듯하다.

그는 “봉은사가 80년대와 같은 싸움터로 변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신자들에게 집단행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지만, “만약 내 말이 근거없는 허황된 얘기라고 판명되면 내 발로 봉은사에서 나가고 조계종 승적부에서 이름을 지울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에 대해 1500여 신자들이 10여 차례나 열렬한 박수와 함성으로 지지를 나타냈다. 앞으로 사태 추이에 따라 신자들의 집단 반발이 현실화할 수도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사태가 ‘총무원 대 봉은사’의 갈등이 아니라 ‘정치권력 대 불교계’의 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잠재된 분노가 다시 점화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조계종 총무원의 새 집행부가, 봉은사 쪽과 한마디 상의 없이 봉은사를 조계사처럼 ‘총무원장이 주지를 맡는 직영사찰’로 만드는 안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조계종 입법부인 중앙종회는 법정 스님 입적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11일 오후 4시 ‘봉은사 직영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봉은사 쪽은 ‘총무원 새 집행부가 침체에 빠진 강남불교를 활성화한 점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신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접수에 나선 것이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로 봉은사는 명진 스님이 주지로 취임한 2006년 이후,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찰을 인근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등의 파격적 운영으로 일요법회 참석자 수를 150명에서 1000여명으로 크게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불교계에서 가장 가까운 친분을 지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 스님도 일요법회에서 ‘총무원장 선거 때 직접 돕지는 못했지만 자승 스님의 은정장학회 사무실을 봉은사 내 자신의 옆방에 내줘 사람들을 만나게 했고, 선거운동 때는 봉은사 부주지 진화 스님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보내 돕게 했다’고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그런 인연에도 불구하고 총무원장이 봉은사 직영화를 꾀한 데엔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란 게 봉은사 쪽의 주장이다.

조계종 총무원 쪽은 ‘봉은사 직영화’ 배경에 외압은 없으며, 서울지역 포교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체적 이유에 대해선 총무원 인사들 간에 말이 조금씩 다르다.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승가교육진흥회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대변인인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강북권의 조계사와 강남권의 봉은사를 연결하는 포교벨트 구상의 일환”이라고 발표했다. 또, 함께 직영을 추진했던 도선사는 제외하고 ‘봉은사 직영’만 중앙종회에서 전격 통과시킨 점도, 결국 직영계획이 봉은사와 명진 스님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을 부추긴 셈이 됐다.

 

작성일:2010-03-22 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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