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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동물과 사람

작성자
바람
등록일
2010-12-28 18:53:42
조회수
2133

경제동물과 사람
(서프라이즈 / 엘파소 별 / 2010-12-28)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 중에 사람이 가장 고등하고 고상한 존재인가? 이런 질문을 하면 사람에 대한 존엄성을 의심하는 것이냐며 화를 낼 사람도 없지 않겠나 싶다. 다시 한 번 더 물어보자 사람이 정말 가장 고등하고 고상한 존재일까?

 

당연히 우리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존엄하고 고등하며 고상하고 영혼을 가진 존재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욕설이기는 하지만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도 있고 ‘버러지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도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가치 판단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의 가치란 무엇일까? 이는 참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냐?’ 하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사람 됨이란 육체적 모양새만으로 판단하는 가치는 아닌 게 분명해 보인다. 인간 문명사만큼 이 질문은 오래된 문명의 숙제이며 인간을 설명하기 위한 철학의 난제 중 난제다. 동물과 구별되는 영혼을 가진 고등하고 고상한 존재인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세기 후반 일본 사람을 가리켜 ‘경제동물’이라고 했던 적이 있다. 돈을 많이 벌어 부강한 나라가 되었으나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시스템을 비판적 시각으로 붙인 이름이다. 살인적인 노동시간, 돈이 되는 일이면 불법과 편법을 가리지 않고 돈으로 사람의 영혼을 사고팔기까지 하나, 돈을 번 만큼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며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데는 인색했던 일본에 붙여졌던 ‘경제동물’이라는 이름은 사람의 가치를 묻는 중요한 문명적 물음을 담고 있다.

 

돈이 사람의 목적인가? 그렇다는 대답을 당당하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 돈만 된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듯하다. 만사를 돈으로 말하는 자본주의 본산지라 할 미국은 지난해 금융대란을 겪었지만 여전히 돈놀이에 여념이 없다. 창조적 생산보다는 달러놀이로 한 몫 잡으려는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에 너무 깊숙이 빠져들어 있다. 오바마 정부가 부도덕한 금융가를 혼내주겠다고 했는데 지난 중간 선거를 통해 도리어 혼이 나게 되고 말았다. 돈 맛과 돈 힘에 맞설 도덕성이 점점 힘을 잃어간다.

 

자본주의 신흥국으로서 자본주의 폐단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는 한국의 경우를 보면 오직 경제동물이 되기 위해 온 국민이 한 줄로 달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IMF로 한국이 경제공황상태가 되었을 때 온 국민이 정부와 합심하여 그 어려움을 극복했지만 그 충격과 상처는 불안으로 남아 있었고 그 아픔을 이용하여 지금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건실했던 한국경제를 도리어 죽은 경제로 거짓 선전한 결과 경제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전과 14범 대통령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대통령과 정치에 대하여 도덕을 묻지 않는 이 사건은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IMF로부터 심리적 상처와 경제에 대한 불안이다. 이 불안을 틈타 찾아온 것이 돈만 된다면 거짓말도, 속임수를 써도, 탈법과 불법을 해도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정부 요직에 오른 이들이 돈을 위해서라면 불법과 탈법을 일상처럼 살았을 뿐 아니라, 국민 의무인 탈세와 병역기피를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 일색이었다는 사실이 한국사회가 경제동물로 치닫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지난 12월 8일, 한국 국회에서는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는 정부 여당의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었다. 보도된 신문의 머리기사를 보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만행에 가까웠다. 서민을 위한 복지예산은 대부분 ‘0’원으로 날치기 통과시켰고, 이른바 형님 예산이나 영남지역 예산은 그야말로 날치기로 몰아주는 일을 저질렀는데 이는 국회가 할 일이 아니라 국회가 막아야 할 일이다. 나랏돈을 저희들끼리 나눠 먹는 일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정의로운 일을 했다고 떵떵거린다. 돈이 되면 합법을 가장하여 폭력으로라도 빼앗겠다는 몰염치는 사람이 할 일이 못된다. 국회가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보다도 못한 모양이 되고 말았다.

 

경제를 말할 때 ‘허위상품’ 또는 ‘거품’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 돈을 사고파는 것이다. 1만 원을 2만 원이라며 사고파는 일은 사실 야바위 같은 속임수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대부분이 거품, 가짜 상품, 허위상품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집 한 채를 두고 이런저런 금융상품을 만들어 실제 가격보다 몇 배의 돈 장사를 했으니 쉽게 돈을 벌려고 덤벼들었던 투자가들이 투자액을 다 날린 것이다. 돈을 더 만들고 더 벌려고 욕망을 멈추지 않은 결과다.

 

세상은 온통 경제가 화두다. 모든 것이 경제로 통한다. 온 세계가 경제문제로 우울해야 하는 듯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경제문제가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기보다는 돈에 대한 집착으로 빠져들어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경제가 문제라 하면서 ‘경제정의’ ‘경제의 책임과 도덕성’ ‘경제 민주주의’와 같은 경제의 가치를 묻지 않은 채, 오직 돈만 얻을 수 있다면 가치와 도덕을 묻지 않고 욕망의 파도타기를 끝없이 시도하는 듯하다. 이러한 욕망의 파도타기를 통해 경제가 좋아질지는 몰라도 사람의 영혼은 타락하게 된다. 경제동물이라는 말은 돈에 타락한 영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무엇인가? 경제동물은 아니지 않은가? 돈을 목적으로 사는 존재인가? 영혼이라는 말이 주는 가치는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텍사스에서는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이 불법이다. 재미로 혹은 게임으로 겜블링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도박은 부작용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사람의 영혼을 타락시켜 사람다움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박은 사회적으로 불법이며 도덕적으로도 악하다.

 

사람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이것은 아니다 할 정도의 기준을 알고 있다. 문명을 통해 배우고 경험해 온 도덕과 윤리가 있으며, 문명의 가치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람이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혹은 ‘사람이 그러면 되나’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와 도덕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사람은 욕망의 파도타기에 중독되어 경제동물로 타락하기 쉽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과 행위에 고민하는 존재다.

 

기독교 신앙의 내용인 예수 그리스도는 가르침을 시작하기 전 사막에서 40주야를 지내며 악마의 유혹과 맞서게 되는 데 그 중 하나가 돌멩이로 빵을 만들어 보라는 유혹이다. 이는 경제적 유혹이다. 이때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빵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단 한 마디로 유혹을 물리친다. 배고픈 현실 앞에서 더 많이 소유하면 더 행복해 질 것이라는 유혹은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그러나 사람의 영혼이 빵이나 돈과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을 안다면 빵이나 돈을 받고 영혼을 팔지 않는다. 사람이 빵이나 돈만 가지면 행복해지는가? 육체는 그럴지 몰라도 영혼은 그렇지 않다.

 

온 세상이 경제가 문제라고 걱정과 한숨을 쉬며 우울하게 2010년을 보내고 2011년을 맞는다. 다음 한 해도 경제가 문제라며 우울하게 보내야 하는가? 어렵고 힘들면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경제동물이 아니라 영혼을 지닌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람됨을 잃지 않는 생각하는 힘 때문이다. 도덕적 성찰과 사람 됨의 고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지혜를 얻기 위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어려울수록 생각을 깊이 하고 다양하고 폭넓은 이해와 생각이 필요하다.

세상이 온통 돼지 똥물처럼 흘러도 그럴수록 사람 됨에 대한 물음을 지켜야 한다. 2011년을 시작하시는 여러분 모두 힘내시기를…

 

엘파소 별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3952


작성일:2010-12-28 18: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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