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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원전 4기 안전도 6%도안된다

작성자
무서워
등록일
2011-06-21 17:19:46
조회수
2005

2011 06/21ㅣ주간경향 930호


ㆍ20년 전 후쿠시마 사태 예견한 히로세 다카시 현지 인터뷰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Ⅱ ‘원자력이냐, 신재생에너지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석 달이 훌쩍 지났다. 여론의 관심은 식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위험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더 무시무시한 사고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미 20여년 전에 후쿠시마 사태를 정확히 예고했던 일본 ‘반핵운동의 이론적 지주’ 히로세 다카시(廣瀨隆·68)는 “후쿠시마 원전 1~4기에서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은 한자릿수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일본 전역에서 순회 강연을 하고 있는 그를 지난 6월 4일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만났다.

향후 후쿠시마 핵발전소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원자로뿐 아니라 격납용기 파손도 일어났다. 원자로 핵연료봉들이 녹아내려 원자로 바닥에 쌓이고, 들러붙은 용융물들은 계속 붕괴열을 내고 있어서 원자로 내부는 아주 불안한 상태다. 1~4호기 모두 안전하지 않다. 어느 한 기라도 최악의 상황이라면 대폭발이 일어난다. 그러면 원전 부지 내에 한 명도 남아 있을 수 없고, 4기 모두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각 원자로가 안전할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얘기한다. 확률이란 게 큰 의미는 없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4기 모두 안전할 가능성은 0.0625(0.5×0.5×0.5×0.5)로 안전 확률은 6%밖에 안 된다는 소리다.”

사고 원인부터 다시 짚어달라.
“도쿄전력과 정부는 쓰나미 때문이라고 했지만, 후쿠시마 4호기 원자로 설계자인 다나카 미츠히코(田中 三彦)는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었다. 지진으로 원자로와 연결된 많은 배관이 이미 파열됐고 대응이 늦어져 수소폭발로 이어졌다.”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 때문이었다? 일본 원전의 내진설계가 문제였는가.
“이번 지진 진동의 중력가속도는 500gal(갈·상하, 좌우 흔들림을 가속도로 표현한 단위) 미만이었다. 이 정도 지진에 배관 균열이 발생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냉각재 상실 사고로 이어졌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 왜일까?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54기 일본 핵발전소 전체의 내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모든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본 정부는 사고 당일인 3월 11일 원자로 내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11일 데이터인데 12일자부터 공개하고 있다.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데이터에 따르면, 지진 후 반일 정도 만에 원자로 기압이 70에서 9기압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분명 원자로 균열이나 배관에 손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최악의 지진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해 왔는데, 사실이 아닌가? 천재가 아니고 인재인가?
“일본 정부가 이번 지진의 규모를 거듭 수정했는데, 그 과정이 수상하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당초 7.9에서 8.4, 8.8, 마지막에는 9.0으로 수정되었다. 이것은 지금까지는 일본 기상청에서 정한 JMA 기준을 써왔는데, 돌연 설명도 없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모멘트(moment) 규모’ 기준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 원인은 사상 최대 지진’이라고 해명해야 하는 사람들이 수치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는 범죄적인 행위다.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지진이라고 하는데, 택도 없는 말이다. 이 정도의 지진은 많았다. 사상 최대의 지진이라고 떠드는 것은 대대적인 악질 거짓말이다. 정부 발표대로 따라가는 언론사도 나팔수일 뿐이다.”

일본 핵발전소 내진설계는 어떤 수준인가.
“중력가속도 500gal 정도의 지진에 모든 핵발전소가 다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일본 핵발전소는 대부분 540gal 정도의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하마오카 핵발전소 4호기는 1000gal 정도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중력가속도가 980gal 정도 되면 지상의 물건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놓았다 할 정도로 위력이 크다. 그런데 이미 일본에는 1000gal 이상의 지진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2000년 10월 6일 돗토리 현에서 발생한 지진은 1482gal이었고, 2007년 니가타현 지진은 2058gal로 관측됐다. 3년 전 이와테현 지진 때는 인근 산 자체가 무너져 형태가 사라져버렸다. 이때 상하 움직임이 3866gal을 기록했다.”

대형 지진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걱정스럽다.
“일본 하마오카 핵발전소 아래에는 동해지진대가 위치하고 있다. 발전소 내진설계 수준보다 178~1000배 세기의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신(阪神) 지진 이후로 일본 전 국토는 지진 격동기에 들어갔고, 앞으로 몇십년간은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도 밝혀진 바와 같이 일본 원전은 대형 지진이 아니라 일반 지진에도 망가진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원전이 상정한 지진의 세기가 500gal밖에 안 되는 상황이니, 일본 원전 54기 모두가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핵발전소 운전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다.”

지진뿐 아니라 쓰나미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것 아닌가? 한국은 이제부터 쓰나미 대비를 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대비가 가능한가?
“하마오카 핵발전소의 운영사인 주부(中部)전력은 쓰나미에 대비해 12m 방파제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수마트라 섬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파고가 50m, 이시가키 섬 쓰나미의 파고는 38m였다. 쓰나미가 발생하면 방파제도 다 무너지기 때문에 도망가는 게 제일이다.

결국 대책을 세워봤자 위력적인 쓰나미 앞에선 의미 없다는 말인데, 허탈하다. 한국이라고 안전하겠는가?
“일본 국토지리원이 1999년 GPS를 이용해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는데, 지구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움직이는 땅 위에서 살고 있다. 하마오카의 경우 유라시아판, 필리핀해판, 태평양판의 세 가지 판이 겹치는 경계선상 위에 있다. 거대한 판이 움직이는데 옆 판은 가만히 있겠는가? 한국도 움직인다. 특히 태평양판은 격동 중인데, 이번 지진도 태평양판 움직임에 연동해 일어난 것이다. 하마오카 핵발전소가 위치한 시즈오카현의 후지산 대폭발 전조설도 있다. 한국은 백두산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폭발 위험성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 2009년 8월 일본, 9월 30일 수마트라, 10월 8일 바누아투해, 1년 후인 2010년 9월 10일 뉴질랜드, 9월 30일 사모아제도 등 이렇게 지진은 연동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무섭다. 천재지변은 주기에 맞춰 잊을 만하면 온다. 2005년 3월 후쿠오카 강진은 활성단층이 없다고 알려진 곳에서 일어났다. 그 진동은 한국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고 하는데, 미지의 단층은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다.”

방사능 오염도 걱정스럽다.
“방사능의 감수성 개인차는 엄청나다. 수치는 어디까지나 한 척도에 불과하다. 공간선량을 발표할 때는 감마선만 잰다. 정부 측 전문가들은 엑스레이 찍는 것보다 적다는 식의 안전 타령을 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싶다. 중요한 것은 체내 피폭이다. 미크론 단위의 방사능 입자 하나가 체내로 들어갔을 때 신체가 받는 피폭량은 1조 배나 된다. 엄청난 세기로 몸속 조직을 파괴하게 된다. 아무리 미량이라도 방사능 흡입은 무서운 일이다. 일본 방사선 연구자들은 체내 피폭을 무시하고 있는데, 의학적으로 용서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세계 제1의 위험한 살인자다.”

음식물과 해양 오염으로 건강 피해가 더 커질까봐 우려된다.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가 후쿠시마 사고 영향을 추산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50년간 암환자가 40만명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ECRR의 예측치는 지상의 오염만 기준 삼아 계산한 것이다. 해상 오염은 감안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다. 또 하나 무서운 물질이 스트론튬이다. 물에 잘 녹고 혈액에 닿으면 암세포를 형성시키는 위험한 스트론튬이 바다로 대량 유출됐을 것이다. 분석도 어려워서 정부가 수치 발표를 잘 안 해주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피해 통계는 정확하게 내기가 불가능하다. 임부는 태아에게 요오드를 전해주고, 산모는 모유로 아기에게 다 준다. 임산부가 요오드에 오염되면 공포의 사이클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핵발전소 운전 정지에 따라 전력 부족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 아닌가?
“전력 부족 얘기는 거짓말이다. 핵발전소를 다 없애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 있다 쳐도 그건 별개의 문제다. 안전 확보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더 목소리를 크게 내자. 도쿄전력이 계획정전을 잠시 실시했는데, 외곽만 정전시키고 중심부 신주쿠 등은 정전을 시키지 않았다. 일본 전체 핵발전소 54기 중 17기, 도쿄전력은 17기 중 4기만 가동중인데도 전력이 부족하지 않다. 도쿄전력은 오히려 잉여전력 140만㎾를 지진으로 화력발전소 여러 곳이 정지된 도호쿠(東北)전력에 빌려주고 있다.”

모든 핵발전소를 당장 문 닫아도 되는 대체방안이 있는가?
“물론이다. 자연에너지만으로 핵발전소를 즉시 멈추려면 물리적으로, 양적으로 무리다. 전력수요를 당장 대체하기는 어렵다. 핵발전소를 바로 멈추려면 ‘천연가스 콤바인드 사이클(복합) 발전’으로 가능하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400년분이 있다. 부지만 있으면 발전소는 몇 달 만에 세울 수 있다. 가장 깨끗하고 안전하며 폐열도 없다. 효율도 좋다. 정부에서 핵발전소 문 닫으면 정전이 된다고 떠들면, 몇 달 안에 설치 가능하니 당장 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으라고 하면 된다. 마이크로 천연가스 콤바인드 사이클 발전소를 많이 지어 지역분산형 전원공급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탈핵이 최우선, 그 다음이 탈석유다.”

 

히로세 다카시는 누구인가

“한국, 대만, 중국, 일본 중 어디에서 먼저 사고가 나려나 걱정했는데, 결국 일본에서 먼저 사고가 터졌습니다. 제가 죽은 다음에 대사고가 날 줄 알았는데 죽기 전에 사고가 나버렸고, 예측이 최악의 현실로 이어져버렸네요.”

히로세 다카시는 핵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며 대안을 모색해온 뛰어난 저술가이자 신망 높은 반핵·평화 운동가다. 그는 일본 반핵운동계의 이론적 지주로 손꼽힌다. 일본 반핵단체 대표들은 그를 ‘이론적, 운동적, 사상적 리더’라고 평가한다. 또한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자본의 추악한 이면을 추적해 폭로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필적한 만한 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그는 재벌과 극우파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미국 핵실험의 피해를 파헤친 <누가 존 웨인을 죽였는가>는 미국에서 출간이 금지되기도 했다.

철저한 현장조사와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된 그의 저서는 100여권에 이르며 출간 즉시 일본 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켜 왔다. 반핵 관련 저서도 20권이 넘고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발간한 책 <후쿠시마 원전 멜트다운>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국에 번역된 책도 이미 여러 권이다. 후쿠시마 사고 가능성을 경고한 <위험한 이야기>가 올해 재출간되기도 했다.
진실을 숨기는 정부와 전문가들을 싸잡아 “악질적인 거짓말을 늘어놓는 살인자들을 죽이고 싶다”며 독설을 쏟아내던 그의 눈빛이 잠시 떨린 순간이 있었다. 손주들 이야기를 할 때였다.

“손주가 4명 있는데, 모두 서일본으로 대피시켰습니다. 눈물이 나서 그 이야기는 더 이상 못하겠네요. 어쨌든 이렇게 부모 자식 간을 생이별시키는 게 핵사고입니다.”


일본 후쿠오카 / 정희정<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meetsun@gmail.com
통역 : 김복녀(한일동시통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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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6-21 17: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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