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로전, 목물타령과 담배타령>

들병이와는 체면이 틀리게 되었으나, 하는 말이 그럴듯하고 고마워서 길소개는 젓동이를 수 습하여 주막을 나서고 말았다. 닥칠 봉욕에 겁먹기보다는 공연한 북새통으로 동패들의 일을 그르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왁자지껄한 시게전 앞을 돌아 나가니 무시로전과 목물전 (木 物廛)이 즐비했다.
쟁이,긁쟁이,길마,써레,삿갓,도롱이,발고무래,괭이,곡괭이,쇠스랑,가래,살포, 갈퀴,삽,호미,벽채,잿박,용두레,장군(長本),도리깨,넉가래,멱서리,동구미,채롱,키,지게,구럭,어리,구유,벼훑이,삼태기,부등가리,부엌비,공석,멍석,맷방석,짚소쿠리,닭장,따비,씨아,다듬잇돌,빨랫방망이,우삼(雨衫),갈모,절구,체,체솔 ,용수,고리,이남박,조리,양념 절구, 도시락이 널려 있고, 그 앞으로는 소반장수 대 여섯이 소반짐을 내려놓고 웅성거리며 서 있었다.
원반(圓盤),통영반(統營盤),돌상(八隅盤),해주반(海州盤),번상(公故床),귀상,단각반(單脚盤),개다리소반,나주반(羅州盤),모판,부담(負擔),찬합,주합(酒盒),피롱(皮籠)이며 반주합(飯酒盒),표주박,호리병,주전자,약탕관,쇄금(鎖金),용충항(龍尊缸),가께수리, 반닫이,문갑,비누합 같은 잔세간들을 팔고 있었다.

저놈 잡으라는 손짓을 할 요량으로 관자놀이부터 부르르 떠는데 낙상을 한 도포짜리 앞으로 키가 껑충한 담배장수 한 놈이 느닷없이 가로막고 서면서 봇짐에서 담배 한 두름과 백간죽 (白簡竹)하나를 쑥 빼들더니,
[팔도를 주름잡는 경강 삼개에 사는 담배장수 한 놈 나으리께 초인사 여쭙니다. 강수복(康壽福),헌수복(獻壽福)의 부산죽(釜山竹), 서천죽(舒川竹), 소상반죽(瀟湘斑竹), 자문죽(自紋竹), 양칠간죽(洋漆竿竹), 각죽(刻竹), 칠죽(漆竹), 서산용죽(瑞山龍竹), 조죽(鳥竹), 화문죽(火紋竹) , 상중(喪中)에는 백간죽이 수수하옵지요. 이름 좋은 금산초(錦山草)며 장광(長廣) 좋은 직산 초(稷山草)며, 수수한 영월초, 빛깔 좋은 상관초며, 전라도 진안초, 충청도의 괴산초,수성초 (水成草)며, 경상도의 안동초요, 연기 맑은 경기도 금광초(金光草)며, 강원도의 횡성초라. 함 경도 갑산초(甲山草)며, 평안도의 향기로운 성천초(成川草),덕양초(德陽草)?삼등초(三登草) 며, 황해도의 익산초(益山草)에 불 잘 타는 남의초, 상관초, 서초(西草), 양초(洋草),향초(香草 ), 망우초(忘憂草), 입맛대로 들여가십시오.
담배장수란 놈 너울지게 어깻짓까지 하며 다리를 빗대고 한 바퀴 휘그르르 돌더니 이젠 타령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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