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사람 인명록편찬위 간사 김진수

                    김진수
얼마전 이사를 하고 필요한 것이 있어 고물상에 들렀다가 마침 입구에 버려진 듯이 처박혀 있는 자전거를 발견하고 단돈 만원에 구입했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그 자전거를 타고 성류굴 남부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뒤뜰을 지나 구산1교를 건너면 우측으로 울진종합운동장이 나오고, 성류굴을 품고 있는 성류산을 뒤로 하고, 좌측으로 왕피천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아기자기한 남향집 전원주택들이 매실, 감나무 등 과일나무로 살짝 가리어져 지나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하고 있는 비월 마을을 지나, 강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격암 남사고 선생의 유적지가 있는 누금마을을 지나게 된다. 

강 건너 좌측으로는 격암 선생의 전설이 서려있는 남수산 자락들이 뻗어오다 차마 왕피천 줄기를 막지 못하고, 조금은 길게 혹은 짧게 뻗어 왕피천 아홉 구비를 만들게 된 것 같다.

계속 페달을 밟으면 지금은 폐교가 된 수곡초등학교가 있는 막금 마을을 지나게 되고, 마을상류 부근에 성류온천을 개발한다는 표지와 막금교가 나온다. 

내가 사는 성류남부 주차장에서 이곳까지는 약 10km 정도 될 것이니 왕복 20km 정도를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셈이다. 어떤 때는 안잘미를 거쳐 한 바퀴 돌아오는 경우도 있으나 거리는 비슷하다.

나는 이 코스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문득 “ 아, 이것이 바로 내몸이 원하는 것이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나의 우매한 고집 때문에 평생을 시달린 내 몸을 위해 늦게나마 깨달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청정지역을 다닐 수 있게 동행자가 되어준 만원짜리 자전거를 고맙게 생각하며, 만원의 행복에 젖어 산다.
 (어쩌면 ‘칼럼’이라는 주제에 맞지 않은 글을 6개월여 동안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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