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중(시인, 서울 출향인) -

                 전세중

인생은 시간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시간을 어떻게 관리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의 책상 위는 언제나 지저분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일이 잦은데 신문은 자료가 될까하여 모아둔다. 며칠이 지나고 보면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이게 된다. 최대한 미루고 나중에 해결하려는 나쁜 습관 때문이다.

어느 날 내 책상을 보고 한 직원이 “연구원 책상 같아요.” 한다. 무엇인가를 머리 속에서 창조해내는 것은 그것에 얽매이는 것이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크게 버려야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잠자리 들기 전에 종종 과일을 먹는데, 이것은 내가 건강을 위해서 조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먹는 음식을 절제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작은 것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1706년 미국의 사회개혁가, 과학자, 정치가, 문필가로 활동하여 수많은 업적을 남기고 간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쓴 자서전은 오늘날 산문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의 메시지는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만으로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꽃피우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물론 내 아들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의 삶도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70세까지 산다면 10년이 남았고, 80세까지 산다면 20년이 남았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은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나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뒤늦게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며 산다. 문학의 길에 들어 선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일찍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50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지만, 주옥같은 글이 아니더라도 글을 쓴다는 자체가 즐겁다. 글을 쓰기 위하여 많은 책을 읽으면서 인생의 지침서를 새로 만들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일이지만 이제야 완성됐다. 열 가지 인생지침을 나의 아들들도 지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째, 가정을 화목하게 하자. 둘째, 독서를 하고 글을 쓰자. 셋째, 배불리 먹지 말자. 넷째,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다섯째, 해야 할 일은 바로 실행하자. 여섯째,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일곱째, 언행을 조심하자. 여덟째, 사람들에게 진실하게 대하자. 아홉째, 항상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을 갖자. 열째, 감언이설에 흔들리지 말자.

나는 어릴 때 아버지의 취중 교육이 싫었다. 그런 이유인지 가정이 화목해야 무슨 일을 하던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가정이 화목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얼마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그래서 ‘가정을 화목하게 하자’는 문구를 첫 번째로 넣었다. 두 번째로는 ‘독서를 하고 글을 쓰자’로 했다. 독서는 자신을 살찌우는 양식이다. 좀 힘들겠지만 자기의 일생을 한 편의 글로 남긴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인생이다. 철저한 시간 관리야 말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일이다. 시간은 인생의 스승이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