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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시사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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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표, 노대통령 ‘아방궁’에 첫 발/양정철

작성자
바람
등록일
2011-05-20 19:26:14
조회수
2054

 

한나라당 대표, 노대통령 ‘아방궁’에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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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영령들 앞에서의 무례한 파안대소보다는 참배하지 않는 게 나은 일로 생각해야 할까요.

 


노 대통령 2주기인 5월23일까지는 차분하게 추모 글만 올리려 했는데, 한 마디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는 일들이 생기는군요.

당신들이 명명한 ‘저주의 현장’ 잘 보시길

한나라당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 일행이 20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서거 2주기를 앞둔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할 예정입니다. 황 대표는 묘역 참배를 마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계획입니다.

집권당 대표가, 서거하신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데 무려 2년이 걸렸습니다. 네 시간이면 가는 곳에 이르기까지 걸린 2년, 그 긴 간극의 의미를 스스로 새겨보기 바랍니다.

이명박 정권의 치졸한 정치보복에 의해 끝내 죽음으로 내몰린 노 대통령 생각을 하면 저 같은 참모 출신이야 속으론 ‘무슨 염치로…’ 라는 억하심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래서야 안 되겠지요.

그래도 대통령님 묘역을 참배한 당 대표라고, 그를 사저로 맞는 권양숙 여사님이 대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속이 어떨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여러 회한이 밀려듭니다.
어쩌겠습니까. 최소한 조문과 참배만큼은 그것이 누구든 막아선 안 되는 게 동양적 덕목이니, 황 대표가 많을 걸 깨닫는 참배와 예방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이번 참배에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흘만 있으면 2주기입니다. 23일 봉하에선 여러 정당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추도식이 열립니다. 그 추도식엔 참석하지 않고, 홀로 묘역을 참배하는 배경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러 정당 대표들 속에 묻혀 가느니, 홀로 부각되고 싶었겠지요. 한나라당 대표 최초의 묘역 참배와 권 여사 예방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겁니다. 달라진 한나라당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도 좋은 소재겠지요.
만시지탄, 2년이나 걸린 집권당 대표의 전직 대통령 참배에서조차 그런 아이디어를 짜내는 게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노 대통령 퇴임 후 고인이 머물던 사저 안으로 한나라당 고위직 인사가 방문하는 건 처음입니다.

그 사저가 어떤 사저인 줄은 알겠지요. 그 사저 이름은 ‘아방궁’입니다.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 퇴임하는 대통령을 매도하고 공격하고 깎아내리기 위해 붙여준 이름입니다.

잘 구경하기 바랍니다. 전임 대통령을 어떻게든 흠집 내기 위해 촌구석의 집 한 채를 향해 붙여준 가당찮은 조롱, 그에 걸맞는 초호화판 저택이 맞는지 눈으로 꼭 확인하기 바랍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죠. 그렇다면, 다시는 전임 대통령을 정적으로 몰아가고, 끝내는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저주와 죽음의 언어가 얼마나 흉측한 일인지를 깊이,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아방궁 공격은 단순히 집에 대한 오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전임 대통령을 증오하고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기 위한 정치보복극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무려 1년 반에 걸친 정치 보복극의 전말은 반드시 언젠가, 어떤 과정으로든 규명될 것입니다. 다만 그가 대표로 있는 한 더 이상은 치졸한 공격의 언어, 조롱과 능멸의 언어, 그리고 추잡한 정치보복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아방궁 방문을 환영합니다.

떡볶이 가게만도 못한 ‘광주’?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에도 5.18 광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벌써 3년째. 고의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청와대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국무총리를 보내고, 공식 일정도 있었다.” 한 마디로 바빠서 일정을 못 잡았다는 얘깁니다.

5.18 행사에 참석 안 한 것보다, 그 핑계가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더 모욕적입니다. 모두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말장난입니다.

청와대 근무 5년 동안, 만 4년을 대통령 행사와 메시지, 홍보기획 등의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런 핑계는 청와대 매카니즘을 모르는 사람에겐 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일 일을 속여야지요.
통상 대통령 일정은 한 달 전에 잡힙니다. 아무리 급작스럽게 잡는 일정이라도 최소 1주일 전에 확정됩니다. 물론 그런 일정은 극히 희박합니다. 1년에 거의 서너 번으로 보면 될 겁니다.
몇 주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경호처는 현장을 답사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의전이나 홍보기획, 행사기획 등의 유관부서는 행사 시나리오 및 참석자, 대통령 메시지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단지 준비에 필요한 절대 시간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통령의 일정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일정은 그 자체로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을 상징합니다. 많은 준비와 점검이 필요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듬고 또 다듬습니다.
이를 위해 청와대 관련 비서관들은 매주 회의를 갖고 최소 몇 주 후, 최장 몇 달 후의 일정을 일찌감치 잡아나갑니다. 각 부처, 각 기관, 각 지역, 그리고 각국에서 워낙 많은 대통령 일정 신청이 몰려들기 때문에 그리 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5.18 같은 주요 연례 행사는 아예 연초부터 계획을 잡습니다. 그런 범주의 행사가 몇 개 있습니다. 3.1절, 4.19 의거, 5.18 항쟁, 8.15 경축행사 등이 그렇습니다. 아예 외국 순방일정을 잡을 때 이런 연례행사는 피하는 게 관례입니다. 하물며 외국 특사 접견이나 다른 일정을 잡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바빠서 5.18에 못 가게 됐다는 핑계는 참으로 궁색하게 만들어 낸 거짓말 중의 거짓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혹시 그 말이 사실이면 지금의 청와대 대통령보좌 시스템은, 수도권 짝퉁 방공포보다 심각한 지경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 역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중요한 건 대통령 본인의 철학과 의지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일정 관련 두 가지 뒷얘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노 대통령은 재임 중 관련부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지시해 잡도록 한 일정이 꽤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동포 위로방문이었습니다. 그들은 불법체류에 대한 과도한 단속과 강제출국에 항의해 가리봉동의 한 교회에서 처절하게 단식 농성 중이었습니다. 법무부 등에선 그들이 불법체류자라며 관심이나 온정의 손길을 베푸는 건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그들이 왜 중국에서 태어나 비참한 삶을 살게 됐고, 먹고 살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됐는지에 대한 역사적 연원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조부모나 부모는 모두 독립운동, 혹은 일제 만행, 강제동원, 생존 등을 위해 그곳까지 떠밀려가게 된 우리 식민지 역사의 아픈 상흔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법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온정을 베풀 순 없지만, 적어도 대통령이 역사의 아픔을 보듬는 차원에서 그들을 위로라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갑작스런 대통령의 방문 앞에 그들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서럽게 쏟아냈습니다.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받았던 박대와 모멸과 비인간적 처우를 위로받으며 눈물바다를 이뤘습니다.

제주를 방문해 4.3사건에 대한 사과를 한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 부처에서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자랑스러운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 나가야 하며, 특히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제주로 향했습니다. 유족들에게 이렇게 머리숙여 말했습니다. 

“오랜 세월 말로 다 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됐던 잘못에 대해서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꼭 55년 만에 국가원수가 유족들과 제주도민에게 최초로 한 사과. 그동안 ‘빨갱이’란 말로 매도당하고 숨죽이며 살아왔던 제주도민과 유족들은 그때서야 응어리진 한을 풀며 마음껏 통곡했습니다.  

대통령 일정은, 떡볶이집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과 대화하는 것조차 짜여진 계획에 의해 이뤄지는 법입니다. 언제부터 ‘5월 광주’가 그보다 못한 값어치로 전락했습니까. 두 대통령의 역사를 보는 눈을 생각하게 됩니다. 

 

http://v.daum.net/link/12873249
작성일:2011-05-20 19: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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