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진 문  논설위원
최근 한국 방송계는 ‘나꼼수’ 열풍이다. ‘나꼼수’는 ‘나는 꼼수다’의 줄임말로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나꼼수’는 현재 애플 사(社)의 팟캐스트 서비스를 기반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팟캐스트란 애플사에서 만든 음악 재생기기인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디지털로 녹음된 오디오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방송체제이다. 인터넷에서 우리말로 ‘나꼼수’라고 치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국회의원, 시사인 주진우 기자 등 4인방이 나꼼수 출연진이다. 필자는 1997년 김어준총수가 펴낸 딴지일보라는 책을 사 보았는데 그야말로 당시 한국사회의 세태와 정치현실을 날카롭고 신랄한 유머와 풍자로 포복절도하게 그려놓았다. ‘이 친구 앞으로 경을 칠 정도로 한가락 하겠군!’ 했는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나꼼수 방송으로 주요 방송언론을 제치고, 그야말로 인기몰이 중이다. 일부에서는 ‘좌파 방송’이라고 하여 욕설, 비속어 등의 정치만담과 근거 없는 폭로로 사실을 왜곡하는 방송으로 치부하고, 저널리즘이 아니라 가치중립성이 없는 ‘너절리즘’으로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꼼수 4인방은 현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와 조롱으로 인터넷 방송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방송조회수가 매회 평균 600만 건이 넘었다고 한다. 세계방송 사상 유례가 없어, 나꼼수와 이들 4인방은 외국에서도 화제가 되어 미국 하버드대 등에서 초청, 곧 순회강연을 한다고 한다. 김어준 총수가 펴낸 책 ‘닥치고 정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꼼수를 청취한 사람들은 요즘 정치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정치가 재밌어졌다고 한다. 정말 그런 일도 있었나? 선악이분법적 사고, 정치계몽주의가 뒤섞여 있지만 우파의 권위주의와 꼰대성을 공격하는 맛과 대중들을 통쾌, 상쾌, 명쾌하게 하는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에 자꾸 듣고 싶다는 중독현상까지 이야기 한다. 필자 또한 이런 현상에 예외는 아니다. 여당 대표까지 자청하여 출연할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나꼼수에 열광할까?

첫째,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다. 나꼼수로 표출된 대중의 관심은 기존 신문 방송 중심의 올드 미디어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뉴미디어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신문방송이 정권의 시녀가 되고 대중들의 알 권리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기존 언론과 방송이 대중의 정치적 욕구를 채워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위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보수 신문과 공중파 방송3사 등이 대중이 요구하는 사회비판, 정치 담론 형성, 의제 설정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데 있다. 나쁘게 말해 현재의 주요 방송들은 MB의 찬가만 부른다는 것이다.

둘째로 언론자유의 제약에 대한 반작용이다. 현 정권이 들어서며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퇴보 했다고 한다. 권력이 절대화 되면 비판의 소리는 눈에 가시가 되어 곧바로 탄압으로 이어진다.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구속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일개 청년이 증권시장에 대해 발언한 것을 두고 경제괴담, 또는 무슨 괴담 유포자로 지목하여, ‘너희들도 함부로 이런, 저런 발언을 하면 구속감’이라는 공포를 대중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이 사건을 두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들끊었다. 그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는 대중들의 정치에 대한 일상적인 우스갯소리조차 탄압·규제하려는 정치권력에 대한 소리 없는 저항이기도 하다. 최근에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에 대한 법률이 발의되었다가 보류되기도 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용수철은 누르면 누를수록 반발력이 커진다.

셋째 언론권력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대중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주요 언론과 방송에 자기 사람을 심고,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보수 언론들이 종합편성채널을 개국할 수 있도록 한 언론 장악에 대한 저항이자, 대중언론이 제도권 언론을 무릎 꿇릴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꼼수의 언어기법으로 말하면 한마디로 제도권 언론을 엿 먹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제도언론은 나꼼수한테 노예적 굴욕을 당한 거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나꼼수는 대중들에게 풍자와 해학을 통해 시원시원한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해 주었다고 본다. 오죽하면 정치권에는 안철수, 주류언론에는 나꼼수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나꼼수는 방송언론의 2011년을 상징하는 키워드이자 최고의 히트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꼼수 멤버들은 그들의 방송이 ‘골방 해적방송’ ‘레지스탕스’ ‘언론이 제구실 하면 사그라질 현상’ ‘감기처럼 왔다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그 역할과 사명을 제대로 다하고 공정 보도를 하는 상식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가카헌정방송’ 나꼼수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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