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X엔터테인먼트(주) 회장 엄 정섭


RNX엔터테인먼트(주)엄정섭 회장
오늘은 왠지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이 문득 머리끝을 스친다.

그러니까 여우가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 또한 죽어서라도 고향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긴 애향심이 풍겨나기도 힌다. 이 고사성어 首丘初心이 마음 한구석을 파고들어 正初의 이른 아침 고향하늘을 바라보며 紙面에 글을 실을까 한다.

흙냄새 맡으며 살아온 농촌출신 소년이 홀홀단신 상경하여 밥술이나 먹게 된 지금의 나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 살고 고향에 묻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에 넋두리처럼 되뇌이는 말 자욱을 남겨 두고자 한다.

특히 나는 글을 쓰는 문필가도 아니고 사색을 즐기는 풍류가도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자체가 조금은 쑥스럽기까지 하지만, 思考가 메마른 者에게 葉書는 가장 지혜롭다고도 하기에 읽을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지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을미년 새해를 맞아 고향에 계신 친지 분들이나 어르신들께 ‘복 많이 받으시라고’ 연하장이라도 보내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엽서가 아닌 지상의 글을 통해 만나 뵙게 된다는 것이 매우 송구스럽기만 하고 죄송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많은 분들께서 이해해 주시고 양해해 주시리라 믿어진다.


2014년 11. 8.~ 9. 까지 십진회(재경 10읍면민회 회장친목회)에서 고향 경로봉사 활동 시에 업정섭 회장 고향인 덕산3리를 방문하여 고향의 어르신들과 두 손을 맞잡았다.
경북 울진은 내가 태어난 곳, 내가 자라온 곳. 내 人生의 시발점이자 성장 동력의 근원지라 할 수 있다.
17살 어린 나이에 딱고봉(덕산3리 앞산 지명) 산자락을 멀리 하고, 두메산골 한실골을 뒤로 한 채, 낮 설고 물 설은 서울 땅 객지를 향하던 풋내기 소년이 중앙선에 몸을 싣고 청량리역에 첫 발을 내리면서 오늘이 있기까지의 세월이 그 몇 해 이던가.

산전수전 수 많은 고통과 배고픔의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헤메이던 눈물의 세월 속에서도 오직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질곡의 역사를 밟고 넘었던, 내 의지와 투지가 스스로 장하다는 생각까지 갖게 하기도 한다.

마치 오뚝이 인생처럼 넘어질듯 하면서도 일어서고 쓰러질듯 하면서도 다시 살아나던 힘들었던 시간들이 그 얼마였던가! 지금 나는 이 역경의 나날들이 활동 영화의 필름을 보는 것처럼, 주마등처럼 내 뇌리를 스쳐간다. 일생의 타성에 젖었던 그 근검과 절약의 생활상을 늘 내 인생 ‘타임머신’의 태엽이 되어 왔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겸손을 미덕으로 삼으며 살아온 나였기에 울진 촌놈이 그런대로 ‘썩 괜찮은 놈’이 되어 어느새 도시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풍운아로 설 수가 있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늘 부모님이 지어주신 내 이름 석자를 잘 지키고 관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던 내 주장이 곧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고향의 그리움을 눈물로 쏟아 냈던 엄회장이 유년을 보냈던 생가에서, 동행 했던 십진회원과 봉사단들이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나의 처신과 행동이 그릇되면 내 이름에 생채기가 나고 구겨진다는 처세의 함수관계를 생활철학으로 삼고 실천해 왔기에, 어떠한 시련 앞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았던 올곧은 신념이 내 생활의 전부가 되어왔다.

더욱이 나 하나의 잘못이 출신도와 고향의 이미지에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몸가짐을 잘 하는 것이 내 인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도 가져왔다. 따라서 1차적으로 인격도야의 정통한 처신을 생활양식으로 수반해왔다.

2차적으로는 도전하는 者만이 성공한다는 준엄한 철학을 명심하고 성공의 길로 향해 오기도 했다. 또한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헛되지 않도록, 나 자신의 떡 잎 하나부터 십 수 년 동안 온갖 신경 써오며 남의 수범이 되기로 결심하고, 오늘까지 살아왔다.

이런 나의 발상은 인생의 구심점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둥근 원을 그릴 때 중심이 잡히지 않으면 원의 둘레가 매끄럽지 못한 것처럼, ‘나 자신’ 이란 주체의 중심이 반듯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간에게는 그 누구에게나 시련과 좌절이 있게 마련이다. 순탄한 길만을 걸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때문에 인내의 힘이 필요하다. 자연의 법칙처럼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새벽은 다가오지 않는가. 캄캄한 절망을 참고 견디고 인내하면 희망의 새벽은 반드시 오고 만다.

그러나 절망에 굴복하고 인내에 지면 희망은커녕 실패가 오기 때문에 우리는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한다. 나는 오늘 이 시간도 쉴 새 없이 작열하는 냉정한 시간과 흥정을 해가며, 내 인생 목표의 마지막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뇌한다.

우리는 시간에 얽매이며 과거를 후회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자(愚者)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또한 방향감각을 상실해서도 안 된다. 내 기억으로 1978년으로 생각된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 부엉이 한 마리가 백주 대낮에 날아들다 방향감각을 잃고 건물에 부딪혀 죽고만 사실이 있었다. 물론 부엉이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환한 대낮에 비행 감각을 잃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던 이처럼 방향감각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진로의 방향에 감각을 잃으면 추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상기해 두고자 한다. 그동안 나는 내 앞길만 바라보고 질주해 왔기 때문에 고향 무정에 노예가 되어 왔고, 고향을 등한시 하는 우(禹)를 범해 왔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공자 말씀대로 나이 육십에 철이 난다고 한다더니 이제야 내가 철이 드는 모양이다. 때 늦은 후회이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고향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삶으로 울진과 동행하는 동향의 벗이 되고자 한다.

오늘도 수구초심을 떠올리며 마음은 벌써부터 고향을 향한다. 울진과 더불어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애향인이 된 것을 다짐하며, 옹서상 머리 앞에 앉아 울진의 청사진을 조급하게 그려본다.

<엄정섭 회장 프로필>
현 RNX엔터테인먼트(주) 회장/ 재경 온정면민회 전임회장/ 재경 울진군민 10개 읍면민회 회장단 이사/ 광진구 독거노인 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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