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원자력발전소가 위험하다 (1)


              입찰 80%가 유찰, 갑의 단가 후려치기 결과
              저가 낙찰방식 품질도 못믿고, 정비도 차질 빚어
 


한수원이 정비부품을 제 때에 납품받지 못해 사실상 비상사태다. 그런데도 몸사리는 관료조직화된 한수원 조직의 특성상 누군가 나서, 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23일 한수원의 입찰공고 건수는 20건이다. 이 중 용역과 공사 건수 2건을 빼고나면, 사실상 부품구매 공고는 18건이다. 이 중 첫 공고가 8건이고, 나머지 10건은 지난번 입찰에서 유찰된 재공고 건으로 절반을 넘는다.

22일 낙찰 건수를 보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10건 중 용역 2개를 빼고나면 부품구매는 8건이다. 8건 중 6건이 유찰이다. 약 80%가 유찰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원활히 원자력발전소를 정비할 수 있겠는가.

원자력 정비에는 두가지가 있다. 사고나 고장에 의한 불시정비와 일정기간 가동후 미리 예방차원에서 부품을 갈아주고, 기능을 살려주는 계획정비가 있다. 그런데 이때, 정품 부품이 제때에 공급되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가동 지연으로 인한 경영상의 엄청난 손실을 보아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왜, 그동안 잘 해오던 중소기업 부품 납품업체에서 한수원 납품을 기피하는가? 이에 대한 현장에서의 실상은, 한수원 본사의 이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책은, 지역 기업 납품업체의 애로에 대해 본지는 시리즈로 집중 보도한다.  

한수원(주) 본사가 발전소와 그 지역업체에 대한 그간의 상호협력의 상생정신을 배척하고, 저가 덤핑입찰로 모든 물품을 구매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이번 제(1)편은 총괄편이다. 긴급 현안으로 집중해부 한다. 
                                                    
                                                                               -------------편집자 설명


지난해 9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한수원의 원전부품 납품비리에 대한 약 4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종합 발표했다. 비리에 연루된 한전 유관기관과 협력업체 인사는 구속된 43명을 합쳐 모두 98명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한수원 사장에서 말단 직원까지 22명의 임직원이 사법처리 됐으니, 한수원 전체가 비리 집단으로 의심받을 만했다. 일개 납품 개인사업자는 물론, 현대중공업, LS전선을 비롯한 대기업도 금품 로비나 담합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부품을 교체하느라, 지난해 여름은 원전 가동연기 또는 가동이 중지되어 공장과 사무실, 가정에서는 냉방장치를 가동하지 못했다. 원전을 대체하여 상대적으로 생산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나 디젤 등의 발전으로 하루 약 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아, 정부 추산 피해액은 9조 9,500억원에 이르렀다.

한수원은 그동안 싼 발전단가를 유지하기 위해 안전보다는, 국산 대체품 개발을 유도하고,  부품을 제 때 공급받기 위해 독촉했다. 또 국산화 기술만 획득하면 납품을 독점할 수 있고, 납품부터 관리까지 한 직원이 담당함으로써 결탁의 유혹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정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전반적으로 원전의 구조적 납품비리에 대한 혁신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거나, 문제점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4개 현장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부품구매 업무 전체를 본사에 올려 보냈다. 한수원 본사는 대기업 출신의 구매책임자를 외부 수혈했는데, 적정한 가격에 의한 고품질의 정품을 원활히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구매 보다는 정직하고, 착한 구매에만 골몰했다.

그리고 외부인은 원자력 사업의 최고 존엄한 가치인 안전우선과 원자력발전소재지 지역사회와의 특수관계성에 대한 이해와 원전부품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하다. 사무직 담당 직원들은 현장의 독촉에 마음만은 빨리 구매해 공급해 주려고 하지만, 부품에 대한 지식과 구매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니, 뒤로 미루기만 한다.

지난해 약 1년 동안 한수원은 한국사회 원전 마피아라는 오명을 들어 왔던지라, 대기업 거래 특유의 저가후려치기의 일괄 저가 구매로 비용절감에만 치중하다보니, 덤핑 저가 낙찰로 인한 저품질 납품을 유도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제 때 필요한 부품을 원활히 구매하지도 못하게 되니, 원전 운영에 엄청난 차질을 빚고, 대형 안전사고의 위험마저 뒷따른다.

울진에는 수십년간 한울원자력에 정비부품을 납품해온 지역 중소기업 다수가 있다. 원자력 정비에 들어가는 부품의 특징은 다품목 소량으로 수만가지다.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부품도 많다. 그동안 울진 지역기업들의 납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작년에 온 나라를 들썩이던 원전 납품비리 복마전에도 아무도 연루되지 않았다. 지역 기업들은 애향심을 바탕으로, 한울원자력이 남이 아니라, 같이 가야 할 동반자적 관계의 애착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비리사건에 연루된 기업은 모두 대기업이나, 저가 덤핑가격으로 낙찰받았던 외지업체들이다.

지역기업들은 구매와 납품 사무가 본사로 올라가기 전에는 적정가에 낙찰을 받아 한울원자력의 손발처럼 움직여, 정규제품을 제 때에 납품하여 한울원전의 불시정비와 계획정비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런데 요즈음 이 지역 중소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문제가 세간의 첫 번째 이슈로 부각되면서, 사회안전망시스템을 근본부터 바로 잡으려는 비상시국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안전을 가장 중요시해야 할 원자력발전소가 정비에 필요한 중요 자재나 부품을 덤핑으로 유도해 저가 제품을 공급받는다는 제보에 이 위험한 발상의 근원이 어딘가를 몇 군 데 확인한 결과, 한수원 경영진의 방침이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자력발전의 모든 물품구입은 정해진 원칙에 의한 절차를 거쳐 입찰이나 특정 수의계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시스템을 배제하고 실적에만 치우쳐 단가후려치기로 최저가 낙찰을 고집한다면, 순간의 이익보다 더 큰 것을 잃을 수가 있다. 과연 이런 구매방법이 결과적으로 얼마 전의 원자력 비리 문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원자력의 안전은 품질이 보장된 정품사용으로 인한 정비가 생명인데, 만에 하나 비규격품인 저가제품을 구입해 정비에 사용하다보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런 위험한 발상을 자초하고 있는 사람들이 본사 경영진이라니, 기가 막힌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주민들은 후쿠시마 원자력 재앙 이후 원자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혹여 조그만 일로 인해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는 마당에 이런 사실을 접하고 보니, 좀 더 깊이 사실 확인에 접근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5월 한 달 낙찰사례를 확인한 결과, 머리글에서 보았듯이 모든 구매는 수차례에 걸쳐 70~80%가 유찰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한수원 최근 공개 입찰 자료 확인)

지역기업 임직원들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모든 구매시스템이 본사로 통합된 뒤에는 그간의 원칙에 의한 절차를 무시하고, 실적위주의 구매방식으로 바꿔 싸게 구입, 실적을 챙기려는 본사 경영진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원래 모든 부품 구입가는 해마다 상승되는 물가인상률을 반영해서 개별조사가 정확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한수원의 구매기준은 4대 원전 중에서 최근 구입한 최저가격을 기준으로 내정가를 정하고, 최저가 낙찰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니, 덤핑 응찰을 하지 않는 정상적인 기업은 한수원의 부품 구매입찰에 응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한수원은 해마다 상승되는 물가인상률을 반영하기는커녕, 2~ 3년 전의 실구입가격에다가 또 네고를 해서 입찰가를 정한다. 그런데 덤핑 때문에 원가의 80~90%선에도 낙찰이 안되니, 납품을 기피하여 오늘과 같은 유찰! 유찰! 의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주변지역 업체에 대해서는 일정금액 이하 건은 지역업체에 최소한의 구매 지명권이나 수의계약을 해 주는 혜택을 주어왔는데, 원전비리를 빌미로 이것마저 차단되었다. 그나마 조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도 사업장만 지역에 둔 외부업체가 초저가 입찰로 싹쓸이 해 지역 중소기업들마저 위기상황이다.

그간 지역 업체들은 나름대로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면서 원자력과의 가교역할도 잘 해 왔는데, 이런 모든 것이 무너진다면 원자력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갈등을 조장하게 될 것인데, 이런 문제는 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걱정이다.

그간 매번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한수원의 경영철학인 지역민과 지역업체와의 상생협력은 어디가고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오는지 실로 아연실색할 뿐이다.

본사는 지역관련 업체들을 직접 방문하여 번복되는 유찰과 저가 낙찰로 인한 납기지연이 O/H(정기점검)이 과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구체적인 사실확인을 통하여 안전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들을 연속 기획으로 해부해 나갈 것이다.

또 다음호 2회 기획에는 후쿠시마 원자력사고 당시 비상발전기 가동중단이 상황악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던 만큼, 한울원자력의 비상발전기와 관련한 부품조달과 정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도 집중 탐방할 계획이다.

                                                                                         / 전병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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