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이 타령>

          

본지는 금번호부터 김주영 소설가의 대표작 ‘객주’ 속에 나오는 장타령을 연재한다. 소설 객주 속에는 걸쭉한 토속어 전시장 같은 조선말기 장바닥의 풍경들이 전시된다. 파는 물건을 선전하기 위해 누군가 만들어 발전시켰지만, 이 장타령 속에는 장돌뱅이들의 삶의 애환과 해학 그리고 당시의 풍습이 고스란히 드러날 뿐만 아니라, 사설 문학적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
 
본지는 ‘객주’ 1권~9권 전 권에 담겨있는 장타령을 매회 연재하여 언젠가는 ‘장타령 해설과 낭송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호에는 객주 제1권 p. 165~167에 담겨진 안동장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각설이 타령을 게재한다. (편집부)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으흐흐 이놈이 이래도 정승 판서 자제분으로 팔도 감사 마다하고 돈 한 푼에 팔려서 각설이로만 나섰네, 지리구지리구 잘한다. 품마품마 잘한다.

각설이라 멱설이라 동설이를 짊어지고 뚤뚤 몰아 장타령, 안경(眼境) 주관(主管) 경주장, 최복(哀服) 입은 상주장, 이 술 잡수 진주장, 관민분의(官民分義) 성주장, 이랴 채쳐 마산장, 펄쩍 뛰어 노리골장, 명태 옆에 대구장, 순시(巡視) 앞에 청도장, 구멍이 나 파주장, 과부 설운 양주장, 품마품마 잘한다, 초당 짓고 한 공부나 실수 없이 잘한다.

시전 서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한다, 논어 맹자 읽었는지 다문다문 잘한다, 뜨물 동이나 먹었는지 걸찍걸찍 잘한다, 기름동이나 먹었는지 미끌미끌 잘한다, 냉수 동이나 먹었는지 시원시원히 잘한다, 동삼(童參)을 먹었는지 기운차게도 잘한다,

목구멍에 불을 켰나 훤하게도 잘한다, 뱃가죽도 두껍다 일망무제(一望無際) 나온다. 네게 저리 잘할 적에 네 선생은 할 말 있나, 네 선생이 나로구나. 잘한다 잘한다 대목장에 목쉴라, 대목장을 못하면 겨우살이를 벗는다, 지리구 잘한다, 품마품마 잘한다.

앉은 고리는 동고리 선 고리는 문고리 뛰는 고리는 개고리 나는 고리는 꾀꼬리 입는 고리는 저고리다, 지리구지리구 잘한다, 품마품마 잘한다. 한발 가진 짝귀 두 발 가진 까마귀 세 발 가진 통노귀 네발 가진 당나귀 먹는 귀는 아귀라, 지리구지리구 잘한다, 품마품마 잘한다.

일자 한 자 들고 보니·일편단심 먹은 마음 죽으면 죽었지 못 잊겠네. 이자 한 자 들고 보니 이수중분 백노주에 백구 훨훨 날아든다. 삼자 한 자 들고 보니 삼월이라 삼짇날에 제비 한 쌍이 날아든다. 사자 한 자 들고 보니 사월이라 초파일에 관등놀이가 좋을씨고.

오자 한 자 들고 보니 오월이라 단옷날에 처녀 총각이 한데 모여 그네놀이가 좋을씨고. 육자 한 자 들고 보니 유월이라 유둣날 탁주놀이가 좋을씨고. 칠자 한 자 들고보니 칠월이라 칠석날에 견우직녀가 좋을씨고. 팔자 한 자 들고 보니 팔월이라 한가위 올해 송편이 좋을씨고. 구자 한 자 들고 보니 구월이라 구일날에 국화주가 좋을씨고. 시월이라 무오일(戊午日)에 고사 사당이 좋을씨고. 백자 한 자 들고 보니 국태민안(國泰民安)이 좋을씨고....

서서본다 서울장 다리가 아파 못 보고, 아가리 크다 대구장 너무 넓어서 못 보고, 이 산 저 산 양산장(梁山場) 산이 많아 못 보고, 울울적적 울산장 답답해서 못 보고, 코 풀었다 흥해장(興海場) 미끄러워서 못 보고, 이 통 저 통 통천장(通川場) 알젓 많아 못 보고, 횡설수설 횡성장 시끄러워 못 보고, 이 천 저 천 이천장 개천 많아 못 보고, 똥 쌌다 구례장 구린내 나서 못 보고, 정들었다 정선장 갈보 많아 못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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