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일정 울란바토르 근교에서 진료·수술
8월 3~7일 경북의사회 심사평가원 등 12명 참가

울진군의사회는 작년에 이어 지난 8월 3일부터 7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의 의료취약 지구에서 의료봉사를 가졌다. 한인회 사무총장은 우리 진료 팀을 위해서 한인회 대강당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의 한인들도 진료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의사들에겐 국경이 없다. 환자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는 중요하지가 않다. 의사들에겐 그들이 환자라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우리는 한인회의 대강당을 빌려 진료캠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경북의사회, 심사평가원 대구지원과 합동으로 진료 팀이 구성됐다.
 

□ 진료캠프 설치 울란바토르 한인회 2층 강당은 꽤 넓었다. 60여 평이나 됨직해 보였다. 우리 일행은 서둘러서 진료 캠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긴 대기의자도 여럿 있어서 진료 캠프를 설치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220V 의 전원공급도 무난했다. 재빠른 몸놀림은 신들린 듯 했다.

진료 차트를 만들고 현수막을 걸고 양국 국기를 게양했다. 검사실 장비를 설치하고 전원공급을 한 후 시험적 테스트까지 완료 했다. 간 기능 검사, HbA1c, BST, Urine check 등이 준비되었다. 약국 역시 몹시 바쁜 손길이었다. 동행한 학생들은 약국으로 배치되었다. 부인과 진료실도 모두 세팅이 되었다.

부인과 진료실은 외과 처치 실을 겸용하기로 했다. 소아과도 차분하게 준비가 되어가고 있을 즈음 첫 환자를 접수하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흐뭇한지 몰랐다. 가능한 스태프 진들은 진료 일정이 하루 짧아진 탓에 좀 더 자상하고 진지한 진료를 하려고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한인회에서는 두 명의 통역 아가씨들을 배정해 주었다.
 

□ 소아과 진료 어느 곳이나 소아과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시끄러울 때가 있다. 임시 진료 캠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환자들의 구강이며 피부 등을 살피는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었다.

진료 시작 후 한 시간쯤이나 되었을 무렵 대강당에는 온통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부산스럽기만 했다. 소아과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소아과 선생님은 아침부터 공복 상태인데다가 피로가 누적되어 상기된 얼굴은 몹시도 측은하게 보였다.
 

□ 부인과 진료 임상과중에서 가장 시간을 다투는 분야가 바로 산부인과가 아니겠는가? 부인과 선생님은 특별히 따로 준비해온 일회용 질경을 비롯해서 외과용 기구를 진열해 놓았다. 몇몇 환자들이 부인과 진찰을 받으면서 소변 검사를 하기도 했다.
 
소변검사와 아울러 혈액 검사를 진행하는 진료 캠프는 그야말로 야전 병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선생님은 자신의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고 부드럽게 해 주었다.

수시로 바쁜 진료 테이블의 환자들까지 돌보아 주기도 하는 부인과 선생님의 모습은 많은 몽골여인들의 가슴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게 틀림없었다. 언제나 웃는 얼굴은 모든 환자들의 아픔을 경감시켜 주는 첫째 조건이기도 했다.
 

□ 가정의학과 진료 나이가 들면 누구나 성인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예상했던 대로 혈압과 당뇨 그리고 관절계통의 질환은 노인들에게는 어쩔 수가 없었다. 한쪽 다리를 절면서 할머니 한분이 아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손가락으로 무릎을 가르치며 얼굴을 찡그려 아픈 표정을 짓는다. 비록 나이가 들고 골 깊은 주름으로 볼품은 없지만 전해오는 느낌은 마치 어릴 적 외할머니를 만나던 감정이었다.
 
얼굴모습이나 웃는 표정이 우리네와 하나도 다를 게 없어서 ‘할머니 많이 아파요?’라고 했으니, 시익 웃으면서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이 너무 귀엽기만 했다. 통증 부위에 주사해 주었다. 투약 처방전을 건네주고 다른 환자를 보던 중에 그 할머니가 천진스런 표정을 지으며 나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자기를 좀 보아 달라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걸음을 성큼성큼 걸으면서 깡충깡충 뛰듯이 강당을 걸어 다니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많은 환자들이 그 모습을 지켜 봐주니 오히려 고맙기만 했다.


□ 주한 몽골대사부인 방문 우리 일행은 주한 몽골대사부인의 방문에 적잖이 놀랐다. 몽골을 찾아준 우리 팀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몽골에 계시는 동안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내년도에는 자기가 직접 준비 하겠다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한남동의 몽골 대사관저로 초청을 해서 같이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겠다는 등등의 말이었다. 또한 대사 부인은 공항까지의 이동 수단은 대사관에서 알아서 처리할 문제이니 조금도 신경을 쓰지 말라며 차량 3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 나라의 대사정도라면 많은 편의를 제공 받는다. 미얀마에서의 경험으로 비추어 본다면 대사부인의 방문은 기대 이상의 성과나 다름없다.
 

□ 농양 절개 수술 갑자기 소아과 선생님이 일반 진료 테이블로 건너 오셨다. 11개월 된 사내 아이 인데 우측 가슴부위에 농양이 생겼는데 필시 I&D(절개)를 해야겠는데 준비가 미흡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준비가 부족하지만 이건 그냥 두어서는 안 되는 상태이기도 했다.
 
이미 농양이 주머니를 형성한 상태이고 주위 조직은 염증으로 부풀어 올라서 이차적인 후유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상처를 절개하니 푸루죽죽한 고름이 쏟아져 내렸다. 자지러지는 아이를 소아과 선생님은 호흡을 맞춰가며 어르기도 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마무리 드레싱을 마친 후 우리는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소아과 선생님의 OK 라는 사인은 얼마나 우리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스태프들뿐만이 아니라 일행들은 모두 밝은 표정으로 이미 울음을 멈춘 아이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신명이 난 일행의 손길은 투약은 물론이고 그동안 우리가 준비해온 선물 보따리까지 풀어 헤치고 나누어 주었다.

선물을 받는 즐거운 표정과 이런 어려운 열악한 상황에서 선물을 주는 기쁨이 한층 더 진료 캠프의 열기를 고조 시켰다.
 

□ 수액요법 어느 곳이든 진료캠프에서 가장 가시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건 수액요법 인듯하다. 많은 대기환자들은 100ml, 또는 200ml 팩의 수액을 정맥혈관으로 주입하는 것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준비한 수액을 가능한 모두 소모 시키려고 했다. 이런 추세였다면 약품이 모자를 수도 있었다. 진료일수가 하루 줄어들었던 탓에 적당한 선에서 진료를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행운이라면 행운일수도 있었다. 오후 3시가 지나서도 환자들은 한두 명씩 찾아오곤 했다. 피로감이 밀려왔다.

의자에 조금만 앉아 있으면 마치 인턴시절이나 다름없었을 것만 같았다. 열심히 즐기고 밤을 지새우며 별밤을 만끽하고 자연에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칠 수 있을 때까지 지칠 정도로 환자를 돌보았다는 자부심은 기분 좋은 기억이기만 했다.
 
비록 한 나절의 짧은 진료이기는 했지만 어떤 진료보다도 보람 있고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기만 했다. 의외로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과 고혈압 환자들은 많았다. 우리가 준비했던 최신 의료 장비는 대단한 활약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 첫 식사 몽골 도착 첫날 우리는 오후 늦은 시간까지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다. 겨우 스태프 진들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몇 잔의 물이 고작 전부였다. 하나둘씩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긴장과 피로감으로 얼굴이 상기된 채 다음 일정을 기다리며 묵묵히 주어진 일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서 나는 접수 마감을 선언 했다. 그리고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 정리를 하도록 독려를 하고 한인식당에서 오후 4시경이나 되어서야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으로 첫 숟갈을 뜰 수가 있었다.
 

□ 이륙 및 기내에서 “테이크 오프(Take off)” 이 한마디가 이처럼 반갑기도 했던 때가 있었을까?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언제나 가볍고 경쾌하기만 했다. 우리들 모두는 평생 잊지 못할 낭만과 추억을 곁들인 여행은 물론이고 보람 있는 진정한 이웃으로 우리가 존재 할 수 있다는 뿌듯한 자부심으로 행복하기만 했다. 창문 밖으로 펼쳐진 구름의 멋진 모습이랑, 초원을 지나 중국대륙의 산야를 가로 지르는 기분은 남다르기만 했다.
 

□ 해단식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감싸주려고 했던 일행들 모두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어느 누구를 보더라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준 일행모두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낸다. 게다가 단합된 마음을 솔선수범해준 스태프 선생님들의 노고는 차마 눈물겨운 일이기도 했다.

이미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두 분 선생님들과 심평원 선생님들에게는 무리한 일정이었음을 열심히 봉사해 주었다. 또한 휴가를 휴가답게 보내고 왔다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며 몽골의료 봉사의 해단식은 공항커피 한잔씩 나누며 조용한 마쳤다.
 

                   /이종규 울진군 의사회장 평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장(의학박사,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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