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쌍전리 독자 배정훈
“아, 그래도 박근혜가 돼야 돼!” “여자라서 안된다니까 그러네. 여자가 대통령이 되불믄 나라에 망조가 든다는 거여.” “임마여, 그래도 박정희 딸내미잖여. 믿어보자고. 지 아비 맹키로 제대로 함 갈아엎어불랑가 아나? 울진이 요만크름 사람 사는 것도 다 박정희 전두화이 때 용 쓴 덕분아이가.” “아, 내, 참... 안된대도. 술내기 할까? 뭐하꼬? 복숭아, 맥주 한 캔 어떻노?”

이야기는 어느 여름날 옥방마을 수퍼에서 시작된다. 동네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들 하던 일을 마치고 군것질을 하고 계셨다. 그러다 정치며 경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주섬주섬 펼쳐지더니 장날처럼 열띤 언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왜 그리도 맺히신 것이 많고 앓은 것이 많으신지 우리 세대들은 좀처럼 공감하지 못한다. 웃자고 한 이야기인데 죽자고 덤비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야 뭐,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귀딱지가 앉게 들은 풍월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우리 세대가 배운 역사에서 현대사는 빠져있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직선제가 실행되고 금융실명제가 시작되던 민주주의 초장기 무렵. 88세대라 불리는 우리는 어쩜 가장 축복받은 시대에 성장해서 현재 88만원이라는 초급을 받고 사회인이 되어 영그는 위태로운 세대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배우는 국사시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시간 없고, 있어도 그만이라는 논리로 현대사 페이지는 시큰둥하게 넘어갔었다.

친구들 중에 일제강점기 이후 해방 그리고 6.25 이후. 그러니까 5.16이나 10.26사태 등에 대해서 아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시험범위만 우리에게 ‘역사’로 기억된다.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대화이다’ 라고 누군가 껄쩍지근한 말을 내뱉었지만 우리는 현대사와 뒤끝이 있었거나 사이가 좋지 않았나보다.

하긴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디스크처럼 따라붙고 있으니 딱히 할 말은 없겠다. 현 야권에서는 사후약방문식으로 박근혜 후보를 코너로 몰아가고 있지만 나는 그런 애매모호한 짓따윈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선은 코앞으로 닥쳤고 각 후보고 주어진 시간 내에 당 내에서는 단합된 모습을, 그리고 밖에서는 표를 보여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각 후보마다 색색의 플랜카드를 걸었다. 그러나 모두 초점은 복지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대북정책에 맞추어져 있다. 틀만 조금 바꿨을 뿐 오십보백보이다. 나는 지금 자다가 깨어 이 글은 쓴다. 뜬금 없는 말 같지만 내가 대선에 누구를 찍든, 표를 던지든지를 떠나 인간 박근혜 후보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다.

나의 어머니뻘 되는 분이고 그녀는 늘 웃고 있지만 ‘외롭겠구나. 참 많이 외롭겠구나.’ 그래서 나는 우리 세대가 열광하는 안철수 후보보다 박근혜를 지지한다. 대통령이 되면 그녀의 외로움이 조금이나마 덜어질까...

아버지 어머니께 주워들은 풍월로 “결혼도 안했고 김종필 같은 든든한 방패막이도 있었는데 보이질 않고, 여자라는 편견이 적잖이 작용할텐데, 안그래?” “그러니까...더 뽑아야지. 즈그 엄마 아빠가 비명횡사 하는 거 보고도 저렇게 몸사리지 않는 거 봐봐라. 정치는 개나 소나 하는 거 아니다.”

맞는 말이다. 정치는 개나 소나 하는 게 아니다. 나는 2011년 겨울, 소설「객주」를 쓴 김주영 작가님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마침 맞은 자리에 김주영 작가님이 앉아서 울진 십이령 고개 보부상길이 관광코스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는데, 짧은 소견으로 “ 명박씨(이명박 대통령)가 알아서 잘 만드시겠지요.”라고 나오는대로 툭 던졌다가 작가님에게 “이봐요, 아가씨. 암만 어려도 그렇지 한 나라의 수장인데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못써요!” 라고 된통 혼이 났었더랬다.

‘없을 땐 나랏님도 욕 한다고’ 그 땐 좀 뻘쭘하고 언짢았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내 세치 혀를 잘 못 쓴 것이 후회가 된다. 작가님 눈에 젊은 내가 몹시도 괘씸하고 안타까워보였으리라. 대통령 단임제라 곧 물러나실 이명박 대통령도 레임덕 현상을 어떻게든 모면하실려고 오늘도 활보중이시다. 북한이 NLL을 자꾸만 침범하는데 딱 걸리면 강력히 응징하리라 하시며.

헌신이라는 것이 자신을 헌신짝처럼 내 던지고 이타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덜 외로울 수 있도록 국민들이 먼저 좀 병풍을 에둘러 쳐주길 원한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일 아무나 대통령을 할 수 있다면 학력, 직업 통 틀어서 적합한 인물이 있다.  - 가수 조영남. 대표곡 ‘화개장터’가 있고, 서울대 중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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