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온천이 가까이 있는 탓으로 덕구온천에 자주 들른다. 대중탕 탈의실 넓은 거실에 ‘손톱 발톱 깍는 곳’이라 표시해 놓고 70cm 가량의 장방형 통 위에 손톱깎이가 하나 걸려 있었다. 마침 50대 중반의 한 손님이 종업원을 불러 세워놓고 야단을 치고 있었다.

 

주위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 되었고 나도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그 손님 왈, “그래 어떻게 손톱과 발톱을 하나의 같은 손톱깎이로 깎는다는 말이냐” 발은 손보다 더러운 것, 그러니까 손톱과 발톱은 각기 다른 깎이로 깎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종업원뿐만 아니라 마치 울진사람 마저도 불결하고 무식한양 여기는 태도였다. 보다 못한 나는 일단 종업원에게 “발톱깎이 하나 더 마련해 두면 되잖소” 손님 체면을 세워주고 난 다음, 손님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손님, 발을 씻어주는 것은 손이 아니겠소, 그러니 손보다 발이 더 귀하다고 나는 여깁니다. 손님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나와 같은 주장도 있어 사람의 생각은 각기 다른 거지요, 내 생각만이 옳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손님의 노여움도 가시고 웃고 말았다. 내 생각만이 옳고 남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세상살이는 피곤할 뿐이며, 너와 나의 생각이 조화를 이루는게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겠는가. 대다수 국민의 반대의사를 무릅쓰고 국회 안에서 농성까지 해 가며 내 생각만이 옳다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하는 국회의원 양반들,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는다. 국가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해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겠다는 법을 굳이 왜 폐지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사실 우리같은 선량한 서민들이야 국가보안법이 있다고 해서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문법’의 경우도 그렇다. 신문구독 선택은 국민 스스로가 정하는 것, 그런데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3%가 넘을 땐 강하게 제재하겠다니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자유경쟁, 이윤추구가 시장경제의 원리라고 알고 있다.

 

백성들은 못살겠다고 솥단지 집어 던지는데, “과거사 진상규명법”이다, “사학법개정안”이 밀어붙여야 할 급한 일 일까. 그건 그렇고, 우리고장 온정에 성(性.sex) 전시관인지 성박물관인지 세우겠단다. 그것도 59억원 주식회사에 울진군이 49%를 출자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온천법은 수온이 사람체온(36~37℃)과 같거나 이보다 높아야 허가되는데, 우리나라는 25℃면 허가조건이 된다.

 

땅속 웬만큼 파도 25℃의 온수가 나오니 전국 곳곳에 온천이 들어섰다. 울진 온정면의 성전시관 보러 백암온천까지 찾아올 관광객이 몇 명이 늘 것인가. 손해보는 사업임이 뻔한데, 손해를 봤을때 현 군수나 군의원이 책임지고 보상 할 각오는 되어 있는지. ‘2005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하나만으로 부족하단 말인가. 울진 군정을 맡은 분들이나 군의회 의원 제공들, 군민의 뜻이 어디에 있으며 분노와 반대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고 밀어 붙이겠다는 말인가. 크게는 나라일, 작게는 지방자치단체들이여 내 생각만이 옳다고 고집하지 말고 제발 좀 민의(民意)를 두렵게 여기고 이를 수렴하는 정치를 해 주소. 2005년 새해엔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발자국 더 나아갈 것을 소망하며 이제 덕구온천엔 ‘손톱 발톱 깎는 곳에 두 개의 손톱깎이가 설치되어 있음을 부기(附記) 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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