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JC 제45대 중앙회장: 홍성태


“여보! 우리가 만난 게 언제지? ”라고 물어볼 만큼, 수많은 세월이 흘러 어느덧 50대 중반을 넘어 가네요. 세상 살면서 난 아직 당신께 솔직히 “여보” 라는 호칭을 부르는데 잘 익숙해 있지 않아요.

아직 우리가 처음 만나 사귈 때 기분, 그래봤자 겨우 3,4년 밖에 흐르지 않은 느낌이 들어, 혼잣말로 “내가 은주 엄마한테 벌써 ‘여보’라고 부를 만큼 나이가 들었나? ”하고 말입니다.

“참” 철없이 만나 당신과 내가 ‘부부라는 인연’을 맺고, 이렇게 오랜 세월 같이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살아온 세월이 어디 순탄하기나 했소?

봉화라는 작은 동네, 그것도 시골부잣집 외아들 만나 세상 어려운 줄 모르던 철부지한테 걸려, 결혼이라는 덫에 빠진 여자가 당신이 아니었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혼에 반대 했던 부모님한테 평생 시집살이 하며, 한 번도 따로 살림을 꾸려 나가보지 못한 당신이었잖소?

어디 그것뿐이었소? JC에 미쳐 하도 많은 돈을 쓰니, “은주 아빠! 남들은 평생 써보지도 못할 돈을 어찌 일 년도 안 돼 한꺼번에 다 쓰고 다녀요.” 라고 하던 당신 말이 이제 와서 보니 참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전혀 생각없이 강제로 날 잡아 결혼식 올린 날이 5월 20일이었죠? 지금 와 생각하니 참 좋은 날 같네요. 5월 21일이 ‘부부의 날’ 이니 그전 날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라! ‘부부의 날’을 지정할 때, ‘가정의 달’을 잡고, 둘(2)이 하나(1)되는 의미를 담은 날이 21일 이랍니다.

온 세상이 지금 노란 색 리본을 달고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마음에 담고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는 지금, 당신께 아직 뻔뻔하지만 ‘내 가슴속의 노란 리본’ 은 ‘세월의 기다림’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오. 

강태공 같은 마음이지요. 난 아직 세월을 낚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요. 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봉화시내에 정치인으로서 정점에 서서 한국사회에 내 꿈을 펼쳐 보일 현수막을 내거는 그날 말입니다.

내 꿈은 “난 국회의원 한 두 번이 내 꿈이 아니요!” 혹시 꿈을 못 이루면, 내 아들이 안되면 내 손자가 또 안 되면 내 증손자가 계속 이어가길 갈망해요.

내가 믿는 구석은 ‘당신 사랑’ 이오. 당신은 ‘강태공의 마씨 부인’ 처럼 도중에 가버리지 않을 테니까. 먼 옛날 중국의 강태공이 살던 때 70이면, 요사이 나이로는 한 90이 되려나? 강태공이 70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아가 뜻을 펼치고 영의정이 되었으니, 나는 아직 나이가 어립니다.

지겹도록 힘든 세월 때문에 당신이 암이 들어 서울대병원 수술실에 들어갈 때, 당신의 눈가에 흐르던 눈물을 보는 순간, 난 그때 내 인생에서 처음 “아! 내가 이제 철이 드는 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후회와 참회와 성찰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오. 

인생의 황혼도 함께 걸어갑시다. 그리고 그때 영화 ‘라이언 일병’ 처럼, 내가 물을 게요. “여보! 내가 살아온 길이 어땠소?” 라고 하면, 당신은 “그럼요, 당신은 참 훌륭했어요. 장해요”라고 하면서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내 꿈을 이룩할 수 있도록 살겠소.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가사처럼 애들 결혼식 때나 그럴 때 우리 눈물보이지 맙시다. 모두 다 떠나도 우리 손 꼭 잡고 함께 결국 아름다운 길이 될 우리 인생을 함께 갑시다.

누군가 설문조사에 가까운 친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난 자신 있게 ‘윤성자!’ 라고 크게 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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