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전병식 주필
지난 19일 새벽 나는 TV를 보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믿고 신봉해온 미국이란 나라가 저런 정도의 나라였던가! 하는 회의에 빠졌다. 이 방송이 미국에 대한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편파적으로 편집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이 방송 프로를 보는 동안은 틀림없었다. 

미국은 공보험 의료제도가 없어 민간보험에 의존하고 있는데, 보험료가 중산층도 가입하지 못할 정도로 비싸 미국민 약 30%정도만 가입한다고 한다. 치주염을 치료받을 돈이 없어 방치하다가 바이러스가 뇌까지 침투해서 아이가 죽어야 하는 나라.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서로 짜고, 병원에서 청구하는 대로 치료비를 지급하고, 보험사는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를 올려받는 악순환의 먹이 구조로 다리골절 치료비가 무려 7,700만원, 제왕절제 분만비용이 1,700만원, 맹장수술비가 400만원이나 청구되는 나라.

미국에서 세 번째로 부유하다는 시카고 시는 교육의 선택권 운운하면서, 50여개의 공립학교를 폐쇄함으로서 돈 많이 드는 사립학교에 가지 못해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아이들의 교육에 쓸 예산을 삭감하여 대기업들의 공사예산을 부풀린다는 나라.

나중에 찾아보니 나는 SBS의 창사 특집 “최후의 권력”의 제4편 ‘금권천하’ 를 우연히 중간부터 보게 됐던 것이었다. 무엇이든지 남의 말만 들어서는 안 되겠지만, 최소한 이 프로를 보는 동안만은 미국에서의 정의는 사라져버렸고, 권력은 금력에 의해서 나오는 사회라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이런 나라가 미국이란 나라의 실체였던가! 겉보기에는 멀쩡한, 세계를 움직이는 최강대국, 바깥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집안일에는 등한시한 것일까! 그게 아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근본적으로 금권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였다. 정치자금 후원자와 로비스트, 그리고 이익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후원단체와 후원자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나라였다.

지금까지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간혹 의구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어디에서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언젠가 미국에 800만명의 집없는 천사(?) 들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한 참이나 멍 때려야 했다. 

그리고 유태인들이 미국의 상권을 틀어쥐고 미국을 움직인다는 얘기에도 나는 약간 흔들렸고, 미국사회를 6개 가문이 움직인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약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나의 믿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동안 나에게 미국이라는 나라는 약간의 불합리한 점도 있었지만, 민주주의의 보루국가로서 국제사회 기아와 인권, 민주와 정의를 지켜주는 대모국가 쯤으로 인식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SBS 방송을 통해서 미국내 왜곡된 권력의 실태를 알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국가의료보험제도를 극찬하고, 의회의 예산 불승인으로 연방정부 폐쇄의 위기를 맞으면서까지 일명 ‘오바마케어’ 라는 의료보험 공영화를 왜 시행하려 했는 지를 알 것 같다. 

미국의 유명한 모 대학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들었다. 미국 속에 살면서 무어라고 썼길래 이런 반응을 불러일으켰는 지, 이 작가는 미국사회의 내부 문제점과 정의의 실종을 알아차리고 썼는 지가 궁금해서 나는 언젠가 이 책을 사서 읽어보고 싶다.

이 프로의 전체 제목이 “최후의 권력” 으로 암시하는 바가 크다. 현재 미국사회의 권력은 금력에서 나온다. 그렇지만 ‘최후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 같다. 결국 권력이 국민에게서 합리적인 방법이나 절차에 의해서는 나올 수 없다면, 미국에서 현대판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인가!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